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간호법 제정안’, 본회의서 상정·표결 앞둬
복지부, 이틀 전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 발표
임상간호교수제·간호 인력 충원·교대제 개선 등 담겨
간호계 “세부적인 논의 필요…제정 막는 도구되선 안돼”
여·야 대립 치열…의협 등 “총파업할 것” 반대 여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안)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안)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간호법 국회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가 간호법 제정 관련 반대 입장을 드러내 간호계 반발이 거세지자, 복지부가 이번 지원 종합대책을 통해 그들의 불만을 달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은 오는 5월 12일 국제간호사의 날을 앞두고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는데 관련 단체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갑자기 시기를 앞당겨 발표한 것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간호법 제정안 국회 표결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안)’을 발표했다.

지원 종합대책에 따르면 먼저 정부는 질 높은 간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병원 근무 겸임교수인 임상간호교수제를 도입하고, 신규간호사 1년간 임상 교육·훈련체계를 마련한다.

정부는 간호사의 근로여건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환자 수 대비 간호사 수가 지나치게 적기 때문이라고 판단해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 대 5’를 목표로 병원 내 간호인력 충원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방병원에 대해 간호사 채용 시 지역가산 등 재정지원을 통해 수급난을 완화하고 간호인력을 추가 배치해 간호사 업무부담을 대폭 완화한다.

간호등급제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의 간호사 인력배치기준을 상향 조정해 병원의 간호사 추가고용을 유도하고, 간호사가 다양한 근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교대제 개선 시범사업을 전면 확대한다.

이외에도 의료와 돌봄을 연결하는 방문형 간호서비스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지역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이 팀을 구성해 방문형 돌봄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방문형 간호 통합제공센터’ 시범사업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간호인력은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돌보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필수인력이므로 국가가 질 높은 간호인력를 양성하고 현장에서 이들이 장기간 근속해 국민들에게 우수한 간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한마당’이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br>
1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한마당’이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정치적 도구로 악용되지 않아야”

정부의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에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 측이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간협은 “간호인력 양성부터 숙련간호인력 확보 방안까지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마련됐다”며 “이번 대책이 오랜 기간 협회뿐 아니라 병원계, 보건의료노동단체와 전문가 등이 참여해 민주적 숙의과정을 통해 마련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해당 대책이 보건의료정책의 일부이기 때문에 의사 및 의료기관 등 다른 보건의료자원 정책의 변화 없이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간협 측의 주장이다.

간협은 “의사의 절대적 부족으로 인해 간호사에게 의사업무까지 전가하는 문제, 소규모 병상은 넘쳐나는데, 필수의료를 담보할 규모있는 의료기관이 부족한 기형적 구조 등의 개선 없이는 ‘국민과 간호사 모두가 행복한 환경 조성’이라는 종합대책의 목표 달성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 중 의료기관 중심의 방문간호형 통합센터는 역사적 평가나 인프라 확보 측면에서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집중돌봄병상에 대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세부인력 기준 등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정책집행을 위한 구체적인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당과 보건복지부는 이번 종합대책을 간호법 제정을 가로막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 그 의미를 퇴색시키지 말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의료노조)은 이번 대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의료노조는 “복지부가 이번 종합대책을 향후 4년간 정부가 추진할 간호인력지원대책의 ‘첫걸음’이라고 스스로 밝힌 것처럼 ‘방향’만 있고 구체적인 ‘알맹이’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책에 따른 3대 추진분야 그 어디에도 구체적 추진계획과 로드맵, 재정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며 “발표 시기 관련해서는 오는 27일 간호법 국회 처리와도 연동된 듯해 정책 추진의 진정성을 의심케 된다”고 꼬집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간호법저지 전국간호조무사 대표자 연가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간호법저지 전국간호조무사 대표자 연가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표결 D-1…긴장 고조

정부는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둔 간호법 법안 통과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의사 등 다른 직역단체들이 반대하는 간호법 제정을 강행하면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의료현장이 혼란스러워 진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료현장은 직역 간 유기적 협력이 중요한데 13개 보건의료단체가 간호법 제정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간호법이 통과될시 협업을 어렵게 하고 의료현장의 혼란이 야기돼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권이 침해된다”고 밝혔다.

이어 “간호법이 하려고 하는 의료 여건 변화에 따른 의료인의 역할 변화, 법률과 현장의 괴리 해소, 간호사의 근로여건 및 처우 개선 등을 해결할 때 간호법을 제정하는 것이 최선인지 회의적”이라며 “또한 한의사, 물리치료사 등 각 직역들의 독립법 제정 요구도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관 밖에서의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호사뿐만 아니라 여러 의료인의 역할을 같이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어, 독립된 법안 제정이 아닌 현행 의료법 체계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는 것이 조 장관의 설명이다.

간호법에 대한 찬반 논란이 과열되자, 조 장관은 지난 24일부터 5박 7일간 윤석열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 일정에 수행단으로서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간호법 본회의 사안이 점차 심각해지자 일정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그는 오는 27일 열릴 본회의 전까지 각 직역 단체와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중재를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조 장관은 지난 17일부터 간협을 시작으로, 지난 19일 병원간호사회, 지난 20일 이대목동병원 현장 간호사들과 간담회를 진행했으며, 지난 21일에는 역대 복지부 장관 최초로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찾았다.

당시 정부는 당정이 제시한 간호법 중재안인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을 수용하고 일부 논쟁 사항은 앞으로 수정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간협 등 단체는 중재안을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재 간호법은 더불어민주당 등이 여당의 반대 속에도 간호법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을 강행 처리하게 된다면, 대통령께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당에 이어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원안대로 국회에서 통과할 경우 다음 달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의협은 26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간호법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며, 간호조무사협회는 앞서 지난 25일에 1000여명이 개인 연가를 활용해 참여하는 ‘경고성 파업’을 실시했으며, 간호법이 통과될 경우 단독으로라도 총파업 투쟁에 돌입하겠고 선언한 상태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