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총선보다 청년 공약 줄고 구체성 떨어져
지난 공약 이행하지 않고 대물림하는 경우도
실질적으로 이행 가능한 공약인지도 검토해야
시급한 청년 문제부터 해결하는 정책 나와야
【투데이신문 최주원 권신영 기자】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3고(高)와 저성장, 저출생, 저소비 3저(低)로 대한민국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장래를 이끌 청년들은 그야말로 절망 그 자체다.
표심을 잡기 위해 그럴듯한 청년 공약을 내세우기조차 포기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청년은 기성세대의 표를 잡기 위한 세대 갈등의 도구로 쓰이고 있어 씁쓸함을 주고 있다. 정치권의 이목이 정쟁에 치중되며 청년 어젠다는 역대 선거 중 가장 지워진 실정이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 캐스팅보트로서 후보자들의 격한 호소를 받았던 ‘청년’. 이번 총선에서는 청년들의 선택지를 줄이다 못해 기존의 정책을 깎아내고, 반복하며 부풀리고 있다.
■ 청년들 겨냥한 각 정당 총선 전략 살펴보니
특정 공약에서 어떤 키워드가 얼마나 언급되는지를 살펴보면 그 대상에 대한 정당의 주목도를 알 수 있다. 4.10 총선의 정당 공약에서 ‘청년’이라는 단어 이용 횟수가 상당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이라는 키워드가 거대양당의 10대 총선 공약에서 기재된 횟수를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총 15번, 국민의힘은 12번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청년이 더불어민주당 23번,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19번 언급됐다. 이처럼 이번 총선에서 양 정당의 ‘청년’ 키워드는 2020년 총선과 비교했을 때 그 숫자가 확연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18~39세의 청년 유권자 수는 1370만여 명으로, 4050이 분포한 1600만여 명, 6070이 분포한 1400만여 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유권층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22대 총선을 앞두고 2030 유권자의 표심을 노리기 위해 거대 양당부터 제 3지대까지 각 정당은 어떤 청년 정책을 발표했을까.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초년생의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확대 ▲청년 교통 패스로 교통비 절감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 ▲여성 청년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 관행 근절 ▲국가장학금 및 일자리 지원 등을 목표로 청년 민생을 챙기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세부적으로는 월 3만원의 청년 전용 패스를 도입해 청년들의 교통비 부담을 절감하고, 청년 구직활동 지원을 대폭 강화해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가장학금 지원 체계를 개편하고 기존의 ‘천원의 아침밥’ 정책을 확대해 대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청년의 주거 마련 지원을 통해 경제적인 부담 경감 ▲청년 문화생활 지원 ▲청년 근로 환경 개선 ▲청년요금제 적용 확대 등을 목표로 청년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를 위해 ‘청년 내 집 마련 1·2·3’의 가입 대상과 지원 요건을 확대해 청년을 위한 주택 마련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청년 문화예술패스’ 지원 대상을 만 19세에서 만 24세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미래세대의 문화생활을 촘촘하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허위 채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채용 갑질을 근절하고, 정확한 근무 기간을 명시하도록 해 인턴 기간이 부당하게 길어지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했다. 그 밖에 단말기유통법을 폐지하고 청년 요금제 적용 나이를 확대해 청년들의 휴대폰 구입부담을 경감하겠다고 했다.
