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변화와 대응방안 세미나’ 
“무역을 보복 무기인 동시에 우방 관계 강화 수단으로”
“지정학적 단층선 위치한 한국, 전략적 유연성 요구돼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13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변화와 대응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경제인협회]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13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변화와 대응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경제인협회]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다양한 경영환경 변수가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산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글로벌 경제안보 및 통상환경 전망과 한국경제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13일 오후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변화와 대응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현재 관세율에 일괄 10%p를 추가 부과하는 ‘보편적 기본관세’ 공약이 현실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보편적 기본관세’가 시행된다면 한국의 수출은 약 23조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실질 GDP 역시 약 0.3%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한경협 세미나는 이 같은 경영환경 변수를 미리 내다보고 한국경제계의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미나의 시작과 함께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및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G2 간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통상 지형의 변화 등 대외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라며 “대외환경 변화에 치밀히 대응하는 한편,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긋나는 법 제도를 선진화해 기업과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축사를 통해 “1995년 WTO 출범을 통해 확립돼 온 자유무역 질서가 흔들리고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함에 따라 주요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무역의 블록화도 심화되고 있다”라며 “미국, 일본, EU 등 선진 경제권과 산업 공급망·첨단기술 협력 수준을 업그레이드해 나갈 뿐만 아니라, 풍부한 자원·인구를 보유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해 우리 기업의 수출시장 및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미나는 두 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글로벌 공급망과 경제안보: 기업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발표했으며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과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두 번째 세션은 스콧 슈나이더(Scott Snyder)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위원의 ‘국제통상과 지정학’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토론은 김종훈 전 국회의원이 좌장을 맡고 최병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과 이태호 법무법인 광장 고문이 함께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글로벌 공급망과 경제안보: 기업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경제인협회]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글로벌 공급망과 경제안보: 기업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경제인협회]

허윤 교수는 경제안보의 핵심 키워드가 공급망 안정화에서 공격적인 산업정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막대한 기업보조금, 산업 스파이, 경제 의존성 무기화 등 중국의 조치가 경제안보 글로벌 확대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허 교수는 “비교적 근래까지만 해도 경제안보의 핵심이 공급망 안정화와 같은 수비적 정책이었지만 경제적 강압에 대한 맞대응, 해외투자 심사, 경제안보의 제도화 등 공격적 정책으로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라며 “적대국과의 기술 초격차 유지를 목표로 산업정책을 결합한 공세적 융합정책 개발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허 교수는 한국형 경제안보 대응전략을 ‘CHIPS’라는 조어로 풀어내기도 했다. 허 교수가 제시한 ‘CHIPS’는 ▲종합적인 경제안보 정책 디자인(Comprehensive), ▲국제 연대 구축(Harmonize) ▲기업주도 민관 공동전략을 통한 첨단산업 육성(Innovative), ▲기술유출, 산업 스파이, 공급망 교란 등에 대응하는 실효적 보호정책 수립(Protective), ▲정부기관 내 정책충돌 최소화 및 파트너국 간 경제안보정책 충돌 대비(Smart Way) 등으로 요약된다.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 역시 “지정학이 무역 흐름의 결정적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경쟁관계에 있는 주변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적 선택을 하는 경우 무역을 보복 무기로 활용하는 동시에, 우방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주요 수단으로도 쓰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토론 참석자들 역시 대외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했으며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자국 내 정부와 기업의 협력, 한미일 삼각협력 강화, 공급망 실사체계 구축, 전략적 유연성 확보 등을 지목했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미‧중 갈등으로 인한 통제 조치들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중국과 거래하는 기업의 경우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자격확보, 파트너 기업의 ‘우려 외국기관(FEOC’ 해당 여부 확인 등 공급망에 대한 정보분석과 실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민 서울대 교수는 “반도체, AI, 양자 등 핵심기술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정부가 팀 코리아로서 협력해야 한다”라며 “더 나아가 한미 협력,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끝으로 이태호 전 외교부 차관은 “자유주의 세계화 시대는 종말을 맞이했고 이전의 세계무역 질서로 회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경제안보를 중심 개념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국제경제 질서가 창출되고 있다”라며 “한국은 가장 뜨거운 지정학적 단층선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를 기회로 활용하면서 대응해야 할 도전에도 대비하는 전략적 유연성 발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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