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문숙 대한간호협회 부회장

“현재 의료 현장은 아수라장…법 제정 반드시 필요”
간호사, 대리처방·시체 처리·보호자 역할 등 업무 가중
식사 시간 평균 15분 미만…‘밥을 마신다’고 표현하기도
매주 국회 앞 서 수요시위…‘간호법 촉구’ 목소리 이어가
국민청원 기준 돌파에도 계류 상태…정부 개입 절실

병원간호사회 회장이자 대한간호협회 조문숙 부회장. ⓒ투데이신문
병원간호사회 회장이자 대한간호협회 조문숙 부회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현재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는 OECD 평균(8.9명) 절반 수준도 안 되는 3.8명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간호사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환자를 돌보는데 그치지 않고 각종 민원부터 사체 처리, 택배업무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보니, 간호사의 평균 근무 연수가 7년 8개월로 채 10년이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의료 현장에서 간호사는 1년 365일 24시간 매일 환자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온갖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이들을 지킬 수 있는 법은 없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간호사는 있지만 ‘간호법’이 없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에 병원간호사회 등 여러 단체가 소속된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들은 매주 국회 앞에서 오래된 의료법에서 분리된 간호법의 제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간호법 제정은 국민적인 관심사로도 떠오르고 있다. 간호법 제정을 위한 국민청원 동의는 답변 기준 20만명을 돌파했으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주최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70.2%가 간호법 제정에 찬성하는 등 간호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11월, 지난 2월 두 차례 간호법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원회에서 간호법 제정을 위한 법안 심사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계류 상태다. ‘제정길’이 막힌 이유는 의사, 간호조무사 등 여러 직역들이 의료체계 붕괴 등을 우려하며 거세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호계는 오히려 간호법을 통해 더욱 체계적으로 의료 시스템을 확립할 수 있다며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본보는 병원간호사회 회장이자 대한간호협회 조문숙 부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잠식해버린 의료계 속에 간호사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이 왜 매주 국회 앞까지 찾아 간호법 제정을 위한 시위를 진행해야만 했는지 직접 들어봤다.

Q. 대한간호협회 부회장이자 병원간호사회 회장으로 역임하게 된 배경이 있다면.

지난해까지 분당서울대학병원에서 오랜 시간 동안 근무하며 본부장까지 역임하고 퇴직했다. 재직 중에도 병원간호사회 임원으로 활동했다. 재직했던 병원이 큰 병원이다 보니 다른 병원에 비해서는 적정한 보수도 받았고 처우도 양호했다. 그러던 어느날  외부에 있는 공공병원이나 지방의료원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제서야 현장이 굉장히 열악하다는 걸 느꼈다. 병원 밖 다른 병원을 보고나서 ‘대학병원이나 상급 종합병원 간호사만 발전해서는 간호계 전체 처우가 나아지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병원간호사회 회장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고, 이후 당연직으로 대한간호협회 부회장도 맡게 됐다.

Q. 현재 간호사들의 업무 강도와 범위는 어느 정도인가.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는 의료법상 네 가지로 명시돼 있다. 첫째, 환자의 간호 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 수집, 판단 등이다. 즉, 환자를 보고 간호 진단을 내린 뒤 문제 해결하고 평가하는 역할이다. 둘째, 의사 등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이다. 셋째, 간호 요구·보호자 등과 상담, 건강 증진 활동을 안내하는 업무다. 넷째,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업무 보조에 대한 지도다. 하지만 현장에서 간호사들이 단 네 가지 일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절대 아니다.

추가적인 일은 약 제조다. 법대로라면 간호사는 의사의 진단 하에 처방된 약을 투약하기만 하면 되는데 국내 병원에는 약사가 부족하다. 대부분 약사들은 지역사회에서 약국을 개원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간호사들이 고위험 약을 제외하고 조제부터 투여까지 진행하고 있다. 또 하나는 처방 업무다. 간호사가 약물 등을 처방할 경우 현행 의료법 상 불법 의료 행위지만 인력이 부족한 탓에 의사들이 환자의 요구, 통증 등에 즉각적인 반응을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결국 간호사가 대리 처방까지 하고 있다. 게다가 간호사들은 환자·보호자를 24시간 상대하는데, 이때 각종 컴플레인, 치료 설명 등의 업무는 오롯이 간호사 몫이다. 이를 두고 간호계는 ‘휘둘린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보건의료 인력끼리는 협업해 치료를 진행하게 되는데,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의사소통, 조율 등을 전부 간호사가 담당한다. 이외에도 환자가 입원하면 간호사는 입원 방 조율을 법무팀과 해결한다. 환자가 검사를 해야 되면 검사실과 일정을 조율하기도 한다. 약 처방이 잘못되면 약국과 연락하는 등 바쁘게 움직인다. ‘간호’라는 규정된 일만 딱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업무는 더욱 과중해지고 있다.