제 3지대에서도 청년 표심 잡기에 여념이 없다. 개혁신당은 ▲최저임금제도 개편 ▲청년 벤처생태계 강화 등을 목표로 청년 복지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최저임금제도를 지역 및 산업별로 차등 적용해 개편하고, 전 부처에 분산된 스타트업 지원사업 통합, 스타트업 소통 창구를 설치함으로써 청년들의 벤처사업 진출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미래는 ▲미래세대를 위한 연금개혁 ▲청년 주거 안전망 구축 ▲자립준비 청년 안전망 구축 등 저출생과 초고령사회 대비를 목표로 청년 정책을 내세웠다. 보험료율을 12~15% 상향하고 수급율을 40%로 유지하는 방법으로 연금개혁을 실행해 미래 청년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디딤돌·버팀목대출 소득 기준 확대를 통해 청년들의 첫 주택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자립 준비 청년들을 대상으로 자립정착금을 하한 10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확대해 위기 청년들의 생계 안전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녹색정의당은 ▲대학교 무상기숙사 실시 ▲청년 1인 가구 맞춤형 사회주택 공급 확대 ▲주 4일제 및 하루 노동시간 상한제 도입 ▲직업훈련제도 개편 ▲청년 부채 해결 ▲청년 신용회복기금 조성 등 청년이 내일을 상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지방대부터 무상기숙사를 실시하고 청년 1인 가구에게 맞춤형 사회주택을 공급해 학생들의 주거 부담을 줄이겠다고 나섰다. 또 주 4일제를 현실화하고 직업훈련제도를 개편해 청년들의 사회진출 진입장벽을 낮추겠다고 했다. 청년 맞춤형 금융복지상담센터를 설치하고, 청년 신용회복기금을 조성하는 방법으로 청년들의 부채 해결에 나설 의지를 보였다.
■ 하위 항목이 돼버린 ‘청년’…공약 대물림도 심각
이번 총선에서 제시된 거대양당의 10대 총선 정당정책을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의 정당정책과 비교했을 때, 공약 자체의 수가 줄고 구체성 또한 떨어졌다. 또 정치권에서 제시한 총선 공약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청년 정책은 극히 일부에 속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청년을 대상으로 설정한 정책은 모두 1번 정책인 ‘건설교통, 과학기술정보통신, 노동경제재정, 보건복지, 교육, 여성, 농림해양수산’ 분야의 일부로 속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순위인 민생 정책 14개 목표 중 청년과 관련된 목표는 ▲기본 주거 해결 ▲사회초년생 등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확대 ▲청년 패스 ▲취업단계별 지원 강화 ▲여성청년의 채용 성차별 관행 근절 ▲대학생 국가장학금 지원 확대 등 총 6가지였다. 정책 분야는 건설교통, 과학기술정보 통신, 노동 경제재정, 보건복지, 교육, 여성, 농림해양수산 등 총 7가지로 나눠 분류했으나 청년은 따로 분류하지 않았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책번호 4번과 6번이 ‘청년과 여성의 주거 문제 해결’, ‘국립대학의 교육 질 향상과 등록금 부담 절감’으로 설정된 것에 비해 청년 대상 정책과 관련한 논의와 규모가 눈에 띄게 협소해진 것이다.
국민의힘이 제시한 청년 정책은 2024년 ▲청년·신혼·출산 가구를 위한 주택 마련 지원 강화 ▲청년 문화예술패스 지원대상 확대 ▲청년이 당당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 조성 ▲청년‧대학생의 학자금, 주거비 등 경제적 부담 경감 등 4항목이다.
반면 2020년 청년 정책은 ▲불공정 입시 근절과 채용 청탁 및 고용세습 방지 ▲청년 일자리 창출 ▲청년·신인 예술인들의 ‘문화마켓’과 ‘예술인 문화거리’ 조성 ▲청년 농업인력 양성 ▲청년‧신혼부부들의 행복 주거사다리 구축 등 총 5항목이었다.
이번 총선에 제시된 청년 정책은 이전 총선보다 1개 항목이 감소했으며, 관련 세부 내용도 크게 줄어 2쪽이었던 분량이 반감됐다. 특히 청년들의 문화생활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은 이행 방법이 6줄에서 1줄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청년 정책을 8번째으로 설정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정책 분야를 ‘청년복지’로 설정한 데 반해 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정책 분야를 ‘재정경제/건설교통/문화관광’으로 배치했다. 청년 정책을 내세우고 있음에도 정책 분야에서 ‘청년’과 관련된 분류를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각 정당에서 내놓은 공약을 모두 확인한 결과 청년 카테고리가 10대 정책 중 따로 분류돼 있는 경우는 없었으며, 청년 정책들은 민생 및 복지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 있어 따로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정치권에서 청년들의 문제에 예전보다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전 총선에서 이행하지 않은 공약을 그대로 대물림하는 경우도 잦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20 총선 때 국가장학금 지급 확대를 제안했는데, 이번 총선에서 같은 공약을 걸고 나왔다. 국가장학금은 민주당의 단골 청년 공약인 셈이다.
