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연 지음 | 130쪽 | 128X188 | 커뮤니케이션북스 | 1만2000원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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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하비브는 문화를 변증법적으로 이해하려 한다. 즉 문화가 그 대화성, 내러티브성 그리고 경쟁적 특성 때문에 내적으로 갈라지며, ‘우리’와 ‘그들’ 간 경계를 계속해서 형성·재구성·재협상한다고 본다. 벤하비브에 따르면 문화는 다양한 문화 간의 상호 작용과 경쟁적 관행을 통해 형성된다. 따라서 내적으로 완결된 문화란 존재할 수 없다. 문화적 정체성의 형성 과정 역시 내러티브 역량(narrative capacity)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내러티브 역량이란 자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변경하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능력이다. _ “세일라 벤하비브의 정치철학” 중에서

아티스트 니키 리(이승희)는 ’프로젝트 시리즈‘를 통해 정체성이란 무엇인지 되묻는다. 해당 작업을 통해 니키 리는 수 개월동안 펑크족, 성소수자, 해스패닉, 노숙자, 여고생 등 다양한 집단에 속해 이들의 문화를 익히고 동화되는 경험을 했다. 결국 정체성이라는 것은 주어지고 정해진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여전히 ‘우리’만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주장하고 있는 건 아닐까. 다문화 사회를 앞둔 가운데 우리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아갈 준비가 돼 있을까.

세일라 벤하비브는 오랫동안 외국인, 이주민, 난민, 망명자 등 이른바 이방인 문제에서 비롯하는 정치적·법적 쟁점에 천착해 온 정치철학자다. 그는 한 사회의 문화는 고정불변하는 것이 아닌 ‘우리’인 주류·선주 집단과 ‘그들’인 비주류·이주 집단의 경계가 형성되고 재구성, 재협상되는 과정에서 계속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대화적·숙의적 절차를 바탕으로 문화 간 갈등과 충돌을 극복할 방법을 제시해 왔다.

우리와 그들의 경계를 재상상하게 하는 도서 <세일라 벤하이브>는 그의  사상을 구성하는 중요한 키워드 열가지인 △비본질주의적 문화 △정체성 정치 △절대적 상대주의 △숙의 민주적 모델 △세계주의 △보편적 환대권 △권리를 가질 권리 △민주적 반추 △국경의 다공성 △시민권의 분해 를 설명한다.

출판사 관계자는 “동질화 경향이 심화하고 원리주의 관점이 득세하며 분리주의 양상이 격화하고 있다”며 ”벤하비브의 다문화 연구는 우리 또한 앞으로 더욱더 자주 당면할 문제를 방관하지 않고 이에 책임 있게 임하는 데 기반이 돼 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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