Q. 실제 현장에서 간호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제일 필요한 것은 안전한 근무 환경이다. 이는 간호사 한 명당 적정한 환자 수를 맡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법적 기준에서는 2.5대 1이라는 비율로 간호 인력이 환자를 맡으라 한다. 해당 기준은 20년도 넘은 과거에 정해진 기준이라 지금처럼 환자가 폭증한 시점에서 이를 맞추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더해 현재 치료 방법도 다양하고 환자의 중증도는 높아져 의료 업무는 더 어렵고 구체화됐다. 이러한 인력 기준을 대형·상급 종합병원은 그나마 지키고 있지만, 지방이나 중소병원, 공공병원 등은 사실상 어렵다. 결국 한 명의 간호사가 많은 환자를 봐야 하니 체력적인 소모가 크고, 그러다 보면 환자들의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간호사들은 감염에 노출되기 굉장히 쉬운 직군이다. 환자의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감염으로부터 철저하게 보호돼야 한다. 간호사가 기준보다 많은 환자를 상대하다 보면 감염에 노출될 확률이 더 높다. 워낙 바쁘다 보니 방역에 신경을 못 쓴 채 급하게 행동하다 감염이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기본적인 휴게나 식사 시간이 지켜져야 한다. 노동법에 따르면 4시간 일하면 30분 휴게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간호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조사 결과, 간호사들의 식사 시간은 평균 15분 미만이다. 이를 두고 간호계에서는 ‘밥을 마신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간호사들은 365일, 24시간 환자를 지켜야 하지만 야간·휴일·교대 근무를 하는데 있어 그에 따른 보상이 크지 않다. 이른바 ‘워라밸’이 지켜지지 않으니 간호사들이 현장에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심지어 ‘임신 순번제’라는 단어까지 생길 정도다.

대한간호협회가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대한간호협회가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Q. 특히 대학병원 간호사의 경우,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며 환자를 24시간 간호하다보니 근무환경은 열악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의 환경도 간호법 제정을 통해 나아질 수 있는지.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의 간호 인력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전혀 없다. 우리나라에서 체계적인 간호사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준이 없는 셈이다. 정부는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간호대학 정원만 늘리고 있다. 대학병원의 경우, 환자의 중증도가 더 높다. 그런 환자들을 많이,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 간호사 인력은 물론 세부적인 업무 규정이 더욱 필요하다.

인력에 이어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처우 개선에 대한 내용도 현재 의료법에는 없다. 심지어 간호사의 휴게실과 화장실도 열악하다. 간호사 전용 화장실이 없어서 공용 화장실까지 뛰어서 다녀오거나 일부러 용변을 참기도 한다. 더욱이 감염에 많이 노출되는 직군이다보니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전용 샤워시설이 구비돼야 하는데, 설치된 병원은 극히 드물다.

의료기관 개설자는 대부분 의사다. 의료기관장 입장에서는 병원 운영도 중요하지만 수익이 나야하기 때문에 간호사 인력 충원이나 시설 구축에 대해 미온적이다. 이에 간호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을 통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만 실질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Q. 그렇다면 여러 간호단체에서 촉구하고 있는 ‘간호법’ 제정은 어느 정도까지 도달했는지.

간호법을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현재 보건복지부 법안심의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소위원회에서 통과돼야 법사위원회로, 국회 본회의로 올라간다. 과거 법안심의소위원회가 총 두 번 열렸는데, 여기서 심의를 하고 판정까지 내려져야 되는데 모두 논의만 하다가 끝난 상황이다.

Q. 현재 간호법의 당사자인 간호사들은 간호법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나.

사실 모든 간호사들이 간호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않다. 먹고 살만 해야 법이 뭔지 궁금하게 되고 찾아보는데 간호사들은 근무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태인 게 현실이다.

하지만 동료나 담당 부서장들이 일반 간호사들에게 간호법의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전달한 결과 이제 서서히 현장에서도 간호법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 덕에 국민청원도 답변 충족 기준인 20만명이 훌쩍 넘는 동의를 얻었다. 

병원간호사회 회장이자 대한간호협회 조문숙 부회장. ⓒ투데이신문
병원간호사회 회장이자 대한간호협회 조문숙 부회장. ⓒ투데이신문

Q. 하지만 약 7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간호 관련 법안이 포함된 의료법은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우리 간호사들에게 잘못이 있다. 나조차도 간호사로 재직하던 초반, 간호법이 없는 것조차 몰랐다. 이후에 공부를 하게 되면서 알게 됐고, 회장을 맡으며 더욱 많은 동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평균 10년도 안 돼 퇴사를 해버리는 경우가 많아 중·장기적으로 개선을 위해 목소리 낼 인원이 없어진 탓도 있다.

