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필수 시대...글로벌 진출 위해선 더 깊이있는 현지화 노력 필요 시대 상황 변화
글로컬 성공 위해서는 엑셀레이터 도움 절실...단순 자금 지원은 실패 확률 높아 교훈
대학과 정부, 기업 등 도움 통해 우리 경제 지평 넓히는 스타트업 해외 진출 길 열어야

지난 9월 13일 투데이신문과 청년플러스포럼은 ‘경계 없는 혁신 글로컬: 청년 ESG 리더 육성 전략’을 주제로 제4회 청년플러스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글로컬’과 ‘청년 ESG리더 발굴’에 집중했다.  

이러한 논의의 선상에서 제2기 청년플러스 서포터즈 대학생 기자단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기획기사 [청플 Report]를 소개한다.

[사진출처=제4회 청년플러스포럼 ‘경계 없는 혁신 글로컬: 청년 ESG 리더 육성 전략’ 인트로 영상 캡처]<br>
[사진출처=제4회 청년플러스포럼 ‘경계 없는 혁신 글로컬: 청년 ESG 리더 육성 전략’ 인트로 영상 캡처]

【투데이신문 김주연 장준혁 정서연 최우정 한석민 기자】 성장성 저하 국면에서 틈새시장과 새 성장 동력원을 찾아 경제에 불어넣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청년 창업과 스타트업은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아울러 우리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 여건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과 글로컬(Glocal) 발전에 대한 주문도 높아지고 있다. 초기 창업 단계에서부터 ESG 및 글로컬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스타트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필요가 제기된다.

28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제 ESG와 글로컬이 결합하는 것이 새로운 경제 상황에서 기업의 활동 전제조건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ESG와 글로컬은 서로 상관이 없는 개념처럼 여겨지기도 했으나 현재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의 필요성 ↑...결실 맺기 쉽지 않아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이 합쳐진 개념이다. 교통과 통신 등의 발달로 사람들의 생활권은 국가의 틀을 넘어서 지구 규모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제 지구촌의 중심이 되고 있는 MZ세대는 디지털원주민으로서 개성과 자아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이전에 추진됐던 세계화(Globalization) 세대와는 성격 면에서 차이가 뚜렷하다. 

단순히 세계화만 지향하는 세대가 아니며 가치 소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로컬과의 접목을 통한 MZ세대의 글로컬 특징이 부각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글로컬+ESG’의 추진 주문이 높은 것이다. 글로컬은 기존의 세계화보다 한층 더 자유롭고 유연한 가운데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글로컬이 일어날 때 보이는 몇 가지 핵심 현상들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아이디어 소싱은 아이디어를 한 나라에 머물게 하지 않고, 다른 나라와도 주고받는 상호 교류성이 높다. 두 번째는 기술 네트워크 역시 한 나라의 기술을 단순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현지화하는, 로컬라이제이션을 통해 주고받는 현상이 더 높다. 세 번째는 인재 이동이다. 인적자원이 한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동하는 현상이 목격된다. 이들 중 적어도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 것이 글로컬이라고 할 수 있다.

ESG와 글로컬의 접목에 대한 고민과 정책적 노력은 이미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2021년 11월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협약당사자국총회(COP26)에서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설립을 공식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K-ESG 가이드라인 1.0이 공개됐다. 이와 같이 글로벌화된 어떤 기준에서 파생돼 우리나라로 로컬라이제이션하는 것은 글로컬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섣부른 글로컬 추진과 지원은 실제 결실을 맺기가 쉽지 않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부각된 바 있다. 국회 산업자원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송갑석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글로벌 액셀레이팅 사업 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해외 창업지원을 받은 기업 364곳 중 263곳(72%)이 해외진출 실적이 없거나 해외법인 설립 후 현지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창업지원을 받은 전체 364개 기업 중, 2019년 기준 현지 법인을 유지한 기업은 101곳, 28%에 불과했다. 2015년과 2016년 지원받은 기업의 경우 55곳(32%), 2017년~2019년은 46개(23%) 기업이었다.

송 의원은 “창업기업의 현지 진출과 법인 설립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이를 제고하기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며 “장기적 해외 판로 유지를 위해서 현지 네트워크 구축 및 현지 시장조사 강화, 자금 지원 확대 등 정부의 밀착 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2018년부터 스타트업 실패 보고서를 수집하고 있는 CB Insight는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 상위 12가지를 발표했다. 해당 자료로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실패를 추정해 볼 수 있다. 가장 많은 답변을 받은 1위는 ‘자금 부족 및 자금 확보 실패(38%)’이다. 2위는 ‘시장 수요 없음(35%)’ 이다. 이는 시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위는 ‘경쟁 극복 실패(20%)’, 4위는 ‘결함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19%)’, 5위는 ‘법규 관련 내용(19%)’이다. 바꿔서 말하면 이런 실패 요인들을 극복한다면 성공에 가까워지는 것이고, 대부분이 시장조사 즉 현지 상황과 연관돼 있다. 

이 같은 해석은 아예 현지에 대한 이해도와 밀착성이 높은 경우 성공 사례가 상당하다는 다른 조사와 함께 살펴볼 때 더 설득력이 높아진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해 12월 세계 29개국에 자리 잡은 한국계 해외 진출 스타트업 25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32개사(51%)는 한국에 모기업 없이 아예 처음부터 해외에서 창업한 ‘내추럴 본 글로벌 기업’이었다. 

