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개선 등 담은 간호법, 이달 9일 국회 본회의 직회부
의협 “특정직역 특혜·보건의료체계 혼란 우려” 반발 나서
총궐기대회서 삭발 등 진행…“연대 총파업도 불사할 것”
간협 “초고령 사회·감염병 대유행 대비 독립법안 제정돼야”
민주당은 강행처리·국민의힘은 尹에게 거부권 요청 검토중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의료연대 등 의료인 조합원들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열린 간호법-의료인면허법 강행처리 규탄 총궐기대회.  [사진제공=뉴시스]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의료연대 등 의료인 조합원들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열린 간호법-의료인면허법 강행처리 규탄 총궐기대회.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간호사 권리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간호법’을 둘러싸고 업계 내 갈등이 점차 격화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9일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 8개월째 계류 중인 간호법 제정안, 의료법 개정안 등 7개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에서 특별한 사유 없이 심사되지 않고 60일 이상 계류된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직회부 할 수 있다.

7개 법안 중 간호법은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 △간호종합계획 5년마다 수립·3년마다 실태조사 △환자 안전을 위해 적정 간호사 확보와 배치 △처우개선 기본지침 재정 및 재원 확보 방안 마련 △인권침해 방치 조사 및 교육 의무 부과 등이 주요 내용이다.

간호계는 간호법으로 업무 등을 법제화한다면 간호사의 업무 안정 및 근무환경이 개선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전문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의료연대(이하 의료연대)는 간호법이 보건의료체계를 붕괴하고 특정직역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당 법안 처리 시한은 다음달 9일인데, 야당이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를 예고함에 따라 향후 법안 처리에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인호 대한임상병리사협회장(왼쪽 과 강용수 대한응급구조사협회장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열린 간호법-의료인면허법 강행처리 규탄 총궐기대회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장인호 대한임상병리사협회장(왼쪽 과 강용수 대한응급구조사협회장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열린 간호법-의료인면허법 강행처리 규탄 총궐기대회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연대가 주장하는 간호법의 또 다른 이름

의료연대는 지난 26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야당의 간호법 및 의료인면허법 처리 강행을 규탄하는 총궐기대회를 진행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에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가 소속됐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1만명이 참여했다. 집회에 참석한 각 단체 회장들은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연대인들은 여의도공원 앞 여의대로에서 국회 앞으로 이동하는 거두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의료연대는 “간호법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심각한 부정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보건의료직역간 갈등과 이견이 심각한 법률인만큼 충분한 토론과 협의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지난 2021년 3월 간호법이 기습 발의되기까지 어떤 사전 논의 과정도 없었고, 이후에도 형식적인 절차만 있었을 뿐 보건의료계의 합리적인 반대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과정은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5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도 야당이 일방적으로 간호법을 심의의결했다”며 “이달 9일에도 다수 의석을 앞세워 본회의 직회부를 표결로 강행처리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번 총궐기대회는 지난 18일 의협 비상대책특별위원회가 구성된 후 이뤄지는 첫 단체 행동이다. 해당 집회를 시작으로, 연대 파업 등 반발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전망되는 상황이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는 본보에게 “기존 의료법이 있음에도 간호사만, 그들의 이익만을 위한 법안에 반대하며 그동안 의협 등 13개 단체가 모여 투쟁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협의, 소통 등으로 해결하려 했으나, 민주당 의원 등이 의견수렴의 절차 및 업계 합의 없이 국회 본회의로 직회부 처리했고, 이에 큰 분노를 느껴 총궐기대회와 같은 움직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의협은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선출해 향후 투쟁 등에 대해 로드맵 구성하고 있는 상태”라며 “의료연대 총파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 촉구 전국 간호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 촉구 전국 간호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을 위한 법” 호소하는 간호계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초고령 사회와 주기적인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해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확보하려면 간호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며 의료연대와 맞서고 있다.

앞서 간협은 주요 선진국들이 우수한 간호인력 확보를 위해 이미 독립된 간호법안을 시행하고 있다며 지난 2021년부터 매주 수요일 국회,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거나 대국민 홍보활동을 통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해 왔다.

간협은 “일부 반대단체가 타 직역의 권익을 침해하고 간호사의 단독의료행위 및 단독개원, 의사 고유업무 영역 침범, 간호조무사 일자리 침범 등을 주장해 왔다”며 “그런데 사실 여부를 떠나 직역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자 간호사 업무는 현행 의료법 그대로 ‘의사 등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했으며, ‘다른 법률 우선 적용’ 조문과 ‘요양보호사’도 모두 삭제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간호법은 결코 다른 직역의 업무를 침탈하거나 배제하려는 목적의 법률이 아니라 오히려 간호 직역의 업무와 역할이 무엇인지 명백하게 정립하기 위한 법률”이라고 강조했다.

간협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맞불 집회, 총궐기대회 진행 사실은 파악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따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국회 본회의 회부되고 많은 논의를 거친 법안인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기다리며 현재 집회 등 진행해오던 모든 움직임을 잠시 멈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것에 대해서 백 국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당시 간호법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의지를 보여준 만큼 거부권을 행사할 확률은 낮은 것 같다”며 “처리 시한까지 오랫동안 많은 간협을 비롯한 간호사, 의료인들의 노력의 결실을 맺기를 바라며, 간호법 관련해 추후 대책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3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 [사진제공=뉴시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3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 [사진제공=뉴시스]

본회의 앞두고 ‘폭풍전야’…결실 맺을 수 있을까

그동안 간협과 의협 등 의료연대는 긴 시간 동안 갈등을 이어왔다.

간호법은 지난 2005년, 2019년 두 차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국회에 계류된 채 제정으로 이어질 수 없었다. 의협 등 일부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해서다. 

하지만 지난 2021년 3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간호법을,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간호·조산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다시 한번 ‘간호법’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지난해 5월 국회 복지위는 전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기존 안건에 없던 간호법이 기습 상정됐다. 

이달 9일에는 복지위가 간호법을 본회의를 직회부하자, 이미 갈등의 골이 깊던 의료계는 보다 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간호법은 여·야 대표가 30일 내에 합의해 부의 여부를 결정해야 최종적으로 법안이 확정된다.

본회의 직회부 한 지 30일이 지난 다음 달 9일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추후 이뤄질 본회의에서 야당이 강행 처리할 것이 예측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측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