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소재 모 병원 수술실에서 병원관계자들이 CCTV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소재 모 병원 수술실에서 병원관계자들이 CCTV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2년의 유예기간이 있었음에도 환자단체와 의료단체간의 견해 차이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제 의료기관은 전신·수면 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수술실 내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촬영 범위는 환자가 마취되는 시점부터 수술실에서 퇴실하는 시점까지의 장면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환자 또는 보호자는 수술 장면 촬영을 요청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음성녹음도 요청할 수 있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의료법 제38조의2)은 지난 2021년 9월 국회에서 만들어졌다.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싹튼 배경에는 무자격자의 대리 수술, 동의없는 의사 바꿔치기, 수술실 내 성범죄 등의 논란이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故권대희씨 사망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당시 권씨는 한 성형외과에서 사각턱 절개 수술을 받다가 과다출혈로 사망했는데, 의료진 과실 유무를 가리는 데 CCTV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련의 사건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여론 또한 수술실 CCTV의무화에 힘을 실었다. 지난 2021년 6월 4개 여론조사기관(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에서 전국 만 18세 이상 1006명으로 설문한 결과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에 82%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는 25일 오후 1시 30분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지하1층 대강당에서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회원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는 25일 오후 1시 30분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지하1층 대강당에서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회원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반면 CCTV 설치 의무화에 의료계는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 등에 대한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의료인과 환자 간 신뢰 붕괴, 직업수행의 자유, 초상권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 등이 그간 의료계의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5일 해당 의료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의협이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의사 1267명을 대상으로 설문해 25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에 반대하는 응답자는 93.2%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대이유(복수응답)로는 △의료진 근로감시 등 인권침해 △의료인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인식 발생 △진료 위축 및 소극적 진료 야기 △불필요한 소송 및 분쟁 가능성 순으로 꼽혔다.

응답 의사 과반 이상(55.7%)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따라 수술실을 폐쇄할 의향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지난 5일 헌법소원청구 당시 “법안이 시행되면 의료인은 후유증 등의 발생 위험을 염려하여 적극적인 치료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 국민이 최선의 진료로 건강을 회복하거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 당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안에 불만이 있는 건 의료계만이 아니다. 의협 헌법소원이 있고난 후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7일 입장문을 내어 법안의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조항’과 ‘제한조항’이 많다는 지적이다.

의료기관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조항에는 △수술 지체로 환자 생명이 위협되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불러오는 수술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진료 질병군 수술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촬영이 불가한 경우 등이 있다.

영상의 보관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했다. 환자단체는 “환자가 사망한 경우 장례를 치르는 기간을 고려해야하고 의료행위의 전문성으로 환자나 환자보호자가 의료사고 여부를 판단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영상을 30일 이상 보관하도록 돼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협의체에서 함께 논의를 했음에도 계속 반대 입장을 내는 의협에 우려를 표한다”라며 “문제점은 많지만, 일단 시행을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정안 시행과 관련해서는 “CCTV가 설치만 돼 있더라도 유령 수술이나 무작위 대리 수술, 성범죄 등에서 예방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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