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연대, 3·11일 연가투쟁 및 17일 총파업 선언
의사 포함 간호조무사·방사선사·응급구조사 등 참여
대학병원 교수·전공의 참여하면 ‘의료대란’ 우려도
대통령실 “거부권, 충분한 숙의 후 결정” 심사숙고
간호계, 서명운동 등 간호법 제정 위한 행보 이어가

간호법, 의료인 면허취소법 저지를 위해 단식 투쟁에 들어간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 설치된 농성장에서 대국민 서신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간호법, 의료인 면허취소법 저지를 위해 단식 투쟁에 들어간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 설치된 농성장에서 대국민 서신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간호법 제정안 등을 반대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이하 의료연대)가 간호법이 재의 요구 없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총파업 등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이하 간무협)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의료연대는 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의료연대는 “국회 본회의의 간호법 통과 결과가 재의 요구 없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오는 17일 불가피한 최후의 선택으로 연대총파업을 결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의료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총파업 앞서 오는 3일부터 전국 시도별로 반나절 연차를 내고 집회에 참석하는 방식의 연가투쟁이나 휴진·휴원을 하는 등 부분파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더불어 이날 오후 5시 30분에는 전국 곳곳에서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개최한다.

당초 의료연대는 오는 4일 부분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지만 오는 5일인 어린이날부터 시작되는 연휴 기간에 의료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파업 일자를 하루 앞당겼다.

또한 오는 11일에는 연가투쟁과 함께 단축진료도 진행한다. 이번 연가투쟁 및 단축진료에는 의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요양보호사 등 직종이 참여한다.

간호법 저지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 농성장에서 의료진으로부터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간호법 저지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 농성장에서 의료진으로부터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의료대란’ 현실화되나

간호사를 제외한 의료계에서는 해당 법안이 간호사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며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의료연대가 부분 파업에 이어 총파업을 결정한 것에 대해 “13개의 단체가 참여한 의료연대가 부분 파업에 이어 총파업까지 예고해 최악의 경우 ‘의료대란’이 발생할 우려가 커진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보건의료계를 갈라놓고 입법 폭주함으로 인해 국민 건강을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일으킨 것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이해당사자를 설득해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민주사회에서 공당의 당연한 책무인 만큼 전향적 입장 변화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총파업에 대학병원 등의 전공의(레지던트), 교수 등이 참여하면 파업 규모가 보다 커질 전망이다. 지난 2020년 8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대해 반대하며 의협 등이 진행한 무기한 총파업에서는 개원 휴진율은 10% 이하로 집계됐으나, 전공의 파업 참여율이 80%를 차지하며 응급실·중환자실 등 운영에 혼란이 발생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의료연대는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전국 대학병원 교수협의회에 파업 참여 규모와 범위에 대해 결정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다만 두 단체는 아직 구체적인 참석 여부 등을 전달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의료연대 ‘달래기’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1일 윤 원내대표가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간무협 곽지연 회장을 잇따라 방문했다.

또한 복지부는 의료대란 발생에 대비해 비상체계를 점검했다. 같은 날 박민수 제2차관 주재로 제3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해 의료연대의 연가투쟁 및 부분휴진 관련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박 차관은 “보건의료인 여러분들께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의료현장을 지켜달라”며 “휴진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지자체는 진료 공백이나 국민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관내 기관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기관에서도 일반환자 진료와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거부권 행사 여부에 ‘촉각’

현재 의료연대는 국무회의가 진행되는 오는 9일,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은 오는 4일 정부로 이송될 계획이다. 이후 대통령은 간호법을 이송받은 날로부터 15일 안에 공포하거나 이의가 있을 경우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되돌려 보낼 수 있다.

대통령 측이 돌려보낸 법안이 국회를 재통과하기 위해서는 일반 법안 통과 기준인 ‘재적 의원 과반 출석·출석 의원 과반 찬성’ 보다 까다로운 ‘재적 의원 과반 출석 및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내야 한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도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직능 단체 의견 수렴과 당정 협의를 거쳐 충분히 숙의한 다음에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원칙하에서 검토는 시작하지만, 각각 법안에 대해서도 특수성을 고려할 것”이라며 “담당 부처와 관련 단체, 여당 의견을 두루 듣고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오래된 숙원이었던 간호법 제정에 한발 가까워진 간호계는 의료연대 등의 반발에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다만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지난달 27일 간호법의 국회 본회의 의결 직후 낸 성명을 통해 “일부 갈등 세력의 주장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살펴주시어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 공약위키를 통해 약속하셨던 간호법은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과 사회적 돌봄의 공적 가치를 실현할 뿐 아니라 의료계의 공정과 상식을 지키는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간협은 2일 복지부가 공식 SNS에 게재한 간호법에 대한 게시물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앞서 전날 복지부는 ‘간호법에 정부가 우려를 표하는 이유’ 등의 내용을 담은 카드뉴스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간협은 “간호법에 대한 터무니없는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있음에도, 이를 객관적으로 정리하여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 갈등 자체가 문제라는 식의 태도를 갖는 것은 오히려 직역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이를 빌미로 간호법안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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