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4세 미만 청소년 범죄 급증…지난해 1만6435명
악용하는 사례 증가하지만 형사처벌 없이 보호처분만
법무부 대책 발표 1년에도…각계 의견 충돌로 ‘올스탑’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길을 걷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사진제공=뉴시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길을 걷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의 연령 기준을 낮추는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최근 청소년 범죄가 5년간 2배 이상 증가하며 청소년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더욱이 일부 청소년들이 강력범죄를 자행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15일 정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올해 4월 인천에서 여중생을 폭행하는 것은 물론 속옷만 입힌 채 촬영한 뒤 협박한 10대 청소년 6명이 공동폭행, 협박, 성폭력특례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이들 중 3명은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해당됨에 따라 검찰로 넘겨지지 않고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소년보호재판을 받을 전망이다.

사건 발생 이후 피해학생 부모가 가해 학생들에게 사과를 요구하자, 이들은 촉법에 해당돼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만 받는다는 내용의 답장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충남 천안에서는 중1, 초등학교 5학년 2명을 또래 학생 20여명이 집단으로 폭행하고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 학생 대부분이 촉법소년이 적용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촉법소년들이 벌이는 범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범죄유형별 촉법소년 현황’에 따르면 국내 촉법소년은 지난 2018년 7364명에서 지난해 1만6435명으로 5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 유형을 살펴보면, 절도(7874명), 폭력(4075명)의 비중이 전체 70%를 차지하는 등 강력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뒤이어 강간·추행(557명), 방화(58명), 강도(15명) 순이다.

현행 법상 촉법소년이란 범죄 행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 형사 처벌 대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을 받게 된다. 해당 조항은 처벌보다는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소년법의 취지에 맞춰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 일부 청소년이 소년법을 악용해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법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촉법소년 기준이 되는 연령을 낮춰 처벌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과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촉법소년들의 강력범죄가 증가한 것은 물론 보호처분 중 13세 비율이 약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촉법소년 기준 연령 하향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하향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소년법 개정안 등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소년범 처벌 확대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고, 미성년자 전과자가 대거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내용을 담은 8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서영교 의원은 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로 조정하자는 법안,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2세 미만으로 낮추고 강력범죄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는 법안을 내놓았다.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진행된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계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진행된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계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러나 각계 입장이 엇갈리면서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UN(국제연합)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 국제 인권기준이 요구하는 소년의 사회복귀와 회복의 관점에 반할 뿐만 아니라,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또한 13세 소년이 형사책임능력을 갖췄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취지로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청소년 형벌권 강화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 당시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낮추더라도 경미한 청소년 범죄는 현행과 같이 소년부 송치 등의 처분이 이뤄질 예정이다”며 “실제 입법화가 되더라도 강간, 강도와 같은 흉포 범죄만 처벌받게 되는 것”이라며 모두 감안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현재까지도 개정안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법무부는 지난해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과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서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며 “국회에서 법안 심사가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회가 부른다면 언제든지 가 해당 법에 대해 구체적,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도록 현재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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