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수정된 ‘간호법’ 대표발의
‘지역사회’→‘다양한 영역’ 등 수정
간호계 ‘환영’…의사 등 단체 반발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간호법 제정안 재표결일인 지난 5월 말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간호법 제정 약속 이행 촉구 및 이종성 의료법 개악 저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간호법 제정안 재표결일인 지난 5월 말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간호법 제정 약속 이행 촉구 및 이종성 의료법 개악 저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지난 5월 폐기 수순을 밟았던 간호법 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다시 발의됐다.

이에 간호사 단체는 환영하며 국회 통과를 촉구한 반면 의사·간호조무사 등 다른 의료계 직역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대립을 예고했다.

23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재의결 과정에서 부결된 간호법을 수정보완해 전날 재발의했다. 앞서 지난 4월 간호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제정이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 재발의 된 간호법은 지난 7월 2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총에서 결정된 간호법 재추진 방침에 따라 후속으로 추진됐으며, 고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21명이 뜻을 함께 했다.

이번 간호법 재추진안은 간호법의 목적을 기존 ‘의료 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것에서 ‘보건의료 기관, 학교, 산업현장, 재가 및 각종 사회 복지시설 등 간호 인력이 종사하는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하는 안으로 수정됐다.

이와 함께 간호사의 업무를 ‘진료 보조’로 명시하는 것은 물론 이를 대통령령으로 위임해 구체적 업무 범위와 한계를 정하도록 하고, 간호조무사 응시 자격은 기존 고등학교 학력 규정을 ‘고등학교 학력 이상’으로 조정했다.

기존 간호법 제정 과정에서 큰 논란을 야기했던 목적 조항의 ‘지역사회’를 ‘다양한 영역’으로 열거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의사·치과의사·한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된 간호사 업무 범위를 보건복지부령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도록 해 불법 진료 문제를 해소하고자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고 의원은 간호조무사 자격 고졸 학력 제한에 대해서는 대한간호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간 입장 차이가 너무 커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고 의원은 “간호법 재추진 결정 이후 보건의료직역 간 수용 가능한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발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이번 안에 반영되지 못한 부문은 법안 심사과정을 통해 더 채워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회원이 지난 5월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간호법 및 의료인 면허 취소법 반대 릴레이 단식투쟁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한의사협회 회원이 지난 5월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간호법 및 의료인 면허 취소법 반대 릴레이 단식투쟁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간협 “환영” VS 의료연대 “악법”

간호법 재발의 소식이 알려지자,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환영 의사를 내비쳤다.

간협은 “새롭게 발의된 간호법안은 지난 간호법안의 마지막 쟁점을 해소했다”며 “간호법은 간호사가 다른 보건의료인의 업무 영역을 침범하거나 지역사회에서 간호사만의 이익을 도모하자는 취지가 결코 아니며, 그럴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간호법은 고령화와 보건의료 환경 변화에 따른 보건의료체계 혁신이라는 세계적 흐름과 시대적 요청에 부합할 수 있도록 간호법을 통해 국민건강 증진과 보편적 건강보장(UHC)에 기여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간호돌봄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간호계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간호사의 역할 강화를 위한 전략 방향을 담은 SDNM(Global Strategic Directions for Nursing and Midwifery 2021–2025)을 채택했다는 점을 들며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변수는 다른 의료계 직역들의 반대다.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4개 단체로 구성된 14보건복지의료연대(이하 의료연대)는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간호법안 재발의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의료연대는 간호법이 제정된다면 추후 법 개정을 통해 간호사의 의료기관 개설 관련 근거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의사·간호조무사 등 직역단체는 지난 5월에도 연가투쟁 등 부분 파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한 가장 큰 이유로 이 같은 보건의료직역 단체들의 극심한 반대가 꼽힌다.

의료연대는 “국회에서 국민의 돌봄을 위한 법안이라며 강행 처리되고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폐기된 간호법안의 실상은 모두 거짓”이라며 “단순히 ‘간호사특혜법’ 일뿐이었다는 게 이미 증명돼 재론의 가치마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간호법안은 통합적 의료 돌봄을 위한 우리의 미래를 막는 또 다른 거대한 ‘칸막이’고, 약소직역의 불평등한 처우와 노동환경을 도외시하고 간호사 처우만을 개선하겠다는 이기적인 ‘악법’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이 간호법안 재발의를 독단적으로 강행할 경우, 즉시 간호법안 폐기 공동연대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여기에 의대정원 확대 문제로 정부와 의협의 갈등이 심화돼 총파업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간호법 재추진 움직임까지 나와 간호사 외 의료직역 전체의 파업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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