다른 이유로는 의사들의 반대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의사라는 직역의 영향력이 크다. 국회의원들도 의사들의 눈치를 보고, 이에 발맞춰 의사들도 적극적으로 반대해 제정이 어려웠다.

Q. 간호법을 독립적인 법안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의사계의 반발이 거세다. 먼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간호법이 의료계 갈등을 야기해 보건의료체계를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고,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대믹 상황에서 제정을 요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간호법이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킨다는 주장은 전혀 맞지 않다. 현재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간호법에서 더 나아가 추가로 법 제정을 한 상황이다.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우려가 있는데 선진국들이 이를 감수하고 간호법을 따로 독립시킬 리 없다. 현재 의협은 반대를 하기 위해서 적절한 명분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서 제왕적 권권한을 가진 의사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반대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간호 법안이 의료법 내에 들어와 있으면 간호사들이 의사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게 되지만, 법이 독립되면 의사들의 영향력에서 간호사들이 멀어지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의협 회원 대부분이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인 것으로 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병원의 규모에 따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고용할 수 있다. 의협은 혹시라도 간호법이 제정될 경우, 간호조무사를 못 쓰게 되지 않을까하는 경제적인 문제까지 우려하는 것 같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준비된 간호 인력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지 시기상조는 아니다. 간호법을 통해 교육 시스템을 구체화해서 국가적인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예비 인력을 갖고 있어야 의료계 혼란을 막을 수 있다. 미래에 충분히 제2, 제3의 코로나19가 올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Q. 의사들에 이어 간호조무사들도 간호사들이 자신들을 종속관계로 만들 수 있다며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데, 이를 어떻게 보고 있나.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영향력이 커져 이들의 지도를 받는 것보다는 의사의 지도 하에 근무를 하고 싶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실 간호조무사의 어원은 ‘nurse’s aide’다. 간호조무사는 법정 자격을 가진 채 간호와 진료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이니, 당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간호법의 틀 안에서 함께 가는 게 맞다.

또한 이들은 간호법 제정에 발맞춰 자신들의 근무 환경도 개선할 기회로 삼고 있다. 예를 들면 간호조무사들은 현재 전문대학교에서 간호조무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 부분은 국가 차원에서 다뤄야 하는 것이지 간호법 제정과 큰 관련 없다.

[사진제공=대한간호협회]
[사진제공=대한간호협회]

Q.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인데, 이로 인해 간호사들의 현장 속에 어떤 고충이 더 추가됐는지.

과거보다 더욱 힘들어졌다. 코로나19 병동에서는 방호복을 입고 근무를 해야한다. 그렇다보니 밥은 물론 물도 못 먹는 게 다반사다. 방호복은 한 번 입으면 벗기가 힘들고 옷 안에 있는 손으로 밖의 물건을 만질 수 없다. 이처럼 방호복이 불편하다보니 일부 간호사들은 화장실을 가지 않기 위해서 근무 내내 물을 안 마시기도 한다.

또한 감염을 전파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평소 각 담당자들이 하던 업무를 간호사들이 전부 맡아서 하고 있다. 환경 관리 미화원이 해야 할 침상 정리 등 위생 관리와 환자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영양실 배식원의 역할도 간호사들이 전부 떠맡았다. 여기에 전문적인 장례 치료사들이 하는 사체 처리까지 간호사의 업무로 추가됐다. 갑자기 시체를 치워야 했던 간호사들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았다. 코로나19 환자의 가족, 주변인들이 병원 면회를 오지 못하게 되자 간호사가 보호자 역할도 맡게 됐다. 심지어 환자 지인이 보낸 택배까지 전달하는 등 부수적인 업무가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창궐 초기에는 다들 감염에 대한 우려가 높다 보니 한 간호사의 자녀는 가족이 간호사라는 이유로 나쁜 소리를 듣고 왔다고 한다. 또 다른 간호사는 집에도 못 가고 병원에서 쪽잠 자면서 일하기도 했다. 확진자가 증가하거나 근무 예정인 간호사가 확진될 경우 휴무인 간호사들이 불려 나오기도 했다. 이런 환경이다보니 간호사들은 계획적인 삶을 포기하고 있다.

현재 일부 방송에서는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위한 병상이 다 마련됐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현재 의료 현장은 거의 아수라장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병원 측에 중증환자 병상 만들라고 행정명령을 내리면, 병원 입장에서는 병상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병상만 만들면 아무 소용없다. 그곳에 필요한 장비, 가구, 물품 등이 다 구축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게 의료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간호 인력이 있다. 그런데 인력이 부족하니 해당 병원의 일반 병동 문을 닫게 해서 무작정 투입시키곤 한다. 장비나 시설 등이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당장 투입되니까 간호사들이 정말 몸으로 ‘때우고’, ‘막고’ 있다.