국민의힘 역시 2020 총선에서 역세권에 주택을 공급해 1인 가구와 청년들의 주거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이번에 내건 주택 공급책 역시 기본 틀은 비슷하게 가져가고 기존에 있던 ‘청년 내 집 마련 1·2·3’의 제도만 추가한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이번 청년 문화예술패스 공약은 이전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만 18~24세를 대상으로 문화·체육·관광 패스 제도를 신설하겠다고 했던 공약과 유사하다.
청년 일자리 공약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서 의문이 생긴다. 정치권에서는 고용보험 조기 실현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근로환경 격차 해소 등을 제시하며 청년들의 취업난을 공략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5월 청년구직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구직자 일자리 인식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청년 중 정부의 청년 일자리 지원 정책에 신청해서 참여한 비율은 15.0%에 그쳤다. 응답 청년의 77.7%는 지원신청을 하지 않았다. ‘신청했지만 떨어졌다’(7.3%)는 청년들도 있었다.
청년 일자리 지원 정책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로는 ‘정보를 찾기 어려워서’(29.2%)와 ‘신청해도 안 될 것 같아서’(29.2%)가 가장 많았다. 이어 ‘관심이 없어서’(24.9%), ‘도움 되지 않을 것 같아서’(15.9%)의 순이었다. 선거 때마다 각 정당과 정치인들은 청년의 일자리와 취업을 위한 지원 정책을 내놓았다며 한표를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에게 와닿지 못하고 있다.
막상 공약을 내더라도 대부분의 정책이 이행되지 않았던 과거에 비춰볼 때 이번 총선에서도 청년 유권자들은 기대보다는 실망이 앞설 수밖에 없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역구 국회의원 251명(지난해 12월 말 기준, 253명 중 공석 2명 제외)을 대상으로 약 2개월간 ‘공약 이행도 및 의정활동’ 평가를 실시한 결과, 공약 완료율은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51.8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정당은 선심성, 반복성 공약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지원 정책에 대한 정보가 청년들에게 충분히 전달되고 있는지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 공약인지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청년 정책을 연구하는 ‘청년정치크루’ 이동수 대표는 이번 총선을 “청년 어젠다가 실종된 선거”라고 총평했다. 이 대표는 “청년 무당층 비율이 증가했던 2021년, 2022년 선거들에 비해 이번 총선에서는 청년 어젠다가 많이 사라졌다”며 “정치 양극화도 심해져 청년 어젠다가 들어갈 공간이 없는 것도 큰 몫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각 정당과 정치인들은 예산을 늘려서 청년들에게 지원하겠다며 공약하는데, 그럼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까지 명확히 제시해 국정 운영 주체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청년들은 지금 당장 눈앞에 놓인 시급한 삶의 문제들을 해결해 주길 원한다”며 “정치권에서는 정쟁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민생 이슈들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영리 정치 스타트업인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는 청년 공약과 관련해 “이번 총선 역시 청년 문제의 부정적 결과물을 축소하는 데 집중한 공약이 대부분”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일어난 문제를 뒤늦게 수습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정치는 우리 사회를 개선시킬 수 없다”면서 “청년 세대의 삶의 질을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가 합계출산율과 자살률에 있다”라고 꼬집었다.
또 박 대표는 이번 총선에 대해 “안타깝게도 청년 공약이 대선 공약에 비해 많이 달라지지 않았고 (청년의) 비중이나 존재감이 굉장히 낮아진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어떤 정책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합적으로 이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있어야 하고,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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