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등 호소에도 경증 분류돼…치료 대기
7시간 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지만 숨져
“응급전문간호사 등 활용해 모니터링해야”

서울 소재 모 응급의료센터의 모습.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소재 모 응급의료센터의 모습.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대학병원 응급실을 홀로 찾은 70대 환자가 장시간 대기하던 중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대기환자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8시 36분경 강원 춘천에서 홀로 사는 A(74)씨는 119에 어지럼증, 두통 등을 호소했고, 이에 곧바로 강원도 소재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A씨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대기실에는 환자 19명이 있는 상태였다. 당시 A씨는 병원 측 자체 진단에 따라 경증으로 분류돼 대기실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그러나 병원에 방문한 지 7시간여만인 이튿날 오전 4시경 그는 병원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의료진이 A씨를 발견한 뒤 즉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앞서 의료진은 오후 11시∼새벽 2시까지 세 차례에 걸쳐 A씨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자,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 A씨가 마치 대기실에 앉아 쪽잠을 자는 것처럼 보였던 탓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보호자도 없었기에 의료진이 그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이에 병원은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데 이어 병원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등 구체적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응급실은 대기환자가 많아 접수 후 빈 베드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대기 중 돌발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그래서 응급실에는 환자상태별 대기순위 결정하는 방법 등 세부운영지침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이어 “그럼에도 이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기환자를 모니터링하는 인력이 필요하다”며 “해당 인력으로 의사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응급전문간호사 등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종료된 2024년도 상반기 전공의(레지던트 1년 차) 모집에서 수련병원 65곳의 응급의학과 지원율은 80.7%(정원 187명·지원 151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명 ‘빅 5(삼성서울병원,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중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각각 125.0%와 116.7%의 지원율을 보였지만, 나머지 3곳은 정원조차 채우지 못했다.

빅5 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응급의학과를 지원한 전공의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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