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건강보험 보험료 개선방안' 당·정 협의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건강보험 보험료 개선방안' 당·정 협의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다음 달부터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가구 상당수가 재산보험료 기본공제액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자동차에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아 경감 혜택을 누릴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개선방안으로 인해 보장성 강화 등 건강보험 발전이 미비해질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9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5일 국회에서 ‘건강보험 보험료 개선방안 협의회’를 열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자동차에 부과하는 보험료를 이르면 다음 달부터 없애기로 결정했다.

현재 잔존가액 4000만원 이상의 자동차를 대상으로 건보료가 부과되고 있다. 

또한 당정은 지역가입자의 재산에 대한 보험료 부과할 경우, 공제금액을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해 재산보험료 부담도 완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으로 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진행한 뒤 이르면 올해 2월분 건강보험료부터 자동차 부과 폐지 등 이번 개선 방안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료 중 자동차·재산보험료를 부담하는 353만가구 가운데 94.3%인 333만가구가 혜택을 받게 된다. 333만 가구의 건강보험료가 월평균 보험료 2만 5000원, 연간 30만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이 당정의 설명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된 과도한 보험료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며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현재 직장가입자에게는 소득(월급 외 소득 포함)에만 보험료율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책정하지만,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에 이어 재산(전월세 포함)과 자동차에 점수를 매기고 점수당 단가를 적용해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건보 직장가입자는 소득에만 일정 비율로 보험료가 부과되는 정률제로 이뤄지는 반면, 지역가입자는 소득뿐만 아니라 재산에도 보험료를 지불함에 따라 실거주용 주택과 생계용 자동차에도 보험료를 내 이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정부는 이 같은 지역가입자의 재산 부과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2단계에 걸쳐 부과체계 개편에 돌입했다.

이번 개편으로 인해 건강보험료 수입은 연간 9831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재원이 필요할 경우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 등을 통해 조달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향후 건강보험 보장성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현재 정부가 지출을 효율화한다며 이미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축소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긴축시도의 일환이며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할 정책”이라며 “건강보험 재정은 확충하고 환자 직접 의료비는 경감해야 하는데, 건강보험 보장성을 줄이겠다는 것은 복지 축소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액 4000만원이 넘는 자동차에 부과하는 보험료를 폐지한 것은 서민 감세가 아니다”며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완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액자산가에게도 해당되는 균등 감세안”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도 지난 8일 논평을 내고 “불공평한 부과제도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면서도 “건강보험 재정부담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등 건강보험 발전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짚었다.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약 25조원으로 추산되며 저출산, 고령화 등의 여파로 건강보험 지출은 올해를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경실련은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낭비의 주범인 행위별수가제 개편 등 지불제도 개편에도 즉시 착수해야 한다”며 “보다 구체적이며 지속가능한 지출효율화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발표 시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하 건보노조)은 전날 이번 방안에 대해 오는 4월 앞둔 국회의원 총선거를 고려한 ‘생색내기식 발표’라고 평가했다.

건보노조는 “이번 개선안은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 강화를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서, 지난 2017년 여야 합의로 개정된 건강보험법 ‘소득 중심 부과체계 1·2단계 개편안’의 연장선”이라며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의 오랜 노력의 산물이었음에도 마치 당정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보험료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식의 선거용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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