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여성청소년미디어협회 이영미 회장‧노무현재단 황희두 이사‧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

매년 진화하는 디지털 범죄…“이제는 풍토병”
IT 기술‧스마트폰 보급률 높지만, 책임의식 낮아
“서로 미워하는 방식으로 자기 존재 증명한다”
영구적 피해, 법‧제도로 막기엔 너무 멀리 왔나
정치, 기업, 개인 모두 문제해결과 책임의 주체

디지털 공간에서의 삶이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과 기관들은 업무, 학업, 게임, 공공 서비스 등 분야에 구분 없이 개별 메타버스를 구축하며 디지털 영토전쟁에 한창이다. 가상공간은 지금보다 더 우리의 삶을 이루는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뎌지고 삶의 양상이 병합될수록 디지털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신곡〉은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색욕 등 7가지 죄에 빗대어 디지털 공간에 만연한 범죄를 유형화하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피해자가 양산되는 가운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정부와 기업 등 관련 주체들이 사회적 책임에서 빗겨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디지털 공간이 보다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할 지점은 무엇인지를 모색해보고자 했다.

〈투데이신문〉 디지털 신곡 기획취재 좌담회에 참석한 여성청소년미디어협회 이영미 회장(왼쪽부터), 노무현재단 황희두 이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디지털 신곡 기획취재 좌담회에 참석한 여성청소년미디어협회 이영미 회장(왼쪽부터), 노무현재단 황희두 이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정인지 박주환 변동휘 기자】 “생전 오랜 기간 온라인 괴롭힘에 시달리던 A씨가 안타까운 선택으로 세상을 등졌다.”

우리 사회가 종종 직면하는 뉴스다. 유명인들의 비보가 잊을 만하면 들려오고, 이에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한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고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각종 분석도 쏟아졌지만, 개선되기는커녕 우리 사회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지금도 어디선가 사이버 폭력에 신음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연예인을 비롯해 집계되지 않는 수많은 일반인들이 서로를 공격하고, 상처받으며 오늘도 촘촘한 인터넷망 속에 부대끼며 살아간다.

올해 한국 갤럽의 ‘스마트폰 사용률 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97%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며, 어디서든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이곳에서 기술을 통해 서로를 헐뜯고, 괴롭히는 일들이 매 순간 자행되고 있다. 

이러한 고통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막막한 상황 속에 놓여 있다. 법과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도 자명하지만, 정작 입법은 미디어의 진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이 터지고 난 후에서야 단기적인 관심을 쏟을 뿐, 현실의 심각성에 대해 절감하지 못하는 정치권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희망은 남아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미디어 기술의 우수성만큼 그 책임도 뒤따르도록 하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포털이 수사에 협조하도록 하고,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지며, 개인에게는 미디어를 활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체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투데이신문>은 본보 주관으로 여성청소년미디어협회 이영미 회장과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 유튜브 채널 운영자이자 전 프로게이머 출신 노무현재단 황희두 이사와 진행한 좌담회를 통해 디지털 범죄의 심각성과 개선방안을 짚어봤다.

■ 공감 의지 사라진 디지털 세상

Q. 디지털 범죄나 온라인 비윤리적 행위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영미(이하 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매체가 다양한 발전을 하고 있는 동시에 문화적으로 개인화·고립화 현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미디어나 인터넷으로만 소통하다 보니 얼굴 표정이라든가 말투처럼 느껴지는 것들(비언어적 표현)이 많이 적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상대방의 감정을 잘 알아채기 어려워져서 생기는 일들이라고 본다.

유현재(이하 유): 저는 풍토병이라고 본다. 한국 온라인에서 비윤리적인 행위들이 많아진 것은 쉽기 때문이다. 국민의 96%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곳에서든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다. 만약 다른 나라처럼 인터넷 접속하는 게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그러지 못했을 거라고 본다. 갈등이 일상화된 것도 문제다. 사람들이 싸움과 미움을 기본값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정치인들만 그런 게 아니라 일반인들도 서로에 대한 비난을 ‘놀이’처럼 여기고 있다. 미워하면서 자기 존재를 확인받고 있다.

Q. 어떤 사례가 있을까. 

황희두(이하 황): ‘일베(일간베스트 커뮤니티)’라는 사이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를 기억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핵심 무기는 유머였다. 누군가를 조롱하고 도발했고 어느 순간 비난의 대상이 생겼다. 그런 행위가 추천을 많이 받으니 사람들이 이를 자존감 회복의 수단으로 삼은 듯하다. 전직 프로게이머로서의 경험을 얘기하자면 지난 2010년 아프리카TV가 등장하면서 게임과 커뮤니티의 폭발력이 엄청났는데 문제가 있는 발언이 나오더라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문제가 없는 것이 되곤 했다. 이른 인터넷 문화가 지금은 너무 확산된 상황이라 법과 제도만으로 대응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도 든다.

