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전 회장 사회 환원 605억원도 행방묘연
증거금률 운영방침 손바닥 뒤집듯...투자자 신뢰↓

키움증권 본사 [사진출처=뉴시스]
키움증권 본사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키움증권이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로 그룹 회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한지 반년만에 또다시 대형 주가조작에 연루되면서 이번엔 사장이 자진 사임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다만 이사회가 사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아 거취 결정은 미뤄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김익래 회장의 사회 환원 약속과 황현순 대표이사 사장의 사임 결정이 보여주기식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 이사회는 지난 16일 정기 이사회에서 황 사장이 영풍제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는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차기 대표이사 사장 인사를 논의하는 승계 절차도 이사회 안건에서 빠졌다.

이를 두고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올해 초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의 배후 인물로 의혹이 불거졌던 김 전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회장직 사퇴와 함께 지분 매도금 605억원을 사회 환원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실상 아무런 계획조차 없는 상황이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황 사장의 사퇴도 이사회가 거부를 하면서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결정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면서 “후임 사장에 대한 논의까지 배제된 것은 외부에서 보기에 재신임을 위한 시간 끌기 오해를 낳을 수 있어 시장 참여자들의 공감을 얻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키움증권 주주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이사회의 결정을 두고 김 회장에 이어 보여주기식 언론플레이라는 말에 공감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이번 영풍제지 사태로 급하게 증거금률 100% 종목을 추가로 대거 늘리는 등 운용방침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모습에 시장에서의 신뢰는 더 잃었다는 평판이다. 

앞서 올해 상반기 위탁매매 점유율 상위 5개 사(키움·미래·삼성·KB·NH) 중 키움증권을 제외한 타 증권사는 신용리스크 관리를 위해 영풍제지가 이유 없는 상승을 지속하던 2월~5월 중 미수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하한가 사태를 기록한 당일(10월 18일)에야 증거금률을 40%에서 100%로 조정했다.

보통 증거금률은 기본적으로 재무제표와 시세·변동성·시장조치 등 여러 지표를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해 산정하지만 증권사 별로 기준이 상이하다. 다만 영풍제지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이 조사 수사 중이라는 소식으로 인한 하한가 사태가 발생하기 전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100%로 높여 놓은 상황이라 회사의 리스크 관리 역량 및 신뢰도에 대한 평판 하락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연이은 주가조작에 연루된 키움증권의 미진한 대처가 향후 회사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쳐 고객기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이스신용평가 이강욱 실장은 “키움증권은 고객기반이 사업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최근 3개년 평균 순영업수익 대비 수탁 수수료 비중은 58.9%로 국내 증권사 평균(31.7%)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이번 사태의 파급효과가 위탁매매 점유율 하락 및 이자수익 축소로 이어진다면 중장기적 이익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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