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감] 구매 요건 부합하지 않은 업체 알선 탈락하자 담당자 추궁해
김병욱 의원 “아무런 문제 없이 임기만료 퇴직...전반적 감사 필요”

한국원자력의학원 로고. [사진 제공=한국원자력의학원]<br>
한국원자력의학원 로고. [사진 제공=한국원자력의학원]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원자력의학원(이하 의학원) 한 상임감사가 특정 업체를 소개·알선하는 등 의학원의 ‘계약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하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감사원과 의학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 의학원의 영상감시시스템 구매·설치 계획에 부당하게 개입하다 지난해 11월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A씨는 지난 2012년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 사무부총장을 지냈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국가안보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A씨는 2020년 열린 제21대 총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이후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의학원 상임감사로 근무했다. A씨는 의학원 자체감사기구의 장으로서 의학원의 재산 상황과 업무 집행 전반에 대한 감사업무를 총괄했다.

국립병원인 원자력병원을 운영하는 의학원은 2021년 6월 환자 쓰러짐, 밀집도, 불꽃 감지 등 AI 영상분석 기능을 갖춘 ‘영상감시시스템 구매·설치 계획’을 기안해 상임감사 A씨에게 일상감사를 의뢰했다.

의학원은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돼 있는 우수조달 업체 중 구매요건 및 가격 등이 부합하는 5개 업체를 선정한 후 비교·검토해 품질 및 가격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분석된 업체와 ‘우수조달물품 구매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고자 했다.

그런데 A씨는 며칠 뒤 사업 의뢰부서 팀장 B씨를 불러 ‘예산 절감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물품을 나라장터에서 구매하지 말고 경쟁입찰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의뢰부서 팀장 B씨는 다음 날 경쟁입찰방식의 경우 물품과 설치공사를 각각 분리 발주해야 함에 따라 우수조달물품 구매보다 오히려 예산이 약 3억4400만원 더 소요된다고 보고했지만 A씨는 재차 계약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실은 “B씨가 2021년 7월 조달청에 의견을 구해 ‘경쟁입찰 및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은 공사 부분 분리 발주에 따른 비용 상승과 발주부터 계약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등의 문제가 예상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보고했으나 A씨는 기존 사업 추진을 끝까지 반대했다”며 “A씨는 지난 2021년 7월 15일 의뢰부서 팀장 B씨를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본인이 청와대에서 일할 때 알게 된 잘하는 업체가 있다고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B씨는 의학원장까지 검토를 마친 계획이라며 여러 차례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A씨는 해당업체와의 만남을 강요해 결국 B씨는 해당업체 관계자와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해당업체 제품은 AI 기능이 없는 등 구매요건에 부합하지 않았고 B씨는 지난 2021년 8월 해당업체와는 계약이 어렵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A씨는 본인이 소개·알선한 해당 업체를 계속 검토하도록 지시하면서 후보 업체들의 제안서 평가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제안서 평가 기준 마련, 제안서 평가위원 구성 등에 부당하게 관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해 9월 제안서 평가에서 본인이 소개한 업체가 탈락하자 A씨는 담당자를 추궁하고 40여 일간 협조 결재를 지연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감사 결과를 한국원자력의학원에 통보했지만 A씨는 이미 퇴직한 상태다.

또한 A씨는 임기 만료 3개월 전 미국 출장에 1000만원 이상을 사용해 ‘세계감사인대회’에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신의 낙하산 감사가 위력을 사용해 청와대 시절 알게 된 업체를 선정하도록 직원들을 압박했는데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임기만료 퇴직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비위가 드러난 만큼 이 문제에 대한 기관의 법적 조치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 낙하산 인사들의 비위 행위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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