Q. 오프라인 범죄와의 차이는 무엇인가.

: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몸에 상처가 나거나 재산상의 피해를 입지만 디지털 범죄의 경우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몸의 상처는 흉터는 남을지언정 아픔은 없어지지만 마음의 상처는 회복이 어렵다. 온라인에서 당했던 피해가 계속 떠돌기 때문이다. 피해자로서는 힘들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 디지털 범죄와 오프라인 범죄를 구분하면 안 된다고 본다. 디지털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경찰서에서 하는 말을 보면 “그냥 말한 거잖나”, “누가 때렸나” 같은 식이다. 오랜 시간 동안 둘이 서로 다르다는 걸로 여겨져 사람들이 이 타격감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메신저로 상대를 괴롭힐 수 있는 12가지 방법’이 있다면 아마 한국에서 다 나올 거다. 미디어 연구자로서 답답한 점은 정책이 문제를 못 따라간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서도 이 심각성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 ‘사이버 폭력’이 아니다. 폭력은 폭력일 뿐이다. 어쩌면 훨씬 더 가중 처벌 돼야 할지도 모르겠다. 앞에 붙는 ‘사이버’ 등의 형용사 때문에 사람들이 심각성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 맞다. 영원히 치유되지 않기 때문에 형량을 더 높이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온라인 범죄에 대한 더 많은 고민과 경각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 요즘 젊은 층에서 ‘누칼협’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는 뜻이다. 무슨 문제가 생겨도 전혀 연대나 공감할 의지가 없다는 표현으로 보인다. ‘알바냐’는 표현도 많이 쓰인다. ‘네가 힘든데 내 알 바냐. 나도 힘든데’라는 의미다. 이런 유행어들을 보면, 법이나 제도 개선과 동시에 ‘연대와 공감의 언어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병행해야 한다고 본다. 굉장히 심각한 상황인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별 관심이 없다. 특히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피해를 입은 경우 당연히 감당해야한다는 개인의 정신력 문제로 흐르기 쉽다.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 ⓒ투데이신문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 ⓒ투데이신문

군중 속에 숨은 가해자들

Q.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 디지털 기기를 통해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괴롭힘 행위)으로 인해 안타까운 선택을 하신 분들 중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의 여성이 많다. 

: ‘링 위’에 올리기 편한 것 같다. 굉장히 나쁜 버릇이다. 공격을 하려다가도 법무팀이 나선다고 하면 못 한다. 이런 유형의 범인들은 보통 나만 그랬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100명, 200명이 같이 괴롭히면 훨씬 더 파급력이 커지지 않나. 그런데 이들은 자신을 ‘One of them(군중 속의 개인)’으로 보고 죄가 1/100, 1/200으로 분산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무서운 지표가 있는데, 바로 청소년과 20대 여성들의 자살률이다. 이유가 뭘까 생각하면 마음 때문인 것 같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거다. 각 세대별로 감당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는데, 20대 여성이 감당할 수 없는 점을 콕콕 짚어서 괴롭힌다. 여기에는 미디어가 또 중요한 매개가 된다. 취약계층에게 가해지는 압박과 범죄를 디테일하게 잡아내야 한다. 얼마 전 고(故) 표예림씨 사건이 있었다. 4년 전 고 설리씨 때도 경험하지 않았나. 4년 전 설리씨 때 인터뷰했던 제가 올해는 표예림씨 일로 또 인터뷰를 했다. 예방하지 않으면 4년 뒤에 또 하게 될지도 모른다. 

: 젊은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점도 온라인 범죄에 많이 노출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예쁘고 젊으면 대응을 잘 못할 거라고 여기는 듯하다. 한 번 때리면 울 것 같이 약하게만 본다. 동등한 사회 인격체, 직업인으로 보는 대신 쉽게 농락하고 놀리고 괴롭힐 수 있는 대상으로 본다. 제가 속한 여성청소년미디어협회에서 디지털 성범죄 관련 활동을 많이 해왔는데 젊은 여성 연예인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사진과 영상이 얼마나 많이 양산되는지 모른다. 대상 인물이 이렇게 자기 얼굴이 마치 진짜인 양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는 걸 알면 어떤 기분일지 우려된다. 