Q. 코로나19 병동 간호사의 선정 기준, 근무 방식, 수당에 대해 말해준다면.

기준은 따로 없으나, 병원 중환자실에 있는 간호사 혹은 경력 간호사들이 거의 코로나19 병동으로 발령 받았다. 이후 중환자실에는 일반 병동의 간호사나 신규 간호사를 채용해서 빈자리를 채웠다. 간호사들을 풀가동해도 부족하다 보니 병원끼리 파견 보내거나 국공립대학병원 등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신규 간호사와 대학생들을 교육했다. 하지만 실제 코로나19 현장의 시스템은 다른 병원의 시스템, 대학교 내 교육 방식과 모두 다르기 때문에 현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

지난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부는 예산이 여유로울 때만 수당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또 일정 기간 주고 안 주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의 노조 합의를 통해 인력 기준과 수당이 책정됐다. 덕분에 올해부터 감염 관리 수당으로 5만원씩 받고 있다.  

하지만 수당을 코로나19 병동에만 지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코로나19 병동 외에도 선별 진료소나 응급실 통해서 계속 코로나19 환자는 들어오는데, 그곳 간호사들은 감염관리수당을 못 받고 있다. 사실 두 곳은 코로나19 확진자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태의 환자와 만나는 곳이라 감염에 노출될 확률은 더 높은데 말이다.

Q. 간호사들의 시체 처리 문제는 최근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는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당초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지침에 의료인이 시체 처리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래서 간호사들이 시체 처리를 해왔다. 이에 대한간호사협회에서 복지부 권덕철 장관과의 회의를 통해 조항을 바꿔달라고 촉구했다. 당시 권 장관은 “간호사들이 산 사람 살리라고 간호사지, 죽은 사람 처리하라고 간호사냐”고 답변하며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이후 조항까지 바뀌진 않았지만 ‘의료원의 지도 하’에 장례지도사가 시체를 처리하는 것으로 현재 합의를 본 상태다.

병원간호사회 회장이자 대한간호협회 조문숙 부회장. ⓒ투데이신문
병원간호사회 회장이자 대한간호협회 조문숙 부회장. ⓒ투데이신문

Q. 현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간호법 제정이 우선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일본, 미국, 독일 등 여러 국가가 고령화가 되기 직전 간호법을 제정하거나 간호사 재투자법 등 추가적인 법을 만들었다. 초고령 사회가 도래하게 되면 간호나 돌봄이 필요한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이미 여러 국가는 미리 간호법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정부가 현명하다면 한시라도 빨리 국민들을 위해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리고 적정 보건의료 환경이 중요한데, 이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게 간호사다. 모든 것을 의사가 하면 최상이겠지만 현재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새 정부에서 지역사회 통합 돌봄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했는데, 지금 의료법에는 지역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를 어떤 식으로 대응해나갈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이 두가지 문제도 간호법 제정으로 충분히 해결해나갈 수 있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법이라 생각하고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시점이다.

Q. 추후 간호법 제정을 위해 협회 차원에서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 있는지.

최근 ‘간호법 제정 범국민 릴레이 챌린지’를 진행했다. 지금까지는 간호사의 입장에서 간호법의 필요성을 보여줬다면 앞으로는 국민의 입장에서 간호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한 여러 기획들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매주 수요일 국회 앞에서 진행하는 수요시위는 법만 제정된다면 앞으로 1~2년이 걸리더라도 계속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전 간호사의 노고에 대해서 인정하고 다독여준 만큼, 올해 안에 제정될 수 있길 희망한다.

Q. 만약 간호법이 제정된다면 어떻게 달라질 것 같나.

현재 간호사들의 대형 병원 쏠림 현상이 큰데, 이는 신규 간호사들이 현장이 너무 힘들어 보다 나은 곳을 찾아 계속 옮겨 다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지역으로 갈수록, 규모가 작은 병원일수록 간호사 구인이 힘든 상황이다. 간호사가 없어서 병동 문을 닫는 경우도 비일비재한데, 간호법 제정으로 이러한 현상 해소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간호사들은 하루에 많게 10명 이상, 지방으로 갈수록 20~30명의 환자를 혼자서 간호한다. 전국 간호사들은 업무 과중과 스트레스로 체중이 빠지거나 생리불순을 겪는 등 여러 질병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간호법이 간호사를 위한 법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간호를 받는 ‘환자’를 위한 법이다.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이 열악하면 결국 안전사고로 이어지고 그 위험이 고스란히 환자, 혹은 국민들한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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