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한국거래소에 이어 금융감독원 임직원들도 내부 규정을 어긴 채 주식 매매를 하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지난 23일 금융위원회는 제20차 증권선물위원회를 열고 금융투자상품 매매 제한 위반으로 금감원 소속 임직원 8명에게 과태료 처분을 결의했다. 

지난 23일 금융위는 “금감원 소속 임직원 중 분기별 매매명세를 통지하지 않거나 복수의 증권사 및 계좌를 이용해 매매한 사실이 조사를 통해 적발했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은 금융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금융투자 상품 매매에 제한을 두고 있다. 소속 기관에 신고한 본인 계좌만을 이용해야 해며 1인 1계좌를 원칙으로 한다. 또한 매매 내역도 분기별 신고 의무가 있다.

이날 증선위에 진술인으로 나선 금감원 직원 A씨는 정규 장 시작인 9시부터 약 30분간 전산장애가 발생해 기존에 신고된 계좌가 아닌 공모주 청약 계좌에서 불가피하게 매도했다고 소명했다. 1인 1계좌가 원칙이지만 공모주 청약의 경우 예외적으로 복수의 증권사를 통해 청약이 가능하다. 다만 매도 시 기신고된 계좌로 주식을 옮겨 매도해야 하는데 해당 계좌가 전산장애를 겪어 다른 증권사 계좌에서 매도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증선위원장은 전산장애가 있으면 기다렸다 시스템 복구 후 매도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고 A씨는 “공모주를 들고 있으면 미공개정보 이용이나 이해 상충 관계가 생기기 때문에 괜한 오해를 사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답변으로 미루어보아 본인의 공모주 매매가 금감원 직원으로서 오해의 여지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A씨는 ‘시장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기 위함이 매매의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금감원 직원의 말을 믿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장 매매를 통해 시장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주식 매매를 했다고 말이다. 그러나 증선위원장의 상식선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증선위원장은 “공모주 청약이 국민적인 재테크가 된 것은 맞지만 금융당국 직원이 이렇게 매번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게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번 제재가 낯설지는 않다. 지난해 국부펀드 운용 주체인 한국투자공사 임직원들도 미신고 계좌 사용과 매매내용 지연 신고로 무더기 적발된 바 있으며, 며칠 전 거래소 임직원들도 같은 사례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미공개 정보 이용 같은 거래 행위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언론보도를 접한 사람들은 마치 불공정 거래 행위가 이뤄진 것처럼 오해해 억울한 부문이 있다”고 호소했다. 

주가조작이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가 아닌 단순 투자였을 뿐만 아니라 금감원 직원이라고 해서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행위를 금지할 수는 없다. 지난 2020년 공모주 청약에 불을 지핀 SK바이오팜을 계기로 국내 주식투자자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실제 모 리서치 업체에서 직장인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80%에 가까운 비율로 근무시간에 주식거래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경우 국민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시장 감시와 제재라는 본연의 임무가 전면에 있는 만큼 타 조직보다 높은 도덕적 잣대가 불가피하다. 특히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은 주가조작 사태 등으로 홍역을 앓고 불신이 깊어진 상태다. 신뢰는 반복적 행위에서 싹튼다. 조직의 강도 높은 기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