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내세우더니...불출마 압박 받는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
설 이후 ‘최대 뇌관’될 하위 20% 발표할 듯...당내 긴장감 높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과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을 내세우며 단합을 강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친명과 친문과 계파 갈등이 터져 나왔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전날 1차 예비후보자 심사 결과를 일부 발표했다. 심사 결과 발표한 지역구는 23곳으로 △경기 광명시 갑은 친명계 현역인 임오경 의원과 친문으로 분류되는 청와대 임혜자 전 선임행정관 △파주시 갑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낸 친문 핵심으로 분류되는 현역 윤후덕 의원이 조일출 전 이재명 대표 전략특보와 경선을 치르며 △광주 동남구갑도 현역인 윤영덕 의원과 정진욱 이재명 대표 정무특별보좌역의 2파전 경선 등 친명·친문계가 맞대결 구도가 그려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과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노형욱 후보는 광주 동남구갑에서 컷오프 돼, 재심 신청을 예고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친문과 친명과의 뚜렷한 맞대결과, 친문 인사의 컷오프로 계파 경쟁이 가중되는 가운데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이날 ‘올드보이’와 ‘윤석열 정권 탄생에 기여한 이들’에 대한 자발적 용퇴를 주문해 갈등을 키웠다.

더불어민주당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심사결과(1차)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임 위원장은 이날 경선 발표에 앞서 “1차 공천 심사 발표 명단에 들어가 있지 않은 선배 정치인 분들은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결정 해주길 다시 한번 부탁한다”며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탄생의 원인을 제공한 분들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의 총선 불출마를 직접 요구하고 당 내에서도 이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압박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이 대표 좌장으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은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으니까 전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분들이 스스로 용단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는 것을 반영해서 원론적인 말씀을 한 것 같다”며 “(대통령) 후보였던 이 대표 스스로도 ‘내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된다’고 하셨지만 문재인 정부가 정권 재창출을 실패한 거 아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 정책과 조국 사태, 소득주도성장 등의 문재인 정권 당시 논란이 됐던 정책 및 사건을 열거하며 “당이 변화 돼야 하는데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국민이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생각이 굉장히 크고 혁신하려면 과거에 민주당에 주류적인 입장에 있었고 또 문재인 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분들이 책임을 져야된다는 의견도 굉장히 크다”고 친문 책임론에 힘을 실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한 압박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친문 인사들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오른쪽)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 [사진출처=뉴시스]<br>
(오른쪽)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 [사진출처=뉴시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임 위원장이 ‘윤석열 정권 탄생에 기여한 이들’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그러한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각을 세웠다.

임 전 실장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가 모든 것을 잘하지는 못했다. 조국 사태와 부동산 정책 등 아픔과 실책이 있었다는 점을 겸허히 인정한다”면서 “그럼에도 문 정부는 전례 없는 팬데믹 위기를 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했고 그 위기 속에서도 경제 발전도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평했다.

이어 “대선 직전 문 정부 국정 수행 지지율은 45~47%로 임기 말 지지율이 역대 어느 정부보다 높았다”면서 “(지난 대선에서) 0.73%의 패배는 우리 모두에게 아픈 일이었다. 우리 모두가 패배했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덧붙여 “모두 함께 서로의 상처를 끌어안고 합심하자고 다시 한번 호소드린다”며 단합을 강조했다.

최근 임 전 실장은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한 뒤 법무부 추미애 전 장관과 일부 친명계 인사들로부터 불출마 압박을 받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지난달 23일 본인 페이스북에 “석고대죄해야 할 문재인 정부의 두 비서실장(임종석·노영민)은 책임감과 정치적 양심을 보여 줘야 한다”며 총선 불출마를 나서서 요구한 바 있다.

공천 갈등의 최대 뇌관이 될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2차 경선·단수지역 발표는 설 명절 이후로 예정돼 있어 당내 긴장감이 높아진 모양새다. 친문과 비명이 얼마나 포함될지 여부에 따른 반발과 하위 20% 통보를 받을 현역 의원들의 불만이 예상되기에 계파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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