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 25명이 생각하는 총년 공약 평가
청년은 실질적인 삶의 문제 해결해 주길 원해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확대 공약 가장 선호
일각에선 “주택 대출 지원은 결국 빚” 의견도
‘지속가능성 갖춘’, ‘실효성 있는’ 공약에 눈길
청년, “실생활에서 정치 효능감 느끼고 싶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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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주원 권신영 기자】 요즘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 집, 경력, 인간관계도 포기해 N포세대라고도 불린다. 덧붙여 투표도 포기하는 세대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제21대 총선의 총투표율은 66.2%였다. 이 중 60대 투표율은 80%를 기록한 반면 20대는 58.7%에 그쳤다.

이번 제22대 총선 결과는 2030 투표율이 결정할 거라는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청년 정책을 살펴보면 이번에도 투표율이 오를거라는 기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선거 때보다 청년 정책은 상당 부분 줄어들었고, 그나마 선보인 공약도 재탕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선관위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달 18~19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10명 중 7명 이상(76.5%)이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18~29세 이하 52.3%, 30대 65.8%, 40대 76.9%, 50대 84.2%, 60대 86.8%, 70세 이상 90.8%로 청년층의 투표율이 이번에도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왜 청년은 선거를, 더 나아가 정치 참여에 소극적일까. ‘청년정치크루’ 이동수 대표는 “청년들은 지금 당장 눈앞에 놓인 시급한 삶의 문제들을 해결해 주길 원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4.10 총선까지 마지막 스퍼트를 앞둔 가운데 청년 공약에 관한 생각을 청년 23명을 통해 들어봄으로써 정치권이 앞으로 청년 문제와 정책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살펴보았다.

■ 당명 떼고 물어본 청년 공약 솔직 토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의 정당 정책 리스트를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자유통일당 총 5개 정당은 각기 다른 분야의 17가지 청년 공약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사회초년생 등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확대 ▲청년·국민 어르신 패스로 교통비 절감,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부담 경감 ▲청년 취업단계별 지원 대폭 강화 ▲여성청년 채용 성차별 관행 근절대학생 국가장학금 지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청년·신혼·출산가구 위한 주택마련 등 지원 강화 (‘청년 내 집 마련 1·2·3’의 가입 대상 및 지원요건 확대) ▲‘청년 문화예술패스’ 지원대상 확대 ▲청년·대학생의 학자금, 주거비 등 경제적 부담 경감을 내세웠다.

개혁신당은 ▲진로 및 사회진출 예측 가능성을 높여 청년의 미래설계 지원최저임금제도 개편 등 고용 문턱을 낮춰 청년 일자리 확대청년 벤처생태계 강화 등을 공약으로 설정했다.

새로운미래는 ▲생애첫주택 대출 지원(디딤돌·버팀목대출 소득기준 확대) ▲일하는 청년 출퇴근 교통비 지원 ▲위기·자립준비 청년 안전망 구축 등을 약속했다.

자유통일당은 ▲선진국 견학 인당 500만원 상당 경비 지급 등을 청년 정책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처럼 정치권의 다양한 제안 중 청년들은 어떤 공약을 가장 선호했을까. 당명을 가린 청년 공약만 비교했을 때 어느 공약이 가장 와닿는지 20대 남녀 23명(남성 14명, 여성 9명)을 대상으로 3월 20일부터 27일까지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민주당, 국민의힘, 개혁신당, 새로운미래당, 자유통일당에서 ‘청년’ 키워드가 들어간 공약을 선별 후 무작위로 배치, 우선순위로 생각되는 공약 3가지와 와닿지 않는 공약 3가지를 선정 후 그 이유를 들어봤다. 청년들에게 꼭 필요하지만 제시되지 않은 공약에 대한 의견도 추가로 물었다.

청년들이 뽑은 선호 공약 설문 그래프 ⓒ투데이신문
청년들이 뽑은 선호 공약 설문 그래프 ⓒ투데이신문

인터뷰 결과, 민주당의 ▲청년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확대가 8표로 청년들이 선호하는 공약으로 선정됐다. 뒤이어 국민의힘의 ▲(‘청년 내 집 마련 1·2·3’ 지원 요건 확대를 통해) 청년 주택 지원, 민주당의 ▲대학생 국가장학금 지원 확대 ▲교통비 절감을 위한 청년 전용 패스 도입이 각 7표로 2순위를 기록했다. 이어 국민의힘의 ▲채용 갑질 근절 & 무분별한 인턴 기간 연장 금지가 6표, 새로운미래의 ▲청년 출퇴근 교통비 지원이 6표로 공동 3위를 자리매김했다. 공동 5위는 새로운미래의 ▲생애 첫 주택대출 지원, 국민의힘의 ▲단말기유통법 폐지 & 청년 요금제 확대로 각 5표를 기록했다.

청년들을 사로잡은 공약 ⓒ투데이신문
청년들을 사로잡은 공약 ⓒ투데이신문

다수의 청년은 주택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동시에, 전세 사기에 대한 두려움도 드러냈다. 응답자 A(22·여)씨는 “방치되는 피해자들이 제 주변에도 여전히 많다”면서 “전세 사기 피해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정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는 점을 납득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회초년생은 여건 때문에 집을 살 수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런 문제에까지 노출돼야 한다는 게 무력하게 느껴진다”라며 청년 주택 마련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B(24·여)씨도 “지방에 일자리가 없다 보니까 서울에 오래 체류할 일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머물 곳을 찾아야 하는데 집값이 너무 비싸서 부담될 때가 많다”며 “강원도 원주에 본가를 두고 있어서 청년 주택 지원 공약이 더 와닿았다”라고 지방권과 일자리의 연계성을 앞세운 주택 지원 공약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단계별로 내용이 세분돼 있는 점에서도 (공약 실현성에) 신뢰가 간다”고 덧붙였다. 