KOTRA에 따르면 2020년 50개사(37%), 2021년 91개사(46%)였던 내추럴 본 글로벌 스타트업의 수와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를 뒤집어 보면, 정부나 기업의 재정적 지원과 더불어, 스타트업 사업에 대한 합당한 가치평가가 치열하게 이뤄져 현실적 정착 가능성 높은 곳을 선별하면 얼마든 스타트업의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글로컬라이제이션을 위한 다각화된 기회의 장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셈이다. 

농민들에게 기술을 설명하는 박선기 퍼밋 대표(가장 왼쪽) [사진제공=퍼밋]<br>
농민들에게 기술을 설명하는 박선기 퍼밋 대표(가장 왼쪽) [사진제공=퍼밋]

글로컬라이제이션 성공 사례와 제대로 된 엑셀레이터의 중요성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청년 스타트업들이 제대로 글로컬을 추진하려면 자체적인 노력이나 금전적 지원에만 집중된 피상적 지원이 아닌, 엑셀레이터의 심층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엑셀레이터는 어느 정도 성장한 스타트업이 사업을 한 단계 ‘가속’할 수 있도록 돕는 단체이다. 투자유치 컨설팅, 사업설계 지원은 물론 투자에도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역할이 다양하다.

실제로 엑셀레이터 도움을 받아 성공한 케이스와 제대로 현지화하기 위한 도움을 받지 못해 한 국가에서는 좋은 결과를 냈던 모델이 다른 나라에 넘어가서는 사장된 경우가 극명히 대조되고 있다. 

퍼밋은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시 정확한 글로컬 포인트를 잡아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IT 기술력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스마트팜 기업인 퍼밋은 2017년 설립됐으며 일반인도 전문가 수준의 결과물을 수확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이트진로, 우리은행,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외에도 여러 기업에서 투자 유치를 받았으며 빅뱅엔젤스의 엑셀러레이터로 동남아에 스마트팜 시스템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2022년 인도네시아의 코린도그룹과 2억6000만원 규모의 딸기 스마트팜 구축을 성사시켰다. 공장의 빈 공간에 스마트팜을 설치하는 납품계약을 통해, 당도와 품질이 뛰어나지만 무르기 쉬운 한국산 딸기를 현지재배할 수 있게 됐다. 퍼밋은 딸기 컨테이너를 동남아 시장을 시작으로 2025년 15개국 30개 지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인도 자율주행 렌터카플랫폼인 줌카(ZOOMCAR)는 2021년 12월부터 베트남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글로컬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고배를 들었다.  줌카는 초반 시장 선점을 위해 임차한 약 1000대의 차량 소유주와 임차인에게 모두 파격적 할인 프로모션을 제공했으나 수요예측 실패로 할인폭을 점점 줄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현지 참여자들과 갈등을 빚어 로컬라이제이션에 실패했다는 평이 나온다.

&nbsp;‘제2차 LINC 3.0 대학 창업교육 혁신 포럼’에 김관영 전북도지사, 원광대학교 총장, 전주대학교 총장 등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도내 청년 창업 활성화·생태계 구축에 힘 모으기 위해 화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북도]
 ‘제2차 LINC 3.0 대학 창업교육 혁신 포럼’에 김관영 전북도지사, 원광대학교 총장, 전주대학교 총장 등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도내 청년 창업 활성화·생태계 구축에 힘 모으기 위해 화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북도]

청년 스타트업 돕는 대학·정부·기업 역할 주목

이에 따라 우리나라 청년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성공적인 글로컬라이제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대기업, 지방자치단체, 대학 등을 통한 해외 진출 도움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창업 인큐베이팅이나 엑셀레이팅을 통해 시장조사, 현지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성 확대, 경영혁신, 문화에 대한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노력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도 실제로 다양하게 목격되고 있다. 

일례로 영남이공대학교는 지난 23일과 24일 양일간 천마스퀘어 1층 컨벤션홀에서 창업가 정신 함양 및 창업문화 확산을 위한 ‘2023 제2회 글로컬 청소년 앙트-톤(Ent-THON)’을 개최했다. 영남이공대학교 이재용 총장은 “창업에 대한 열정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메이커 활동을 시제품화하고 비즈니스 모델 구체화까지 완성한 학생들의 미래가 기대된다”며 글로컬 정신 함양 필요성을 고취했다.

동남권 LINC 3.0 사업단 협의회는 지난 8월 일본 후쿠오카 일원에서 2023 동남권 창업노마드 캠프 &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동남권 LINC 3.0 사업단 협의회 황기현 회장은 “지역을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을 도모할 수 있는 글로컬 창업 확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창업교육협의회 고혁진 회장은 “지역소멸 위기의 가속화에 따라 지역대학과 지자체가 서로 협력해 대학이 ‘글로컬 창업인재’의 양성기지로서 대학이 지역 일자리 창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대기업들도 이런 청년 스타트업 글로컬 지원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일례로 포스코가 지원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청년 스타트업 등에 마중물을 부어주고 있다. 스타트업 펫나우의 미국 진출시 포스코는 시드 투자, 홍보, 미국 진출전략, 특허전략, 법인 설립, 개인정보보호법 컨설팅 등을 지원했다.   

이렇듯 글로컬 시대에 맞는 청년 인재 육성과 더불어 전방위적인 청년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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