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한 윤석열 정부
보건의료연대·간호협회 총선기획단 꾸려
사회적 비용 생각하면 머리 맞대 해결해야

김영경(가운데) 대한간호협회 회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관 인근에서 정부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관련 1차 대응방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영경(가운데) 대한간호협회 회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관 인근에서 정부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관련 1차 대응방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이 결국 국무회의에서 행사됐다. 이로 인해 다시 국회로 넘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재의결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반대 의견을 던질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재의결은 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민의힘은 ‘협의’를 통해 간호법 제정안을 다시 만들자고 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의료연대와 간호협회가 각각 총선기획단을 꾸렸다. 이는 결국 내년 총선에서 간호법 제정안이 가장 핫이슈가 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두번째 거부권 행사한 尹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결국 국무회의에서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강호사의 처우 개선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의료계 갈등을 부추겨 국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달 4일 양곡관리법에 이어 두 번째이다. 간호법은 기존 의료법에서 간호 관련 내용을 따로 떼어낸 법안이다. 간호 서비스 질을 높이고 간호 인력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그러나 의사 단체는 간호사 업무를 의료기관에서 지역사회로 넓힌 조항이 포함된 것을 문제 삼았다. 이는 향후 간호사가 단독 개원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 의사 단체의 목소리다. 게다가 간호조무사의 학력을 고졸로 제한한 내용이 담기면서 간호조무사들이 반발했다.

이에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의료 직역 간 갈등을 부추긴다면서 처리에 반대를 해왔고,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이 민주당에 의해 단독으로 처리되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즉, 간호법 제정안이 간호협회와 의사+간호조무사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충분한 숙의를 하고 제정을 했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서로 네탓 공방

국민의힘은 당장 야당을 향해서 협의를 하자는 분위기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재의결을 선언했다. 재의결을 선언했다는 것은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겠다는 전략이다. 왜냐하면 재의결을 해도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재의결을 하게 되면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이상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100석 이상이기 때문에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실제로 양곡관리법도 재의결을 했지만 부결됐다는 점에서 이번 간호법 제정안도 재의결을 하게 되면 부결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재의결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의결보다는 다시 간호법을 발의해서 논의를 하자는 입장이다. 새로운 간호법을 만들어서 충분히 숙의를 해서 처리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논의를 하자고 그렇게 제안을 해도 국민의힘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면서 다시 간호법을 만들어서 논의를 하자는 것은 결국 시간 끌기 밖에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즉, 국민의힘이 태도의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간호법 제정안이 재의결에서 부의되면 결국 이번 국회에서 다시 만들 수 없다. 즉, 22대 국회에서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이는 내년 총선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비롯한 의료단체 대표들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간호법안 재의요구 환영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비롯한 의료단체 대표들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간호법안 재의요구 환영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총선기획단 꾸리는 단체들

이미 의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꾸려진 보건의료연대와 간호사협회 등은 각자 총선기획단을 꾸리기 시작했다. 내년 총선에서 가장 핵심 이슈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의료연대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으로 전혀 다른 직역의 보건복지의료단체들이 한 가지 목적으로 연대한 의료연대의 총선기획단 출범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간호협회 역시 총선기획단을 꾸렸다. 간협은 “약속을 파기한 대통령에게 우리는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낙선 운동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처럼 보건의료 분야 직역들이 분열이 돼서 내년 총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그야말로 보건의료 분야는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정치권이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 이유는 표심 때문이다. 보건의료연대의 경우 100만 보건의료인이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으로서는 간호법 제정안을 반대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반면 간호법 제정안에 찬성한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간호사가 50만으로 숫자 면에서 다소 약하지만 결집력이 강하기 때문에 엄청난 표심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네탓 공방’을 벌이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충분히 숙의를 해야 하는데 그러하지 않았다면서 ‘입법 독재’라고 비판을 했다. 거대 야당의 힘을 믿고 입법 강행을 했다는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충분히 숙의를 할 시간이 있었지만 국민의힘은 그것을 외면했다면서 간호사의 처우 개선은 하루가 시급하기 때문에 국민의힘을 제외한 채 처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즉, 협치를 하지 않고 서로를 향해서 ‘네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간호법 제정안은 중재와 협상의 여지가 충분한 사안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서로의 이해득실에 따라 움직이면서 애꿎은 의료계의 분열만 가져왔다는 시각이다. 즉, 정치권 자신의 이해득실에 의료계가 놀아난 꼴이 됐다는 것이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과 정책위위장단, 보건복지위원들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간호법 대통령 거부권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과 정책위위장단, 보건복지위원들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간호법 대통령 거부권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여론전 돌입

핵심은 여론이다. 입법 독재이냐 입법권 무시냐를 두고 여론이 어떤 식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냐가 내년 총선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밖에 없다. 보건의료연대나 간호협회가 총선기획단을 꾸리는 것도 이런 여론을 주도하기 위한 것이다. 여론이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해 어떤 식으로 흘러갈 것이냐가 내년 총선 승패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협치를 강조하면서 간호법 중재안을 내놓고 있지만 간호협회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거부권 행사가 된 간호법 제정안이 결코 의사나 간호조무사 등에 피해를 주는 법안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이제 남은 것은 국민을 향한 여론전이다. 여야 모두 네탓을 하면서 공세를 취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의사+간호조무사’ 대 ‘더불어민주당+간호사’의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구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국회가 이를 방기하고, 정파의 이해득실만 따지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무엇이 진짜로 나라를 위한 길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그저 네탓 공방만 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자신에게 투표를 해야 한다고 강요를 하는 꼴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모두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를 담보로 사실상 투표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내년 총선 이슈로 갖고 가기 전에 미리 머리를 맞대고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의료단체들의 갈등은 사회적 비용을 더욱 증폭시키기 때문에 보다 현명한 해법을 내놓기 위해서는 의료단체들도 포함하는 보다 근본적인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여야 모두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내년 총선 때문에 어떤 것이 유리한지 주판알만 튕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당분간 간호법 제정을 두고 계속해서 갈등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로 인해 국민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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