▲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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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고객 정보 보호 조치 강화 설명(SK텔레콤 사이버 침해사고 이후 첫 브리핑 타이틀), 고객 보호 조치 발표(KT 소액결제 피해 사건 이후 첫 브리핑 타이틀)

SK텔레콤의 해킹 사태가 채 수습되기도 전에 이번엔 KT에서 소액결제 피해 사건이 터졌다.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통한 침입이라는 통신 보안의 민낯이 드러난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킹을 넘어 국민의 통신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다. 그럼에도 초기 대응은 더뎠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최근 통신 3사는 앞다퉈 인공지능(AI) 전환을 선언하며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AI 기반 네트워크와 상담원, 클라우드와 금융 서비스까지 영역을 넓히며 ‘ICT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 중이다. AI 투자는 시대적·기술적 흐름이기에 이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통신사에게는 새 기술 투자 못지않게 지켜야 할 본분이 있다. 바로 국민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안전한 통신망이다. 기술 투자 발표와 화려한 비전 제시는 신속하면서도 정작 사고가 터지면 고객이 납득할 만한 기본 대응은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뻔한 위기 대응 패턴이다. 사고 직후 SK텔레콤과 KT는 “개인 민감정보 유출은 없다”, “위약금 면제는 검토 후 판단하겠다”는 천편일률적 대응을 반복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교묘한 ‘프레임 전환’ 전략이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고객 보호 조치’, ‘보안 강화 대책’ 같은 미래형 표현을 앞세우며 현재의 피해와 책임 의식보다는 앞으로의 대책에 초점을 맞춘다.

마치 이번 사고가 더 강력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소중한 경험’이라도 되는 양 포장하는 듯하다. 정작 이용자들이 궁금해하는 구체적 피해 규모나 배상 방안에 대해서는 “조사해 보겠다”며 한발 물러선다. 고객 보호와 피해 구제는 뒤로 미루면서 기업 이미지 관리에 더 무게를 두는 이런 행태는 국민의 신뢰를 약화시킬 뿐이다.

통신사는 단순한 기술 회사가 아니다. 국가 기반 시설을 운영하는 공적 책임을 진 기업이다. 전력이나 가스처럼 국민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혁신보다 신뢰가 우선돼야 한다. 신뢰가 무너지면 사업 다각화도 AI 혁신도 의미가 없다.

고객이 통신사에 바라는 건 ‘미래의 AI 플랫폼’보다는 ‘오늘 당장 안전한 통신’이다. 통신사라면 화려한 슬로건보다는 진솔한 책임 의식을 바탕으로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통신의 기본은 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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