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교윤 지음 | 196쪽 | 133X199 | 백조출판사 | 1만5000원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쑥버무리로 배를 채우기도 했던 유년기를 보낸 사람들에게 이팝나무는 하나의 거대한 쑥버무리였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이팝나무는 백설기 같은 꽃을 피우며 말하는 것 같다. 대동의 정신 아래 나눔의 미학. 가지지 못한 자에게는 노력을 권유하고 여유 있는 자에게는 공유하는 삶을 살라고 제언하는 듯하다. 그렇게 하는 데는 물론 그들의 문제에서 우리들의 문제로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팝나무 이야기(나눔과 공유의 나무)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배교윤 시인의 첫 번째 산문집 <나무가 나를 찾아오는 날에는>가 출간됐다.

이번 산문집에는 배교윤 시인이 겪은 스물한 그루 나무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는 회화나무에서는 허무와 권고를, 후박나무에서는 깨우침과 가르침을, 포도나무에서는 모정을, 배나무에서는 기다림과 삭힘을, 플라타너스에서는 미완과 꿈을, 대나무에서는 비움과 절제를 읽어낸다. 

배교윤 시인은 누가 가르치지도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 우리 주변의 반가운 이름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그들의 사연을 독백하고 있다. 

부산에서 태어나 2003년 <문학과 경계>로 등단한 배교윤 시인은 시집 <내 마음의 풍광>, <일몰에 기대다>를 출간했다.

남승원 문학평론가는 “배교윤 시인은 이제 신화와 역사, 그리고 내밀한 사람의 이야기들을 나무에 불어넣는 중”이라며 “그가 들려주는 ‘나무’를 읽다 보면 신화에서부터 시작된 인류 역사의 보편적 시간과 그 속을 살아가는 개개인들의 시간이 압축돼 만들어진 이야기의 나이테가 점차 선명해진다”고 평했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서나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찬 <나무가 나를 찾아오는 날에는>을 통해 몰랐던 나무의 단정함과 다정함을 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