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진행된 간호사 면허증 반납 기자회견. [사진제공=대한간호협회]
지난 26일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진행된 간호사 면허증 반납 기자회견. [사진제공=대한간호협회]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대한간호협회를 중심으로 전국 4만3021명의 간호사가 간호법 입법 무산 과정에서 보건복지부가 간호사의 자긍심과 간호법 가치를 훼손했며 간호사 면허증을 반납했다.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지난 26일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청사를 방문해 간호사 4만3021명의 면허증 사본을 모아 전달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제출한 면허증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816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구 5831명, 경기 4598명, 인천 3334명, 부산 3000명, 광주 2816명, 대전 2626명, 경남 2100명, 충남 1825명, 전남 1797명, 전북 1701명, 울산 1390명, 경북 1253명, 강원 1138명, 제주 804명, 충북 460명, 기타 179명 순이었다.

이날 간호계는 복지부를 항의 방문해 △간호법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 △의료현장에 만연돼 있는 불법진료를 묵인한 채 직무를 유기한 부분 등에 대해 조규홍 장관의 책임 있는 사과와 함께 중립성을 유지해 줄 것을 촉구했다.

간협은 조 장관이 지난 5월 15일 브리핑을 통해 간호법이 ‘국민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직역 간 갈등을 유발하는 간호사 이기주의법으로 칭한 것에 대해 “명확한 근거와 객관적인 지표도 없이 그저 지라시 수준의 거짓 뉴스를 퍼트린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간협 간호사 준법투쟁 TF위원장인 탁영란 제1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간호법 제정 과정에서 복지부가 보여준 행태는 과연 ‘국민의 건강 보호’를 위한 것이었는가”라며 “대한의사협회의 등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복지부의 행태는 한 나라의 국가 보건의료 정책을 책임지는 조직이 맞는지를 의심케 하는 매우 부적절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의 존립 이유와 존재의 의미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규홍 장관의 처사는 업무수행 능력과 전문성에 대한 우려마저 자아내게 한다”면서 “복지부는 중립적인 업무수행이 필요함에도 이번 간호법 처리과정에서의 행태는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게 했다”고 꼬집었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의 명확화에 대해서도 요청했다. 탁영란 제1부회장은 “복지부가 의료현장에 만연한 진료보조(PA) 간호사들의 불법진료를 묵인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책임지고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즉각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들은 불법진료행위 거부 준법투쟁을 위해 불법진료행위로 제시한 리스트에 대해 복지부가 ‘행위마다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은 것과 전국 의료기관장에게 공문을 보내 준법투쟁에 이중 잣대를 적용한 것에 대해 “복지부의 이러한 부적절한 시그널은 병원의 불법행위를 방관하는 것을 넘어 면죄부를 준 것으로 행정부의 책임을 망각한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외에도 간호계는 간호사에게 불법진료 행위를 강요한 의료기관 81곳을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신고하기도 했다. 해당 의료기관들은 간호사에게 불법진료 행위 지시 및 수행하도록 하고 이를 거부한 경우 폭언과 위력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의료법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이 신고 접수된 병원들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이에 반발한 간협은 자체적으로 불법진료신고센터를 설립한 뒤 익명으로 불법 의료행위를 지시한 의료기관과 진료 내용에 대한 신고를 받아온 바 있다.

복지부는 같은 날 간협과 방문과 준법투쟁에 대해 “폐기된 간호법안은 PA(진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문제 해결과 무관하다”며 “간협이 PA 문제를 간호법 폐기와 결부시켜 단체행동을 하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법상 의료인이 자발적으로 면허증을 반납할 수 있는 근거나 정부가 이를 접수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간협의 간호사 면허증 반납은 법률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PA 문제 해결을 위해 이달부터 현장 전문가, 간협을 포함한 관련 보건의료단체, 환자단체 등과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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