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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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농심은 우리나라 굴지의 식품기업이다. 이 업체가 라면의 원조가 아님은 이미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1985년부터 1등 라면 업체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신라면의 히트와 우지 논란을 계기로 입지를 완전히 굳혀 지금껏 시장을 주도한다. 스낵 분야 등에서도 다양한 제품과 이슈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계속 이끌어 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작용했고 경중 판단도 사람마다 분석이 다를 것이지만, 농심의 경영 철학도 일정한 몫을 했다고 보는 것이 억지는 아닐 것이다.

고 신춘호 농심 창업주는 주지하다시피 롯데그룹을 세운 고 신격호 창업회장의 동생이다. 그런 형과 의절하면서까지 라면 사업에 뛰어든 데에는 가난한 이들의 밥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초심이 작용했다. 한국에서의 라면은 간편식인 일본과는 다른 주식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고심 끝 결론이었다. 싸면서도 우리 입맛에 맞고 영양도 충분한 대용식이어야 한다는 어려운 희망사항이었다. 그럼에도, 라면으로 먹는 문제 해결에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범국가적인 혼분식 장려 운동도 있으니 사업전망도 밝다는 것이 라면 시장 진출의 변이었다.

신 창업주의 이런 발상, 가난한 이들에게도 품질 좋은 먹거리를 제시한다는 생각은 이미 경제 활동에 뛰어든 초기부터 뇌리에 박혔던 바다. 1957년 동아대학교에 입학한 신춘호는 일본에서 사업을 벌인 큰형, 몸이 좋지 않은 둘째형을 대신해 한국에서 가족들을 보살피며 학업과 돈벌이를 병행한다.

그 방편으로 쌀 판매를 하며 고생을 했다. 가을에 사들인 쌀을 이듬해 봄에 파는 장사를 처음 시도했으나 쌀 변질로 등 낭패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일로 신 창업주는 식품 가격보다 질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최근 미국 굴지의 식품업체 켈로그에서 가난하면 저녁에도 시리얼을 먹으라는 말이 나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하위 직원도 아니라 CEO가 직접 언론에 나와 한 발언이고, 언론 진행자가 잘못된 길 아니냐며 말을 돌릴 기회도 줬는데 끝까지 고수를 해 더욱 공분을 산 모양이다. 우리가 잘 아는, 시리얼을 파는 그 켈로그가 맞다.

켈로그 역시 처음 출발은 환자들을 위해 질좋고 싼, 조달이 간편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갸륵한 마음이었다. 그러던 것이 오늘날 저런 비정한 속내의 기업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심과 켈로그가 손잡고 시리얼 사업을 전개 중이다. 다행히 농심켈로그는 사람 중심 경영, 최빈국 어린이의 약과 식품을 챙기는 유니세프 등에 제공하는 거액의 기부금 등으로 미국 본사와는 결이 다른 행보를 보인다. 농심, 농부의 마음으로 남의 밥상을 챙기려는 자가 아니면 결국은 남들도 그 장삿속을 눈치챈다. 반대로, 진정한 농심으로 내놓는다면 멀건 죽 같은 시리얼로 차린 저녁밥상인들 진심을 모르겠는가. 오늘따라 신춘호 정신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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