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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브룩스의 <보보스> [사진제공=책짓는 아재]

워낙 유명한 책이니 책의 핵심만 간단히 짚고 자세한 내용 소개는 생략하기로 하자. 보보스(Bobos)는 복수형으로, 즉 보보들을 가리킨다. 그리고 보보는 부르주아와 보헤미안의 합성어이다. 부르주아의 경제자본과 보헤미안의 문화자본을 겸비한 이들이다. 이제 이들이 자본주의의 선두에 서게 되었다는 거다.

나는 <보보스>를 원래부터 매우 좋아했다(동시에 매우 비판적이기도 했다). 동방미디어에서 나온 형선호 역본을 애지중지했고, 강한 애증을 담아 서평도 썼고, 이걸로 독서모임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보스>의 가치를 잘 몰라본 것 같다(자기계발의 대가 세이노와 문화에 민감한 일부를 제외하면 말이다).

해서 무려 절판이 되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래서 언젠가 1인 출판을 시작하면 이 책을 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형선호 역자의 탁월한 번역을 그대로 내되, 개인적으로 부족하다 싶었던 소소한 부분들만 손보면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애호하는 책이자 번역이었다는 소리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돼 다시 놀랐다. 정확히는 아쉬웠다(내가 낼 수 없게 되어서). 더욱이 형선호라는 뛰어난 역자의 멋진 번역 대신에 신진 역자가 맡았다고 하니 더욱 그러했다. 하나 막상 두 권을 대조해보니 기존 번역을 적절히 잘 활용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간 번역을 선보인 것 같다.

<보보스>를 읽어야 할 첫 번째 이유

여튼 이번 번역이 나오기 전에 한동안 절판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발간 당시에는 화제작이었다. 또한 이로 인해 보보스라는 용어가 널리 회자됐다. 그 용어가 여기저기 쓰였다(지금은 더 이상 책을 내지 않는 어느 출판사 이름에도 쓰였다). 왜 안 그렇겠는가. 미국 상류층의 새로운 흐름을 소개하고 있는데, 보니까 이들은 돈도 많고(부르주아) 교양도 넘친다(보헤미안). 동경심이 절로 샘솟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런 동경심으로만 읽는다면 얼마나 허무한가. 실제로 <보보스>의 1차적 가치는 앞으로 한국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는 두 가지를 전제한다. 한국은 미국의 트렌드를 따라간다. 중하류층은 상류층의 트렌드를 따라간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한 결과가 2024년 현재 한국의 문화(상품 소비, 영성 추구 등)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거의 사반세기 전에 예견(?)한 브룩스의 식견과 통찰을 높이 산다.

물론 이제는 미리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이제 그런 면에서는 <보보스>를 읽지 않더라도 몸으로 알고 있는 상황이다. 이 책을 읽어도 우리 자신의 상황에 대해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변화된 아비투스와 트렌드를 설명할 언어를 제공한다고 본다면 여전히 그 가치는 유효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다시 읽는다.

<보보스>를 읽어야 할 두 번째 이유

그러나 <보보스>에는 이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 바로 우리 시대에 돈 버는 비결이 숨어 있다. 세이노는 본서를 추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자들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읽어보라.” 동의한다. 현대 부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렇게 날카롭게 묘파한 책이 있던가 싶다.

물론 부자를 이해하는 자체가 핵심이 아니다. 부자들을 이해해야 그들의 지갑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신컨대 세이노가 추천한 핵심은 바로 이것일 게다. 실제로 세이노는 부자들의 심리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큰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부자들을 고객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앞서 지적한대로) 이제 시대가 바뀌어 부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보보스>가 제시하는 문화상에 동화된 상황이다.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고, 나는 지금 한국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바로 우리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작가로서 원고를 쓰기 위해서든, 사업가로서 제품을 팔기 위해서든, 성직자로서 신도를 설득하기 위해서든, 아니면 하다못해 모솔을 탈피하기 위해 잠재적 연애 대상자를 연구하고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보보스를 읽어야 할 세 번째 이유

그런데 이번에 새로 출간된 역본(이가을 역)의 책 소개를 보니 출판사가 방향을 유머 코드로 맞춘 것 같다. ”예리한 관찰자이자 유쾌한 학자인 저자의 바람대로 충분히 코믹한 사회학 책인 만큼, 많은 독자들에게 웃음을 선물할 것이다.” 결코 틀린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저자 자신이 자신의 책을 코믹 사회학이라고 불렀으니까 말이다.

더욱이 처음 번역이 나올 당시의 반응들 가운데 이 책이 웃음 폭탄이 산적한 교양물이라는 점을 읽어낸 독자들이 많지 않다(당시 리뷰를 보면 그다지 재밌지는 않다, 난해하다, 지루하다 등의 평가가 눈에 띤다. 물론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나 인문학적 기반이 약하다면,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충분히 낄낄댈 수 있다).

하지만 나라면 이 점보다도 앞서 말한 ‘우리 시대에 돈 버는 비결’이 더 강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 이것은 솔직히 말해서 어떻게든 더 책을 팔아야 하는 편집자의 입장에서 지적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 코믹 사회학이라는 점을 매우 높이 산다. 내가 동방미디어 역본이 나올 당시의 서평에서는 책에 대한 소개와 비판 이후에 바로 이 점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니 출판사의 책소개를 마냥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출판사의 책소개를 보면, 내가 <보보스>를 읽어야 할 이유로 지적한 첫 번째와 세 번째에 멈춰있다. “재출간되는 지금은 2023년, 보보스 문화가 사회 전반에 충분히 퍼져 있다. 이제는 부자나 상류층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대다수가 스스로의 속마음을 읽어내는 데에도 도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 서평을 작성할 당시의 입장은 편집자가 아니라 평범한 독자였다. 이제는 아재 편집자가 되어서 보니 아쉽다는 소리다.

<strong>바벨 도서관의 사서</strong><br>인간은 세우고 신은 허문다.<br>인간의 지식 탐구는 끝이 없는 수고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앎에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br>나 역시 마찬가지다.<br>나의 소박한 지적 탐구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br>
바벨 도서관의 사서
인간은 세우고 신은 허문다.
인간의 지식 탐구는 끝이 없는 수고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앎에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의 소박한 지적 탐구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뭐, 아무려나 상관있겠는가. 솔직히 나 역시 일개 독자로서는 그냥 즐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데이원 출판사의 팬심(?)에 동의한다. 23년 동안 읽고 또 읽은 애독자로서나 출판계에서 나름 구력이 생긴 편집자로서나 <보보스>는 최고의 오락서적(comic)이다. 그리고 또한 훌륭한 교양 사회학 서적(sociology)이다. 저자 자신이 말한 대로 코믹 사회학 저서이다.

그러니 여러분, 주저 말고 <보보스>를 읽어보시라. 각종 개념이나 사상가, 서책들이 속출하더라도 당황하실 필요가 없다. 그런 것들 잘 몰라도 논지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 없으니 겁먹지 말고 펼치시길 바란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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