일부 반대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C(24·여)씨는 “주택 대출 지원은 결국 빚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정부 사업에서 운영 중인 청년 주택 지원 사업은 조건이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고, 대출 조건을 완화해 줄 뿐이지 결국 사회초년생을 빚 갚아가는 사람으로 만드는 공약이라고 느껴진다”라며 주택대출 지원 공약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D(26·여)씨 역시 주택 대출 지원 공약에 대해 “이 공약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전세 시스템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제도가 생기면 건물주들이 대출 범위가 늘어난 만큼 건물 가격을 올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알고 있다. 더 구체화한 다른 대안이 필요할 것 같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외에도 민주당의 ‘교통비 절감을 위한 청년 전용 패스 도입’, 새로운미래의 ‘청년 출퇴근 교통비 지원 정책’ 역시 청년에게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청년들은 선호 공약들에 대해 ‘일상생활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믿음직한’, ‘실제로 유용한’, ‘체감할 수 있는’ 공약이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응답했다. 고물가 경기 침체 시대에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한 세대인 만큼 현실적으로 생계에 체감되는 공약을 선호한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청년들이 뽑은 '글쎄' 공약 ⓒ투데이신문
청년들이 뽑은 ‘글쎄’ 공약 ⓒ투데이신문

반면 자유통일당의 ▲선진국 견학 인당 오백만 원 상당 경비 지급 공약은 12표로 청년들이 생각하는 가장 와닿지 않는 공약으로 선정됐다. 그 뒤로 국민의힘의 ▲문화예술패스 24세까지 확장이 8표로 2위, 민주당의 ▲여성 청년 채용 성차별 관행 근절이 7표로 3위에 위치했다. 이어 개혁신당의 ▲진로 및 사회진출 예측 가능성을 높여 청년의 미래 설계 지원이 6표로 4위, 개혁신당의 ▲탄력 근로제 및 선택 근로제 현실적 반영▲최저임금제도 개편이 각각 5표를 얻어 공동 5위를 기록했다.

대부분 청년들은 선진국 견학 경비 지급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응답자 E(25·남)씨는 이 공약이 청년 정책 재원의 잘못된 사용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선진국 견학은 보편적이지 않은 특수한 수요이므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라고 지적했다. F(22·남)씨 역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는 “한국이 충분히 성장한 시점에서 해외 선진국 견학이 실효성 있을지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선진국 견학 비용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차라리 그 비용을 장학재단에 투자해 청년에게 장학금 형태로 지원하는 방법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응답자 G(22·여)씨는 문화예술패스의 대상 확대 공약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립중앙박물관에만 가도 무료 전시가 많고, 각종 박람회나 축제도 참가비가 그렇게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필수 공약처럼 보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응답자 H(22·여)씨는 제시된 공약들이 모두 좋은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느껴져 필요 없어 보이는 공약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화예술패스 공약에 대해서는 “문화나 예술 분야보다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수요가 많은 다른 분야를 지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I(19·여)씨는 여성 청년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 관행 근절 공약에 대해 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현실에서 여성 차별이 있는지 체감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도 “오래전부터 문제가 있었던 사안인 만큼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일 텐데, 해결책이 명확하게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자세한 내용이나 이행 계획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아쉽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 살기 좋은 미래를 위한 ‘지속 가능한 정치’란

청년 공약에는 ▲청년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대학생 장학금 지원 확대 ▲주택 마련 지원 ▲ 교통비 지원 ▲채용 갑질 근절을 선호하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청년들의 공약 Up & Down ⓒ투데이신문
청년들의 공약 Up & Down ⓒ투데이신문

청년들이 한 표를 던진 공약은 ‘지속가능성을 갖춘’, ‘실효성 있는’, ‘생계에 도움이 되는’ 등의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모든 청년이 취업난과 고물가를 염려하는 목소리를 냈으며 ▲선진국 견학 경비 지급 ▲문화예술패스 확장 ▲채용 성차별 관행 근절 ▲진로 및 미래 설계 지원 ▲최저임금제도 개편과 같이 단기성·일회성 지원을 약속하는 공약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청년 시민단체 ‘진보대학생넷’ 창립 구성원인 채유빈씨는 “대학생들 같은 경우 학교 앞 자취방이 월 70만원씩 하는데, 주거 지원 정책에 당첨되는 건 극소수”라며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에게 로또의 기회가 주어지는 게 과연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사는 문제는 기본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시장 논리로 대해서는 안 되는 문제”라며 “현재 청년뿐만 아니라 많은 소수자가 정권 심판 같은 문제에 묻히고 있는데, 청년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이 실제로 정치권에서 다뤄지고 그게 다시 실생활로 돌아오는 효능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청년 정치 스타트업 에이전시 ‘뉴웨이즈’의 박혜민 대표는 “2030세대는 이념이나 정파성에 크게 매이지 않는 세대이기 때문에 기존의 정치 문법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유권자”라며 “‘검찰 개혁’과 같은 단순한 슬로건으로 현혹되지 않고 장기적인 사회 변화와 지속가능성을 원하기 때문에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며 정치인들이 더 쉽게 표를 얻을 수 있는 세대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 정치의 현실을 지적했다. 

박 대표는 “지금 정치는 오프라인 중심이기 때문에 생계로 바쁜 2030 청년을 직접 만날 수 없고, 직접 만나지 않으니 원하는 것을 알기도 힘들어 청년 공약의 한계가 드러난다”며 “2030세대와 정치가 이어질 수 있는 연결 창구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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