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부담 감소 목표
간호계, 대체로 환영…“병동 추가 역차별 우려”
복지부 “양질의 인력 양성·근무여건 개선할 것”

한 요양병원에 입원 환자가 앉아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 요양병원에 입원 환자가 앉아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일명 ‘간병 지옥’으로 불릴 만큼 개인 부담이 큰 간병에 대한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간호계는 간호인력의 근무여건이 개선돼 대체로 환영했지만, 재원·인력 확보에 대한 우려는 쉽게 잠재워지지 않는 모습이다.

22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국민 간병부담 경감 방안’을 확정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고령화에 따라 국민들의 간병 부담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로 사적 간병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는 약 1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간병 도우미료 역시 전년 대비 증가율이 지난 2020년 2.7%에서 지난해 9.3%로 급격히 상승했다. 여기에 간병인력에 대한 관리체계 부재로 간병서비스에 대한 국민 불신도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수술 후 입원하는 급성기병원부터 요양병원, 퇴원 후 재택까지 환자 치료의 모든 단계별로 간병서비스 지원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현재 연 230만명 수준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용자를 오는 2027년에 400만명까지 확대해 간병비 부담을 10조7000억원가량 감소하겠다는 목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 또는 간병인 없이 간호사·간호조무사가 24시간 입원환자를 맡는 서비스다.

우선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법제화된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제도를 개편한다. 중증 수술환자, 치매, 섬망 환자 등 중증도와 간병 요구도가 높은 환자들을 위한 중증 환자 전담 병실을 도입하고, 간호사 1명이 환자 4명, 간호조무사 1명이 환자 8명을 담당하도록 한다. 

간병 기능 강화를 위해 간호조무사 배치를 최대 3.3배 확대한다. 현재 4개 병동까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던 상급종합병원은 비수도권 소재 병원(23개)부터 오는 2026년에 전면 참여를 허용하고, 수도권 소재 병원(22개)은 6개 병동까지 참여 가능하다.

요양병원 간병 지원도 단계적으로 제도화된다. 오는 2024년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10개 병원을 대상으로 1차 시범사업을 단계적으로 실시한 뒤, 오는 2027년 1월부터 본 사업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퇴원 후 집에서도 의료·간호·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는 간병인력 공급기관 관리기준 마련 및 등록제 도입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이어 복지 용구(보조기기) 지원을 확대하고 간병·돌봄 로봇도 개발한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환자가 입원, 수술부터, 회복·요양, 퇴원 후까지 필요한 간병서비스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 국민들의 간병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간병비 걱정없는 나라’ 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간병비 걱정없는 나라’ 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간호계 반응은

이같은 정부의 국민 간병부담 경감 대책에 간호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번 대책에 담긴 교육전담간호사 배치 의무화, 간호인력 처우개선 강화 등이 그간 간호계에서 일관되게 촉구했던 사안들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향후 통합병동 이용환자의 안전 및 서비스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동시에 사적 간병비 부담을 해소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며 “중증환자가 질 높은 간호·간병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단계적으로 간병 지원 대상기관도 반드시 확대돼야 한다고 짚었다. 더불어 중증도 및 간호필요도에 따라 간호사 비중을 반드시 70% 이상으로 운영토록 급여기준을 설정하고, 현재 운영하는 인력배치기준 보다 상향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간협의 주장이다.

오는 2026년부터 비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23개)은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서 간협은 “간호·간병서비스가 필요한 중증환자가 많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참여 가능 병동을 단지 2개만 추가해 최대 6개 병동으로 참여를 제한 것은 역차별 등의 여러 가지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이하 간무협)도 “해당 방안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에 있어 간호조무사는 계약직으로 채용돼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배경에는 간호조무사에 대해 낮게 책정된 수가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에 정규직 간호조무사 채용 확대 등 간호조무사 처우개선이 담보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복지부는 신규 간호사, 간호조무사 배출 속도를 분석해 봤을 때 인력 배치에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간호인력을 더 많이 투입하는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채용 독려에 나선다.

재원 마련도 숙제다.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시 연간 최대 15조원의 재원이 소진돼 이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3~2032년 건강보험 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건보재정은 현행 보험료율(7.09%)을 유지할 경우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오는 2028년이면 적립금이 소진되며, 오는 2032년에는 누적 적자금액만 61조6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복지부는 2단계로 구성된 시범사업을 거쳐 대상자군 및 선정방식의 적절성을 면밀히 점검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세밀하게 설계한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사회적 논의를 통해 재원을 무엇으로 지정할지 고민하고 요양병원이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기능 재정립 등 현재의 문제점 개선을 병행해 불필요한 입원 최소화와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간병비 지원은 물론 양질의 간병인력 양성 및 근무여건 개선, 민간의 서비스 제공기관에 대한 지원 및 관리로 간병서비스의 품질 향상 등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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