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한마당
간협 등 시민단체 2만여명 운집, 간호법 제정 촉구
두 차례나 본회의 상정 미워져…오는 27일 논의 앞둬
“중재안 분노…지역사회 국민 건강 위해 반드시 필요”
의협 등 다른 직역 반대도…“통과 시 총파업 불사할 것”

1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한마당’이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1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한마당’이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 등이 지역사회 국민 건강을 위해 간호사의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즉각 제정을 촉구했다.

간협을 비롯한 간호사, 예비간호사, 간호법제정촉구 범국민운동본부 등 단체 추산 2만여명은 1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진행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한마당’을 열고 300명의 국회의원을 향해 간호법 대안의 국회 통과를 요청했다.

앞서 국회는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직회부한 간호법, 의료법 개정안 등을 지난달 30일과 이달 13일에 진행된 본회의에서 상정하지 않았다. 의사 등 직역 간 입장차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전날 의원총회를 열어 간호법안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려 했지만, 마땅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간호법 본회의 상정은 오는 27일로 예정됐다.

특히 이날 참석자들은 ‘간호법’ 제명을 변경하고,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하는 한편, 고등학교와 동일한 간호조무사 교육과정을 대학에도 허용하자는 내용 등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간호법 대안을 모두 부정하는 중재안에 대해 분노를 드러냈다.

참석자들은 ‘간호법은 부모돌봄법입니다’, ‘부모돌봄의 선진국가 간호법으로 시작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과 손피켓을 들며 간호법 제정을 외쳤다.

1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진행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한마당’에서 김영희 예비역 중령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1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진행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한마당’에서 김영희 예비역 중령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21년간 간호장교로 복무한 뒤 전역한 김영희 예비역 중령은 발언대에 서서 “노동 환경은 점점 개선되고 있는데 왜 간호사의 희생과 고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간호사의 근무 환경 및 처우 개선과 간호서비스 개선을 통한 국민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간호법이 이렇게나 싸워서 쟁취해야 할 정도로 과도한 요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의사, 보건 직역분들이 간호법은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 아님을 알아줬음 하며, 국회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결심과 판단을 존중해 그들이 스스로 판단해 투표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비 간호사의 발언도 이어졌다. 가야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4학년 김우진씨는 “실습 당시 임상 현장에서는 간호사 한 명이 10명이 넘는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며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훨씬 부족한 수의 간호 인력이다 보니 환자 간호에만 오롯이 신경 쓸 수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인적인 업무 강도와 그로 인해 동료 간호사들이 하나 둘 임상에서 떠나다 보니 남은 간호사들은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며 “간호법은 간호사뿐 아니라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절실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1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진행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한마당’에서 김우진 간호대 학생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1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진행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한마당’에서 김우진 간호대 학생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마지막으로 김씨는 “간호사로서 오래오래 환자들을 간호하고 싶다”며 “여야 국회의원님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즉각 간호법을 제정시켜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안전을 지키고 싶은 학생의 꿈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직 간호사들의 증언도 잇따랐다. 경남에서 왔다는 25년 차 김미란 간호사는 “급변하는 의료환경에서 수간호사가 됐지만 더 높아진 업무강도, 변하지 않은 간호환경의 현실에 깊이 좌절했다”며 “생체리듬이 깨지고 몸이 망가지면서도 24시간 환자의 곁을 지키는 후배 간호사에게 25년 전과 같은 간호현장을 요구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목소리 높였다.

응급실 팀장으로 근무 중인 30년 차 김혜숙 간호사는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환자의 연령대 증가, 중증도의 상승으로 간호사의 업무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며 “노인, 만성질환자의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호사의 전문성 강화로 지역사회에서 질 높은 간호를 제공해 환자의 사망률과 의료비 지출을 감소시켜 국민의 삶의 질을 상승시켜야 한다”고 짚었다.

1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한마당’이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1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한마당’이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한편 간호법은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간호법 제정저지를 위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이 보건의료직역 간 협업을 깨뜨리고 간호사 직역에만 특혜를 준다며 반대를 외치고 있다.

다만 당정이 제시한 간호법 중재안에 대해서는 논의해 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안 중 ‘지역사회’라는 문구를 삭제할 시, 간호사가 단독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근거를 없앨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중재안이 아닌 현재 간협이 요구하는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된다면 총파업 등 강력 대응하겠다는 것이 보건복지의료연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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