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2023년의 끝자락에 중국에서 엄청난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달 22일 중국 국가신문출판서가 발표한 ‘온라인 게임 관리 대책(의견 초안)’이라는 이름의 문서에는 미성년자 보호와 과소비 유도 방지 등을 명목으로 하는 고강도 규제안이 담겨 있었다. 이로 인해 중국 게임사들의 주가가 폭락했음은 물론이고,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를 두고 증권가와 언론 등지에서는 해당 규제가 시행됐을 때를 가정한 여러 시나리오들이 나왔고, 국내 게임업계는 상황을 조용히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내용들이 확정된 안도 아니거니와, 오히려 시장의 충격에 중국 정부조차 놀란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때문에 초안보다는 다소 후퇴한 내용의 수정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여기저기서 제시되는 중이다.

다만, 일련의 과정에서 보이는 ‘상수’ 하나가 있다면, 중국 정부의 규제 의지다. 게임산업을 탄압하듯 옥죄었던 지난 2021년만큼은 아니겠지만, 단지 강도의 차이일 뿐 적정 수준의 규제를 통해 정부의 입맛대로 시장을 관리·통제하겠다는 의지는 언제나 갖고 있다는 뜻이다.

설령 이번에는 시장의 반응을 의식해 다소 후퇴된 안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중국 정부는 언제든 강경책을 사용할 수 있다. 2021년에는 업계의 곡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성년자 보호 명목의 규제책을 밀어붙인 바 있으며,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테크 기업 길들이기’라는 평가를 내렸다. 

어떤 산업이든 규제가 없을 수는 없다. 다만 특정 국가의 이슈가 국내 업계 분위기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점은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국내 게임업계의 해외 기반이 그만큼 탄탄하지 못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한령 이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내 게임업계는 신시장 개척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과적으로 성공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까지도 토종 게임 대다수의 진출영역이 중화권과 동남아에 그치고 있으며, 북미와 유럽, 일본 등 ‘빅 마켓’에서는 소수의 타이틀을 제외하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중국에 대한 의존이야 강제적으로 하지 못했다지만, 그렇다고 딱히 대안을 찾지도 못한 채 빗장이 풀리기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넥슨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와 네오위즈 ‘P의 거짓’이 호평 속에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고, 민트로켓의 차기작 ‘낙원’도 지난달 프리 알파 테스트에서 게이머들의 낙점을 받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기대를 받았던 펄어비스의 차기작 ‘붉은사막’도 출격을 기다리는 중이다. 

한국게임정책학회 이재홍 학회장은 본보 취재에 응하면서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이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맞지만, 국내 게임업계가 꼭 여기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며 “확률형 아이템을 넘어선 새로운 BM, 새로운 IP 창출에 전력투구해 글로벌 게임사들과 순수하게 게임으로 경쟁하는 때가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업계를 향한 그의 애정 어린 쓴소리가 현실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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