Q.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은 경우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

: 딥페이크나 디지털 성범죄 사례를 신고할 경우 방통위에서 모니터링 후 삭제 조치한다. 디지털 성범죄 지원센터 또한 삭제와 법률적 지원을 동반한다. 하지만 피해물은 없어지거나 지워지지 않는다. 때문에 가해자에게 영구적 책임과 보상의무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가해자들이 여성 청소년을 상품화하는 경우, 제가 알기로 외국은 이런 피해가 생기기 전에 플랫폼 등 기업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그게 중요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 하에 정책을 내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식을 높여야 한다. 또 인터넷 사이트별로 청소년 보호 책임자를 두고 있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불법 영상물 책임자’의 권한을 신설해 관리자를 명확하게 두면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

Q. 신고 방법과 사후처리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는데.

: 불법 영상물이나 디지털 성범죄 등의 ‘콘텐츠’들을 발견했을 때 신고하기가 너무 어렵다. 방심위에도 신고하면 20~30일 정도가 걸리는데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신고 방법이나 절차에 대한 공지가 일괄적으로 내려졌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쉽게 신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건수도 많이 늘지 않겠나. 

: 대응할 때 처벌의 엄중성, 신속성, 확실성 얘기를 하는데 정부 방침을 보면 엄중성에 대해서는 좀 담론이 있는데 빠르고 확실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부족한 것 같다. One of them이 맞는 말인 게, 가해자로 하여금 ‘책임이 나한테까지는 안 온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조롱할 때는 한 편인 것 같지만 고소장 받는 건 결국 개인이다. 그때 되면 혼자 싸워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 피해 이후 방심위에 신고를 할 순 있겠지만, 오래 걸리고 할 수 있는 건 차단, 권고 조치 등 한계가 있다. 사망 후 피해자의 이름을 따 ‘무슨무슨 법’들이 나오는데 피해 자료가 어딘가에는 남아 있게 된다. 피해는 ‘기하급수’로 증가하는데 조치를 취하는 속도는 ‘산술급수’에 그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민주주의의 표상인 미국에서는 뭐 하나 잘못하면 징역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298년형 이렇게 판결된다. ‘너는 죽어도 못 나와. 우리 사회의 선을 넘었어’라는 상징적인 의미다. 우리도 그래야 하는데 우리는 까딱하면 사면, 특별사면 시켜주니 문제다. 형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슈퍼챗 등 혜택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노무현재단 황희두 이사 ⓒ투데이신문
노무현재단 황희두 이사 ⓒ투데이신문

■ 정치권의 직무유기, 소극적인 기업들

Q. 〈투데이신문〉 자체 설문조사 결과 준실명제 도입 찬성 비율이 70%에 달했다. 실효성이 있을까.  

: 문제 해결 방법 중의 하나로서는 거론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실명제에 대해 ‘표현의 자유’ 관련 위헌 판단을 내렸는데 하느냐 마느냐에만 치중하다보니 의제 형성이 무너지고 있다. 다음 비극이 또 올 수 있다는 것을 다들 인지하고 있음에도 논의가 나오다가 사라지고 있다. 다만 법·제도와 함께 문화적인 대안도 같이 꾸려나가야 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행위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정치인 개인의 이미지를 위해 죽어가는 사람들을 방치하고 있는 정치권도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든다. 

: 사실 준실명제는 개인의 기본권, 표현의 자유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실현은 어려울 것 같다. 그럼 다른 대안을 생각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특히 청소년과 성인 사이의 불법적인 일이 일어나는 익명·랜덤 채팅방이 큰 문제라고 본다. 이렇게 심각한 분야부터 차차 개인 정보 인증 후에 사용할 수 있다거나 하는 점진적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 우리 사회가 느끼기에 심각한 사안을 꾸준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양식을 만들어 매달 디지털 범죄가 이만큼 나왔다. 계속 발표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도 ‘이게 정말 나쁘구나’ 하는 걸 국민들이 느낄 수 있다. 이 발표가 한 달, 두 달, 세 달 쌓이면 전 인식 변화가 될 거라고 믿는다. 근데 지금은 이런 *넛지(Nudge,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들을 정교하게 쓰지 못하고 있다.

Q. 플랫폼 기업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그리고 어디까지 규제하는 것이 가능할까.

: 복잡한 문제다. 대표적인 기업 유튜브를 보면 인기를 끄는 콘텐츠들은 중간이라는 게 없다. 태생적으로 플랫폼은 극적이어야만 인기를 끌어가는 구조가 됐다. 이 가운데 플랫폼 기업들은 어마어마하게 돈을 벌지만 책임은 안 진다. 연결망은 국내망 사용하면서 비용 지불도 안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좀 강하 가야 한다. 플랫폼 기업들 우리나라에서 버는 돈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지 않나. 그럼 우리나라에서의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논리는 명확하다.

