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DMA 시행 앞두고 대응조치 나서
외부결제도 개방…폐쇄성 기조에 균열

사진 제공=애플
사진 제공=애플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유럽연합(EU)의 강도 높은 압박에 애플이 그간 일관되게 유지해온 정책을 바꾸는 모습이다. 서드파티 앱마켓과 외부결제 시스템 도입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지금까지 유지해온 애플 특유의 폐쇄적 생태계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25일(현지 시간) EU 내 iOS, 사파리, 앱스토어에 적용될 변경사항을 발표했다. 디지털 시장법(DMA) 준수를 위한 조치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DMA는 아마존, 메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독점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빅테크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사이드로딩 허용, 인앱 결제 강제 금지, 자사 우대 금지, 상호운용성 확보 등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을 살펴보면, 앱스토어가 아닌 외부 앱마켓을 이용해 iOS 앱을 배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개발자의 외부 웹사이트를 통한 결제를 허용함으로써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선택지를 부여한다. 인앱 결제 수수료율은 기존 15~30%에서 10~17%로 인하한다.

앞서 애플은 EU 집행위원회의 조사와 시정 요구에 의해 애플페이로 제한해온 NFC 기반 결제 서비스를 외부에 개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같은 조치들은 그간 애플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던 ‘폐쇄성’을 흔드는 것이라 눈길을 끈다. 그간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를 명목으로 핵심 기능들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는데, EU의 압박에 의해 이 같은 기조에 변화를 주게 된 것이다. 

실제로 애플은 일찍부터 외부 앱마켓을 허용했던 구글과 달리 오로지 자사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iOS 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해왔다. 결제도 자체 인앱 결제만을 이용하도록 강제했다. 하지만 서드파티 앱마켓과 외부 결제를 허용하고 수수료율을 낮춤으로 인해, 생태계 내에서 애플의 지배력이 줄어들고 매출 타격 또한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 측도 “DMA의 제약 범위 내에서 유럽연합 내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안, iOS 사용 경험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동시에 “스캠, 사기, 욕설이 포함된 앱이나 사용자를 불법적이고 불쾌하고 유해한 콘텐츠에 노출시키는 앱 등 기타 위험 요소에 대해 충분히 대처할 수 없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다만 애플의 영향력이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새로운 ‘보호 장치’들을 동시에 도입한다는 점에서다. 모든 앱들은 iOS 앱 공증을 받도록 하며, 그 과정에서 생성된 정보를 활용해 다운로드 전 간략한 설명 및 기능을 살펴볼 수 있는 ‘앱 설치 시트’를 마련한다. 외부 앱마켓 개발자는 사전에 애플의 인증을 받도록 한다. 

외부 결제 방식을 사용하는 앱에 대해서는 환불 처리를 하지 않으며, 문제 신고나 가족 공유, 구입 요청 등의 기능도 적용되지 않는다. 앱스토어의 사용자 구입 내역 및 구독 관리에는 오로지 애플의 인앱 결제 시스템으로 완료된 거래내역만 반영될 예정이다. 또한 별도의 제품 페이지 라벨을 통해 외부 결제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수수료와 관련해서도 인앱 결제방식을 이용할 경우 3%의 추가 수수료를 받는다. 또한 설치 건수가 100만건을 초과하는 앱에 대해서는 연간 설치 건당 0.50유로(약 724원)의 추가 수수료를 징수한다.

이 같은 조치들은 3월 iOS 17.4 업데이트를 통해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유럽 개발자 및 이용자들로 한정되며, 북미 및 아시아 등 타 지역으로 확대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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