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3일 국회에서 다음 여론조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3일 국회에서 다음 여론조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포털 사이트 다음의 ‘클릭 응원’ 기능을 두고 정치권에서 여론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데이터 분석 결과 매크로 프로그램을 악용한 어뷰징 행위로 파악되며, 관련 서비스를 중단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과 입장문을 통해 포털 사이트 다음에 여론 조작세력이 개입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중국과의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경기 관련 다음의 클릭 응원과 댓글 응원을 분석한 결과 여론조작 세력의 개입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박 의원이 제시한 다음 클릭 응원 및 댓글 응원 분석자료에 따르면, 중국을 응원하는 클릭 응원은 2000만건 이상 나타나 전체의 91%를 차지했고 한국 응원은 200만건으로 9%에 그쳤다. 하지만 중국을 응원하는 댓글 응원은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네이버의 경우 중국 응원이 전체의 6%인 38만건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두 포털을 비교해보면 다음에 조작세력들이 가담한 것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우리나라 포털에 좌편향 세력들과 중국 특정 세력들이 개입하는 것이 일부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고, 중국 IP를 우회해서 사용하는 북한의 개입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VPN를 이용한 해외 IP 우회접속과 포털 아이디 도용을 통한 댓글 조작행위, 드루킹 사건과 같은 시스템화된 매크로 조작 등을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제시했다. 또한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도 안심할 수 없다며, 포털 사업자들에게 해외 IP 국적표기나 댓글서비스 폐쇄 등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박 의원은 “실제 다음과 네이버의 정치이슈에 달린 댓글을 보면 특정 1%의 사람들이 보수진영만을 저열하게 공격하고 있다. 드루킹 시즌2가 기우만이 아닐 것”이라며 “국정감사를 통해 네이버와 다음 댓글에 국내외 조작세력들이 어떻게 개입한 것인지 엄단조사 할 것이며, 포털 사업자들은 중국 등의 해외 IP로 접속하는 이용자들의 댓글에 대한 국적표기나 댓글서비스 원천 폐쇄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여당 차원에서도 카카오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 국민의힘 김정식 청년대변인은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 국가에서 의심하는 ‘차이나게이트’가 떠오른다”고 논평했으며, 3일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이번 포털 여론조작 의혹은 철저히 조사해 사건의 전모를 반드시 밝혀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4일 논평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메신저·포털을 운영하며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관리감독 책임을 방기한 결과”라며 카카오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관련 대응을 예고했다. 4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이번 이슈에 대한 긴급 현안보고를 받았다. 이후 방통위를 중심으로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부처와 함께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대해 다음 운영사인 카카오는 4일 데이터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악용한 어뷰징 행위로 파악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가 된 다음스포츠 ‘클릭 응원’은 2015년 3월 처음 도입됐으며, 로그인하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스포츠 경기를 응원할 수 있는 기능이다. 많은 이용자가 참여하고, 수시로 양 팀을 응원할 수 있도록 비로그인 기반에 응원 횟수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 카카오 측 설명이다.

회사 측은 한중 8강전에 대한 내부 파악 결과 클릭 응원에 약 3130만건의 응원이 있었으며, 한국 클릭 응원이 6.8%(211만건), 중국 클릭 응원이 93.2%(2919만건)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클릭 응원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IP 5591개 중 국내 IP 비중은 95%(5318개)로 일반적인 수준이었으나, 총 클릭 응원 수 2294만건 중 해외 IP 비중은 86.9%(1993만건)에 달했다. 또한 2개의 IP가 전체 해외 IP 클릭의 99.8%인 1989만건을 발생시켰다. 두 IP에서의 클릭은 경기가 끝난 2일 새벽 12시 30분경부터 이뤄졌으며, 79.4%는 네덜란드를, 20.6%는 일본을 경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카카오 측은 이용자가 적은 심야 시간대에 2개 IP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낸 이례적인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로 간주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해당 서비스는 10월 2일자로 중단된 상태다.

카카오 측은 “클릭 응원 외에 포털 내 비로그인 기반 서비스를 확인한 결과 티스토리 게시물에 대한 좋아요, 댓글 외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앞으로 서비스 전반에서 어뷰징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겠다”며 “이번 이슈로 인해 불편함을 겪으셨을 이용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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