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간호법 제정안’ 국회 본회의 가결
간호계 “역사적인 사건” 환영…尹에게 부탁도
의협 등 “총파업 돌입할 것”…즉각 반발 나서
변수는 대통령 거부권…여당, 건의 의사 밝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5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간호법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300인, 재석 181인, 찬성 179인, 반대 0인, 기권 2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5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간호법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300인, 재석 181인, 찬성 179인, 반대 0인, 기권 2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전날 간호법 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의료계 내부 직역들이 극과 극 반응을 보이고 있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전날 이뤄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 간호법 제정안은 재석 의원 181명 중 찬성 179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간호법은 의료법상 간호사 규정을 따로 독자적으로 분리해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정확한 업무 범위를 규정하는 등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이날 본회의에서 그동안 간호법에 반대를 표명했던 국민의힘은 반대 토론을 한 뒤 항의의 뜻으로 본회의장에서 퇴장해 표결에 불참했다.

다만 간호사 출신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과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은 자리에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원욱 의원과 의사 출신 신현영 의원이 기권표를 냈다.

앞서 지난 13일 진행된 본회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가 추가로 논의해 다음 본회의까지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며 야당의 간호법 강행 처리에 제동을 걸은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간호법 명칭을 간호사법으로 바꾸는 등의 내용이 담긴 중재안을 마련해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에 제시하며 협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간협 측이 해당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끝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본회의 당일인 지난 27일 오전까지도 여·야는 협상을 진행했으나, 첨예한 입장차를 재확인하는 것에 그쳤다.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본청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간호협회]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본청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간호협회]

“환영”…간호계, 오랜 숙원 풀었다

간호법의 본회의 통과가 이뤄지자, 간협은 즉각 성명서를 발표해 환영 의사를 내비쳤다. 간협은 약 17개월 동안 1300여 단체로 구성된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 꾸려 간호법 제정을 위해 힘써왔다.

간협은 “간호법안은 17대 및 20대, 그리고 21대 국회에서 3번째로 발의된 법안으로서 지난 2005년 국회 입법으로 시도된 후 무려 18년 만에 이뤄진 매우 뜻깊고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법은 국민의 보편적 건강보장과 사회적 돌봄을 위한 법률이자 우수한 간호인력 양성, 적정배치, 그리고 숙련간호인력 확보를 위한 국가의 책무를 법제화하였기에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간호사 관련 법안은 지난 2005년 김선미 의원이 ‘간호사법’, 박찬숙 의원이 ‘간호법’을 발의한 것으로 출발해 지난 2019년 김세연 의원이 ‘간호법’, 김상희 의원이 ‘간호조산법’을 각각 발의한 바 있으나, 다른 법안에 밀려 본회의 상정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 2021년 3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간호법을,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간호‧조산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제정에 신호탄이 쏴졌다.

간협은 윤 대통령에게도 간호계의 입장을 전했다. 이들은 “간호법 제정 관련한 일부 갈등 세력의 주장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살펴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며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위키를 통해 약속하셨던 간호법은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과 사회적 돌봄의 공적 가치를 실현할 뿐 아니라 의료계의 공정과 상식을 지키는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간호사들은 이번 법 제정을 통해 초고령사회 도래 및 만성질환으로의 질병구조 변화에 대처하고, 사회적 돌봄의 공적 가치에 대한 책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모든 국민께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간호법 저지를 위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간호법 저지를 위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총파업 할 것”…반발나선 보건의료연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을 포함한 13개 단체가 소속된 보건복지의료연대(이하 의료연대)는 간호법 본회의 통과에 반발해 연대 총파업을 선언했다.

의료연대는 이날 단체장회의를 열고 “간호법 및 면허박탈법 강행 처리를 규탄하며 연대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주부터 부분파업을 시작하기로 했으며, 총파업의 적절한 시기를 신속하게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며 “연대를 더욱 강화해 22대 총선기획단 구성에 즉각 돌입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의협에 따르면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7∼19일 회원들을 대상으로 간호법 저지를 위한 총파업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83%가 찬성했다. 이에 의료연대는 논의를 통해 최종 결정한 후 다음 달 2일 파업 시기나 방법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의협 이필수 회장은 전날부터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했으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도 국회 앞 천막에서 지난 25일부터 3일째 단식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의료연대의 파업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의료대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28일 긴급상황점검반을 구성해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복지부는 입장문을 내고 “보건의료계가 간호법안 찬반으로 이분돼 크게 갈등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의 간호법안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충분히 조정되지 않은 채 야당 주도로 간호법안이 의결돼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의료 직역 간의 갈등과 반발에 따른 의료현장의 혼란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며,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긴급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한 뒤 보건의료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보건의료 관련 단체의 파업 및 휴진 등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이같은 경보를 발령했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진료대책을 점검하고 유관기관과의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등 파업 및 휴진 상황에 대비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남아있는 단 하나의 변수, ‘거부권’

다만 또 한 번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회 의석 다수인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간호법 제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의료계는 물론 여당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본회의 전날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야당이 간호법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를 하면 여당으로서 특별한 대책 없이 그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대통령께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28일에도 윤 원내대표는 “어제 본회의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 무대”라며 “의료직역 간 극단적 대립을 초래했던 간호법이 강행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오직 숫자 힘으로 의회민주주의와 국회선진화법의 합의정신을 유린하며 자기들 맘대로 법제도를 바꾸고 있다”며 “우리 당은 앞으로 계속 이어질 민주당 입법 폭주에 온몸으로 맞서겠다”며 거부권 건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만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간호법은 폐기 위기를 맞게 된다.

헌법상 대통령은 국회에서 이송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시 15일 이내 이의서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데, 해당 법안이 다시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일반 법안 통과 기준인 ‘재적 의원 과반 출석·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아닌 보다 까다로운 ‘재적 의원 과반 출석 및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내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은 재통과 기준을 넘지 못해 폐기 처리된 바 있다.

하지만 거부권 행사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게 되면 양곡관리법에 이어 국회 입법권을 재차 무시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간호단체 등을 찾으며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바 있어 거부권 행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이외에도 본회의에서는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의료법 개정안도 여당 반대 속에서 가결 처리됐다.

해당 개정안은 의료인이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의료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제외)을 선고받을 시, 면허가 취소되는 등 의료인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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