: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의 경우 보도도 많이 됐는데 경찰들이 누리꾼들에 대해 끝까지 수사하기가 쉽지 않다. 플랫폼에서 협조를 안 하면 더 이상 수사 진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플랫폼에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방치하지 말고 확실히 그 실효성을 따져 물어서 법이 있다면 확실히 하고 없다면 빨리 만들었으면 한다. 적용할 수 있는 법이 있다면 강화해야 한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특정 사안이라도 확실히 해결했으면 한다. BJ 잼미 사례가 특히 아쉽다. 스트리머 잼미와 어머니가 악성 댓글 및 사이버불링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국민청원 20만명을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관심 없이 넘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현실적인 해결이 가능하도록 수사 협조나 세금 부과 등을 강화했으면 한다.

여성청소년미디어협회 이영미 회장 ⓒ투데이신문
여성청소년미디어협회 이영미 회장 ⓒ투데이신문

■ 지속적인 의제 공급과 교육 필요

Q. 우리 사회의 자정능력은 어느정도 수준인가. 

: 문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진화하는데 우리는 너무 모른다. 법에 대해 잘 모르고, 기술과 문화의 발전에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다. 정치권에서도 인식을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법을 만들지 않고, 그래서 법이 현실에 따라가지 못하고, 법이 있다고 한들 적용되지 않는다. 현실을 모르고 만든 법이니 당연한 일이다. 타인의 사생활이나 거짓된 정보를 종합해 재미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정말 나쁜 범죄라는 걸 알아야 한다.

: 우리 사회에서 의제를 결정하는 게 누굴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언론과 정치인이다. 쉽게 말하면 이들 신경 쓰는 우선순위가 디지털 범죄가 아닌 거다. 단지 1년에 한두 번, 사건이 터졌을 때, 9월 12일 자살 예방의 날 같은 때 관심을 갖는다. 이때 국회 토론회 현장에도 많이 나가곤 했는데 의원들 대부분 인사말만 하고 나간다. 의제가 계속 공급되지 않는다면 사람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가 어렵다.

: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상대적 박탈감이 정말 심각하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모두 잘 나간다. 그게 마치 평균인 것처럼 돼 있으니까 내가 부족하구나 하는 좌절감이 들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내게 어떤 도움이나 이익이 되냐는 문제를 떠나서 그냥 잘 사는 것 같은 그들이 망해야 내가 행복할 것 같은 생각을 한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법과 제도만으로는 자정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Q. 양극화되고 있는 온라인 문화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극단으로 갈수록 그 사람이 대우받는 문화가 있다. 여야, 진보나 보수를 떠나 한쪽으로 강하게 발언하면 나중에 윗사람이 기억했다가 데려가는 식이다. 강한 말을 해야지만 인정받는다고 생각하는 문화다. 정치인들의 막말이라는 게 사실 그렇게 말 안 해도 되는 것 아닌가. 정치의 원래 목적은 바르게 잡는 것이다. 진실은 중간에 있다. 그런데 우리를 대변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극단적으로 말하면 대중들도 그렇게 된다.

: 젠더(성별) 갈등 같은 경우도 언급하고 싶다. 온라인에서는 양측 간 타협이 절대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오프라인에서는 좀 대화가 된다. 온라인화 되면서 소통 부재의 기간이 더 늘어난 것이 아쉽다. 당장은 해결하기 어렵지만 이런 논의들을 축적하면 특정 사례나 문제에 연계 됐을 때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 깊이 있는 생각과 표현이 줄어들어 양극화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Q. 사람들의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 인식 개선 방법은 명확하다. 관련 기사가 많이 나오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교육하는 것이다. 디지털 범죄는 남의 인권과 인격을 침해하는 것이고 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을 어린 시기, 청소년기부터 정말 많이 알려줘야 한다.

: 공감한다. 다만 청소년들이 부모님이나 기성세대에 반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대한 이해하면서 자유를 존중하되 ‘이런 책임을 지게 되니 알아서 판단하라’는 쪽이 적절하지 않을까 본다. 소수자나 약자들에게도 공감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걸 전달하고 이런 사례들을 계속 눈에 보이게, 손에 잡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관련 사례를 어떻게 더 발굴하고 어떤 방법으로 현장에 전달할 것인지를 고민해 결과물을 어딘가에 모아두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 지속적인 교육이 가장 효과가 있다. 저는 미국에서 3년 정도 교수 생활을 했는데 학생들이 1학년 입학할 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는다. 우리 사회는 사람들이 미디어를 소비하는 현명한 방법, 적절한 댓글을 쓰는 법에 대해 배우지 못했다. 댓글은 기본적으로 지저분해야 재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무조건 서로 칭찬만 하라는 것이 아니라 기분 나쁘지 않게 비판하는 방법에 대해 우리 사회가 배워야할 필요가 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