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역 간 갈등·국민 불안 초래”
“숙의과정서 해소 못해 아쉬워”
민주 ‘거부권 반복 안 돼’ 경고
“정부 여당, 스스로 공약 부정”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에 이은 두 번째 거부권 행사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20회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간호법 제정안을 재가하며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유관 직역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 건강은 다양한 의료 직역의 협업에 의해서 제대로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입장을 밝혔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 있는 간호사 업무 규정을 별도 법안으로 분리해 간호사의 자격·처우 등을 개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간호사 단체는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법안 공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다른 직역에서는 간호사의 단독개원과 의사 진료 범위 침범 등의 이유를 들어 강력 반대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이에 당정은 윤 대통령에 지난 14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윤 대통령에 간호법에 대한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법안을 국회에서 다시 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석수가 115석으로, 전체가 반대하면 간호법은 폐기된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 가르고 사회 혼란 악화시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식으로 거부권 행사가 반복될 경우, 정국은 꼬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국민을 가르고 사회 혼란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여당의 역할은 갈등 조정과 중재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것이지, 조장이 아니라”라며 “공약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을 넘어 농민과 노동자, 간호사, 의사, 조무사까지 국민을 가르고 혼란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런 식이면 남은 4년을 견뎌야 하는 국민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희망을 갖기 어렵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어야 한다. 거부권 행사 반복되면 가뜩이나 꽉 막힌 정국 더 막히게 할 것이다. 국무회의 결과는 거부가 아닌 통합이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간호법 거부권 행사는 오로지 의회주의를 짓밟겠다는 우격다짐의 힘자랑일 뿐”이라며 정부여당의 간호법 반대 주장 근거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간호법안이 보건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을 저해한다고 한다. 거짓이다. 간호법에 규정된 간호사의 업무는 현행 의료법과 완전 동일하다. 의료기사법이나 약사법처럼 간호법 또한 간호인력의 양성과 면허 및 처우개선 내용 담고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호법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의료체계 붕괴법이라 한다. 거짓이다. 간호법은 OECD 33개국을 포함한 세계 90여개국에 존재한다”며 “간호법이 간호조무사 차별법이라 한다. 거짓이다. 간호법 규정된 간호사와 조무사의 업무에 관한 규정은 모두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다. 현행 의료법의 간호조무사 학력 조항은 복지부가 2012년에 신설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등이 일자리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 하는데, 거짓이다. 간호법에는 돌봄사업 독점 규정도 다른 일자리를 침해할 수 있는 규정도 없다. 노인요양시설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국민 누구나 설치할 수 있다”며 “간호사처우개선을 위해 법률적인 근거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거짓이다. 그렇다면 왜 여당은 법안을 내고 수정 제안까지 했나”라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거부권을 하려면 적어도 말은 되는 이유를 내세워야 하지 않나. 거부권에도 최소한의 논리는 있어야하지 않겠나. 왜 이런 상식 이하의 거짓말까지 말하면서 거부권으로만 몰아가나”라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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