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야 갈등 심각...국민 생명과 직결”
“당·정부, 여러 중재안 마련해 협의·논의”
복지부, “간호대 증원·3교대 근무 개선”
27일 간호법 표결 앞두고 종합계획 발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국민의힘은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이 간호법 제정안을 강행 처리를 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두 번째 거부권이 된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에게 “여당으로서 특별한 대책 없이 이 상황을 지켜볼 수 없다”며 “본회의에 직회부 된 간호법을 야당이 강행처리할 경우 대통령께 재의요구권을 건의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지금 본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을 강행처리할 경우에 의료 현장에 상당한 혼선이 예상된다”며 “의료 전체 체계가 상당히 흔들리고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민주당과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민주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고 이 법을 단독으로 강행처리할 경우 대통령께 재의요구권을 건의할 수 밖에 없다”며 “27일 본회의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계속 민주당과 협상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양곡관리법에 이어 간호법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협치가 가장 바람직하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상황이 (민주당이) 다수의 힘으로 독주를 하고 협상에 임하지도 않는 입법폭주 상황아니냐”고 설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여당으로서 사회적 갈등이 유발되거나 여러가지 문제가 예견되는 법에 대해 대응하는 유일한 수단이 재의요구권이라는 점을 국민들께서 이해하시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27일 본회의에서 쌍특검(대장동 50억클럽·김건희 여사 특검)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표결 추진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윤 원내대표는 “양 특검은 민주당이 당내 복잡한 사정과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당은 민주당이 정략적으로 추진하는 쌍특검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당 의원님들은 이 문제를 국민들에게 알려드리고 대응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간호법 제정 본회의 표결 추진과 관련해 “끝까지 중재안을 도출해 원만하게 직업 간 갈등을 조정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겠다”고 밝혔었다.

윤 원내대표는 “의료분야 갈등이 아주 심각한데 국민 생명, 안전과 직결된 분야”라며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생길 혼란이나 의료 서비스의 시스템 붕괴 등 많은 우려가 있음에도 지금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했었다.

이런 가운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지난 70년간 의료법 단일체계를 유지한 우리나라에서 특정 직역을 법적으로 분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간호법 제정 반대 의사를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열린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간호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열린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간호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복지부, 간호법 제정 반대

조 장관은 당초 5월로 예정했던 간호인력 지원 방안 발표 시점을 앞당긴 것도 간호법 표결을 앞두고 직역 간 갈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한시적으로 간호대학 입학정원을 늘리고, 전통적인 3교대 근무방식을 2교대나 고정근무로 개선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간호법 제정안 원안의 ‘지역사회’ 표현을 제외하는 대신 방문형 간호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법적 근거는 없지만 실질적으로 의사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PA(Physician Assistant·의학 보조원) 간호사에 대한 관리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편입 후 졸업까지 3년→2년

국회는 오는 27일 간호법 제정안의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정부·여당은 의료법에서 간호사 업무를 분리한 원안이 아닌 간호사 처우 개선에 초점을 맞춘 중재안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간호협회(간협)가 반대하는 가운데, 정부는 이번 종합대책에 간호사들이 요구해온 근무 여건 및 처우 개선안을 담았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발전 협의체’를 꾸린 후 지난 3월까지 이번 종합계획을 논의했다. 지난 1월에는 간호학계 전문가 및 대한간호협회 등과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 수립협의체를 꾸려 이번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복지부는 우선 고질적인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간호대학 정원을 늘릴 예정이다. 간호대학 학사편입제도는 2024년부터 ‘간호학사 편입집중과정’을 중심으로 재편해 편입 후 졸업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다. 복지부는 이 경우 연간 1000~2000명의 간호사를 추가로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간호사 면허가 있는 사람 수는 39만 1493명으로, 전문성을 활용해 의료기관과 비(非) 의료기관에서 활동 중인 간호사는 28만 5097명(72.8%) 수준이다. 간호대학 정원은 2만 6301명 수준이다.

병원의 간호사 추가 고용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도 종합계획에 포함됐다. 복지부는 환자 중증도가 높은 상급종합병원 간호사 1명 당 환자 수를 16.3명에서 5명으로 낮춰 근무 부담을 완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안에는 간호 인력을 더 많이 배치할수록 병원과 간호사가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게 건강보험 ‘간호등급제’ 개편안을 마련한다. 간호등급제는 입원병동의 간호사 근무 인력에 따라 병원을 1~7등급으로 나눠 추가 고용 규모에 따라 인건비 증가를 입원료 수가로 보상하는 제도를 뜻한다.

지방병원에는 간호사 채용 시 지역가산 등 재정지원을 확대한다.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관행적으로 운영해온 ‘대기간호사제’에 대해서는 개선 지침을 마련하고, 신규 간호사 동시 면접 선발 방식을 확대할 방침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병동에서 중증 수술환자와 치매·섬망 환자가 입원한 병실의 경우 현재 간호사 1명이 환자 5명 간호하지만 향후 환자 4명당 간호사 1명이 배치될 수 있게 건강보험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나아가 중환자실, 수술실, 응급실, 소아·청소년 등 필수의료 분야는 간호인력 배치기준을 높인다.

복지부는 간호대학과 병원 근무를 겸하는 임상간호교수제를 도입하고, 신규 간호사를 대상으로 1년 간 임상 교육·훈련 체계를 마련한다. 의료기관 내 교육전담간호사를 배치하고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추진하고 재정지원도 확대한다.

보건복지부는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근무여건과 처우를 개선한다는 골자의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종합대책)’을 25일 발표했다. [자료제공=뉴시스]
보건복지부는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근무여건과 처우를 개선한다는 골자의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종합대책)’을 25일 발표했다. [자료제공=뉴시스]

방문형 간호 시범사업

전통적인 간호사 3교대 근무체계를 개선하는 시범사업을 전면 확대하는 등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복지부는 간호사들이 ▲낮 또는 저녁 고정 근무 ▲낮·저녁 또는 낮·야간, 저녁·야간 번갈아 근무 ▲12시간씩 2교대 근무 등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방문형 간호 통합지원센터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지역 일차의료기관 등을 중심으로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팀을 꾸려 환자의 집을 찾아 보건의료서비스와 돌봄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체계다.

현재 의료법상 가정간호, 장기요양보험법상 방문간호 등 다양한 방문형 간호서비스를 환자 맞춤형으로 통합한다는 취지다. 시범사업은 내년부터 3년간 시범사업을 실시하며 이후 본사업 등으로 제도화 및 재정 지원을 추진한다.

복지부는 우리나라에서는 법적 근거가 없는 ‘PA 간호사’에 대해서도 고충을 충분히 듣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임강섭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미국처럼 새로 PA 간호사 직역 신설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보건의료노동조합 추산으로 약 1만 명의 PA 간호사가 사실상 존재하고, 이들의 업무 부담과 불안감이 있는 만큼 관리체계를 마련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종합계획에는 간호조무사의 근무여건 개선책도 포함됐다. 복지부는 야간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상급종합병원 간호조무사 1명 당 환자 수는 현재 30~40명 수준에서 8명으로 낮추기 위해 건보 재정을 지원한다.

조규홍 장관은 “이번 종합대책(안)은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현 정부가 4년간 추진할 간호인력 지원대책의 첫 걸음”이라며 “보건의료계와 국민들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제안하는 과제도 수시로 발굴해 정부의 정책이 간호현장과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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