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신건강정책 대전환 혁신방안’ 발표
국민 100만명 심리상담·2년마다 청년 정신검진
혁신위 구성해 과제 수행…예방·치료·관리 강화
의료계 “증액된 예산 관리·규제 및 간섭 없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된 정신건강정책 비전 선포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된 정신건강정책 비전 선포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정신건강 문제를 중요한 국가 어젠다로 삼고 정신질환 예방·치료·관리 전반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대책에는 오는 2027년까지 국민 100만명에게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확률 1위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6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정신건강정책 비전 선포대회’를 열고 이같은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공개했다.

이번 회의는 대한민국의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상황과 원인을 진단한 뒤 정신건강정책의 대전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선포대회에는 정신건강 유관기관 관계자 및 전문가, 당사자 등 민간을 포함해 부총리 겸 교육부 이주호 장관,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법무부 한동훈 장관,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등 정관계 인사 등 약 10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급속한 산업 발전, 1인 가구의 증가, 가족을 비롯한 공동체의 붕괴, 과도한 경쟁 등으로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해졌지만 국가 차원의 본격적인 투자가 거의 없었다”며 “정신건강 문제를 중요한 국가 어젠다로 삼고 적극 해결책을 강구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방, 치료, 회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지원체계를 재설계해 정신건강정책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꿔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의 ‘정신건강 혁신 방안 보고’가 이어졌다.

혁신 방안에 따르면 국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율은 지난해 인구 10만명 당 25.2명으로 OECD 평균(10.6명)의 2배 이상을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다년간 OECD 국가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수치다.

이에 더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중증 정신질환자 수는 지난 2021년 65만명이 넘었음에도 지역사회에 등록된 정신질환자 수는 16만명에 그쳤다. 이에 지난 8월에는 서현역흉기난동 사건 등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는 10년 내 스스로 목숨 끊는 비율을 12.6명 이하로 약 50% 감축한다는 목표를 정한 뒤 ‘정신건강정책 대전환, 예방부터 회복까지’라는 비전을 선포하며 △일상적 마음 돌봄 체계 구축 △정신응급대응 및 치료체계 재정비 △온전한 회복을 위한 복지서비스 혁신 △인식개선 및 정신건강 정책 추진체계 정비 등 4대 전략을 수립했다.

먼저 오는 2027년까지 국민 100만명이 1인당 60분씩 8회에 걸쳐 전문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내년부터 중·고위험군 8만명을 대상으로 시행해 오는 2027년 50만명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해당 사업은 영국의 ‘근거기반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IAPT·Improving Access To Psychological Therapy)’를 벤치마킹했다.

다음으로 20~34세 청년 대상 정신건강검진은 2년마다 시행한다. 검사 대상 질환도 우울증 1종에서 조현병, 조울증 등 3종 이상으로 확대하고 상담·치료 등 후속조치까지 연계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일반건강검진 수검률을 고려했을 때 약 300만명의 청년이 정신건강검진을 받을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중증 정신질환이 대부분 20대부터 발병하며 조기개입으로 상담·약물치료를 적절히 병행해 치료하면 회복·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정신응급 현장대응 체계 및 의료 인프라를 구축·확대한다. 24시간 정신응급 현장에 출동 가능하도록 전국 17개 시·도에 정신건강 전문요원과 경찰관이 운영하는 합동대응센터를 설치한다. 퇴원 후에도 치료유지를 위해 시범수가의 정규수가화, 장기지속형 주사제 본인부담을 완화한다.

내년 7월부터는 국가·공공기관과 학교 종사자 등 1600만명에 대한 자살예방교육이 의무화된다. 앞으로 정부는 경찰, 소방 등 대상별로 교육 콘텐츠를 다변화하고 단계별 교육체계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정신재활시설 및 복지서비스도 개발·확충된다. 정신요양시설의 입소절차 및 인력기준을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재활시설로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이외에도 정부는 정신건강 편견 해소를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추진하고 정신건강전문요원 양성 및 처우개선을 추진한다.

정신건강정책 대전환의 추진전략.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 대전환의 추진전략.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정신건강을 국가적 의제로 삼은 정부는 정신건강 정책의 장기적·복합적인 과제를 추진하고 평가해 나갈 구심체로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위 과제를 해결해 나갈 전망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마음건강서비스 이용률을 12.1%에서 24%로 2배, 정신장애인 고용률은 10.9%에서 30%로 3배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 사업 539억원을 비롯해 내년도 정신건강정책 분야에 3866억원을 편성한다. 이는 올해 예산과 비교해 706억원 증액된 규모다.

해당 대응책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예방과 재활 과정을 다루는 정신건강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의료 현장에 적용된 각종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청년 정신심리상담에 500억원이 넘는 큰 예산이 배정됐는데, 해당 예산이 알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회장은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현재 청년 정신심리상담 관련 예산만 공개됐는데,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자격이 없는 등의 상담사에게 청년들이 진료받을 수 있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 치료 자격 관리, 치료 프로그램들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지난 정부의 탈원화 정책과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인한 정신병원 병상 감축으로 정신질환자의 입원 치료 및 절차가 어려워졌고 많은 의사 인력이 떠난 상황”이라며 “혁신 과정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규제하고 간섭하거나 보호자 및 의료진에게 지나친 책임을 무는 제도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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