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대통령실, 尹에게 거부권 행사 공식 건의
당정 “간호법, 국민 생명 볼모로 하는 입법 독주법”
간협 “누명 씌워… 총궐기 등 단체행동 돌입할 것”
의협 등 의료연대 ‘환영’…17일 총파업, 그대로 진행

전국의 간호사 및 간호대학생들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국제 간호사의 날 기념집회에 참석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의 대통령 공포(公布)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의 간호사 및 간호대학생들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국제 간호사의 날 기념집회에 참석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의 대통령 공포(公布)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공식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전날 진행된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달 27일 간호법은 여당의 표결 불참 속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은 의료법에서 간호사 업무 및 처우 등을 명확하게 분리하고 근무 환경·처우 개선에 관한 국가 책무 등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강 수석대변인은 “당정은 간호법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란 점에 공감했다”며 “이에 지난달 야당이 일방적으로 의결한 간호법안에 대해 대통령께 재의 요구를 건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정은 간호법안은 보건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을 저해해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고, 공포될 경우 정부가 민생 현장에서 갈등을 방치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상황”이라며 “의료와 간호를 분리한 간호법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의료체계 붕괴법’이고, ‘간호조무사 차별법’이자 ‘신카스트 제도법’이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지 않으며, 현재 정부 정책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간호법 제정 대신 지난달 25일 정부가 발표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는 것이 당정의 입장이다.

또한 당정은 간호법이 공포될 경우 약 400만명에 달하는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주장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점에 대해서 강 수석대변인은 “이날 재의요구를 건의했기에 아마 조속한 시일 내 처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오는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되는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거부권을 심의 및 의결할 가능성이 전망되고 있다.

김영경(가운데) 대한간호협회 회장을 비롯한 간호계 대표들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회관 앞에 마련된 단식농성장에서 간호법 제정을 위한 무기한 단식을 진행했던 당시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김영경(가운데) 대한간호협회 회장을 비롯한 간호계 대표들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회관 앞에 마련된 단식농성장에서 간호법 제정을 위한 무기한 단식을 진행했던 당시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규탄’ 간호계 “단체행동 나설 것”

당정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을 밝히자, 간호계가 규탄 성명을 내며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이날 “지난 2020년 제2차 국내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하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재난적 의료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집단 진료거부를 했던 의사들과는 달리 간호사는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지금까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단 한 번도 국민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며 “간호사들에게 간호법이 국민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이라는 누명을 씌운 발언과 행태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62만 간호인의 총궐기를 통해 그 치욕적인 누명을 바로잡고, 그 발언의 책임자들은 반드시 단죄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간협은 윤 대통령에게도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국가의 중대사를 허위사실에 근거해서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부디 약속하신 말씀대로 공정과 상식에 입각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간호계는 적극적인 단체 행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간협은 지난 8일부터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할 경우 대응할 투쟁 방법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2일 설문조사의 중간 집계 결과 참여자 7만5239명 중 98.4%(7만4035명)가 적극적 단체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에 간협은 간호사 면허증 반납 운동, 간호사 1인 1정당 가입 캠페인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앞서 간협은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의사집단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어 진료 거부 등과 같은 의료현장에 혼란을 줄 집단행동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복지의료 단체 대표 등 참가자들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면허박탈법 폐기 2차 연가투쟁 / 보건복지의료연대 총선기획단 지역본부 출범식에서 간호법 폐기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복지의료 단체 대표 등 참가자들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면허박탈법 폐기 2차 연가투쟁 / 보건복지의료연대 총선기획단 지역본부 출범식에서 간호법 폐기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의료연대 “협의 결과 환영”

간호계와 대립 중인 13개 단체가 속해있는 보건복지의료연대와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간호법에 대해 대통령 재의요구권 건의를 의결한 당정 협의 결과에 대해 환영 의사를 내비쳤다.

이들 단체는 15일 공식 입장문을 발표해 “간호법 강행 추진으로 인해 촉발됐던 보건의료계의 혼란을 수습하고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한 여당과 정부의 노고를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며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대통령께 건의하기로 한 당정 협의 결과에 환영과 안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보건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입법의 정당성마저 없음이 드러난 간호법에 대해서 대통령께 재의요구권 건의를 의결한 당정 협의 결과는 공정하고 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의료연대 등은 중재안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이들은 “간호법의 입법 취지였던 의료기관 내 간호사 처우 개선 조항이 여당의 중재안에 포함됐음에도 더불어민주당과 간협 등은 실체도 없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중재안 수용을 거부했다”며 “야당은 마지막 협치 기회였던 중재안마저 거부하며 입법 독재를 자행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들은 당정 협의 결과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 결과에 상관없이 간호법 등이 최종적으로 폐기되는 날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의협 등은 지난 3일과 11일 두 차례 연가투쟁과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전개했다. 오는 17일에는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전국 16개 시도 의사단체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시 의료연대 총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오는 17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와 보건복지의료연대의 결단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두 법안 저지를 위한 우리의 간절한 뜻이 무시된다면 총파업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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