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부작용에 RS 도입 증가
기업 장기 전략 수립에도 긍정적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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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산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인재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황이 지속되고 미래사업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위기를 헤쳐 나갈 주요 동력은 결국 인적 자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의 성과급제도는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측면이 있어 기업의 장기 목표 수립과 의사결정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단기성과 보상은 임직원들이 거시적 전략보다는 당장의 실적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단점이 있고, 또 이른 시기에 보상이 이뤄져 잦은 이직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메타, 알파벳 등 주요 기업들은 장기 전략 수립 및 인재 확보를 위해 2000년대 초중반부터 일찌감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estricted Stock)을 도입 및 운영해왔다.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경제국에서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RS는 임직원이 일정 재직 기간 및 성과 등의 조건을 충족할 경우 회사의 자기 주식 부여를 약속하는 보상 제도다. RS는 주식매수선택권(Stock Option)과 달리 정해진 기한까지 권리를 행사할 수 없어 인재유출을 막기에 적합하다. 또 RS는 보상 지급을 위해 자사주를 매수하기 때문에 주가 부양 효과가 예상되며 개별 임직원의 책임 경영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톡옵션 역시 다수의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보상제도지만 성과 달성 시 즉각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량 매도가 발생할 경우 회사의 주가 및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 2021년 카카오페이 주요 경영진은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을 통해 주식 44만주를 대량 매도, 먹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RS의 이 같은 명확한 장점 때문에 다양한 기업에서 순차적인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화그룹이 최초로 RS를 도입해 김동관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을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한화는 지난 2020년 기존 성과급 제도를 폐지하고 회사 주식 및 주식가치연계현금으로 지급해 최대 10년 후 일정 조건 충족 시 보상을 실현하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한화 관계자는 “임직원의 책임경영, 장기적인 성과를 독려하기 위해 도입했다. RS 제도를 통해 전문경영인도 당장의 실적이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에 따른 전략 수립과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동기 부여 마련이 필요했다”라며 “또 주가가 올라가면 성과가 높아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주주가치 제고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nbsp;‘글로벌기업 경쟁력 강화 의원 모임’이 지난 5일 국회에서 ‘한화그룹의 방위산업 우주 항공 에너지 산업으로의 혁신적 도전’ 세미나를 열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br>
더불어민주당 ‘글로벌기업 경쟁력 강화 의원 모임’이 지난 5일 국회에서 ‘한화그룹의 방위산업 우주 항공 에너지 산업으로의 혁신적 도전’ 세미나를 열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RS의 인재영입 효과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글로벌기업 경쟁력 강화 의원 모임’은 지난 5일 국회에서 ‘한화그룹의 방위산업 우주 항공 에너지 산업으로의 혁신적 도전’ 세미나를 열고 정책적 지원 방안을 논의하며 한화 RS 도입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 제도적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정책적 도입을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지난 8월 30일 범부처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RS 도입 등 인재 유인책을 다양화하기 위해 지원제도를 보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일각에서는 RS가 주식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만큼, 경영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지난달 양도제한조건부 주식의 부여방법, 부여대상, 부여수량 등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RS가 장기 책임 경영 효과를 이끌어 내고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부양한다는 차원에서 장점이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한화 역시 자산 활용 측면에서는 현금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화 관계자는 “김동관 부회장 입장에선 당장 현금을 성과급으로 지급받아 이를 활용하는 것이 자산 활용 측면에서는 더 유용할 것이지만 10년 후인 2033년 받을 수 있는 주식을 지급함으로써 책임경영을 공동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RS 제도가 기업의 승계에 활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한화가 운영 중인 RS는 장기적 책임경영, 책임 투자를 위한 성과보상 제도”라며 “또 RS는 현재 이사회 결의, 주주총회, 계약서 작성, 공시 등 규정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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