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윤석열 대통령, 간호법에 두 번째 재의요구권 행사
간호계 “尹, 허위사실 분별 안 해…단체행동 돌입” 선언
면허증 반납 및 의사 업무지시 거부·19일 범국민 대회
‘환영’ 의협·간무협 등 의료연대, 17일 총파업 유보 결정
복지부 “근로여건 개선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들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관 인근에서 정부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관련 1차 대응방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간호협회]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들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관 인근에서 정부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관련 1차 대응방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간호협회]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가운데, 간호계가 이를 규탄하며 준법투쟁에 돌입할 것을 선언했다.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17일 오전 간호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1차 단체행동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간호법안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고유권한인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갔고, 본회의 통과 요건이 보다 까다로움에 따라 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간협은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입법독주법’,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의료체계 붕괴법’, ‘간호조무사 학력을 고졸로 제한한 신카스트 제도’라 어처구니없는 허위사실을 제시하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대선에서 약속하신 공약인 만큼 대통령께 간호법 31개 조문을 정독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렸음에도, 허위사실을 분별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간협은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단체행동에 대한 의견조사를 진행했고, 간호사 98.6%가 ‘적극적인 단체행동에 동참하겠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간협은 이날부터 △국민의힘·복지부의 허위사실을 폭로하는 포스터·유인물 배포 △대리처방·대리수술 등 불법진료에 대한 의사 업무지시 거부 △의료기관에 간호사가 거부해야 할 의사의 불법적인 업무에 관한 리스트 배포 △간호사 면허증 반납운동 전개 △부패정치 및 관료 척결을 위한 총선기획단 출범 △간호법 국회 재추진 등의 단체활동을 펼칠 방침이다.

아울러 오는 19일 광화문에서 ‘간호법 거부권 규탄 및 부패정치 척결을 위한 범국민 규탄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법안 통과를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도 입장을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는 전날 ‘청년농업 현장방문 및 간담회’를 마친 후 언론에 “대통령은 공약 파기 이유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공약 파기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며 “간호법 제정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이기도 했으며, 양당 공통 공약이었다. 간호법 제정을 위해서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을 비롯한 의료연대 대표들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간호법안 재의요구 환영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을 비롯한 의료연대 대표들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간호법안 재의요구 환영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의료연대 “거부권 행사 환영…파업 유보”

그동안 간협과 간호법으로 갈등을 이어온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의협)도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드러냈다.

의협은 “더불어민주당의 부당한 입법 폭주를 저지하고 국민건강을 수호하기 위해 간호법에 대해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대통령실의 결단을 환영한다”며 “지난 수개월의 대립과 갈등 과정에서 간호법은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법이 아니라 기득권 간호 세력의 이권을 위한 법이며,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강행된 법임이 드러났기에 법안 폐기는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의협은 법안이 최종적으로 폐기되는 순간까지 보건복지의료연대(이하 의료연대)와 함께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회를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간호법이 다시 한번 국회에서 의결이 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면, 의협을 비롯한 의료연대는 일시 유보했던 연대 총파업에 곧바로 돌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의협,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가 소속된 보건복지의료연대(이하 의료연대)의 파업은 유보됐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당일인 전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의료연대는 “오는 17일 계획한 연대 총파업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앞서 의료연대는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간호사라는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법이라 비판하며 지난 3일과 11일 두 차례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이어 오는 17일 보다 강도 높은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헤드오피스회의실에서 열린 진료지원인력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헤드오피스회의실에서 열린 진료지원인력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발등에 불 떨어진 정부

간호계가 집단행동을 예고하자, 복지부가 ‘의료공백’ 대응에 나섰다.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같은 날 ‘제6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의료공백 발생 방지 방안을 점검했다.

이날 정부는 보건의료계와의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 응급 상황 등에 대비한 비상대응체계 점검해 진료공백으로 인한 국민의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박 2차관은 “진료공백이 발생해 국민들께서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보건의료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맞춰 상황을 면밀하게 감독하고 필요한 조치를 적절하게 시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정부와 보건의료계가 지켜야 할 최우선가치”라며 “간호사들께서 지금까지 환자 곁을 지켜 오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환자들과 함께 해 달라. 정부도 간호사분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근로여건 개선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박 제2차관은 대한병원협회를 방문한 뒤 병원계 주요 인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는 간호법 거부권 행사 이후 의료현장 안정화를 위한 협조 요청 및 의견 청취가 오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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