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2022년 배출량 3155만tonCO2-eq
감축 위한 계획 세우고 목표도 적극 제시해야

[이미지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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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정유업은 특성상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산업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정제공정이 고도화되며 정제능력이 증가할수록 온실가스 배출도 많아지기도 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성과가 더 극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업종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정유업계도 온실가스 감축에 미래가 달렸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국가온실가스 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정유 4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SK에너지 684만7471tonCO2-eq ▲GS칼텍스 887만672tonCO2-eq  ▲에쓰오일 938만6360tonCO2-eq ▲HD현대오일뱅크 645만3281tonCO2-eq로 나타났다. 4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3155만7784tonCO2-eq로 전년도인 2021년(3270만7345tonCO2-eq)보다 약간 줄어들었다.

마침 국회에서도 지난 1월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안(이하 CCUS법)이 통과돼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법제적 기반이 마련됐다. 우리나라는 CCUS 관련 규정이 40여개에 달하는 개별법에 산재돼 통합법 제정이 요구돼 왔다.

CCUS법은 온실가스 감축에 필수인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와 운영에 관한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규정하고 있다. 또, 이산화탄소 공급특례, 전문기업 확인, 기술 인증 등을 규정했으며 기업의 연구개발, 창업, 신산업 발굴 지원 등을 목표로 한 규정도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동해가스전 활용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실증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산업 생태계 조성을 모색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허브 터미널에서 압축해 액화한 뒤 해저 파이프를 통해 동해 폐가스전 고갈 저류층에 저장하는 내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사업을 통해 오는 2030년부터 연간 12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북미와 유럽 등에서는 대규모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사업이 운영 중이다.

CCUS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관련 시장 규모도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50년까지 관련 장비 시장 규모만 누적 45조엔, 연간 10조엔의 경제 파급 효과를 기대하기도 했다.

국내 정유사들도 발빠르게 CCUS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지난해 5월 가스 분리막 전문기업인 에어레인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보유한 가스 분리 기술을 활용해 탄소 포집에 필요한 분리막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롯데케미칼과 탄소포집 공정 개선 등 상호 정보 교류 협력 및 고성능 신규 분리막 기술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 23일 서울시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탄소포집 기술 사업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 23일 서울시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탄소포집 기술 사업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온실가스 배출 줄이려면 공정 효율화 등 환경투자 강화해야

실제 온실가스 배출 감축 성과 역시 중요하다. 각 정유사들은 지속가능보고서(ESG보고서)를 매년 발간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함께 감축을 위한 노력을 공개하고 있다. 결국 온실가스 배출을 유의미하게 줄이려면 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자회사인 SK에너지는 꾸준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SK에너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725만7441tonCO2-eq에서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692만1203tonCO2-eq, 670만4092tonCO2-eq를 기록해 2022년 소폭 반등했으나 꾸준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7월 독자 개발한 ‘중온 아스팔트 콘크리트 혼합물(이하 중온 아스콘)’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 외부사업으로 환경부 탄소감축 인증을 받기도 했다. 중온 아스콘은 기존 160~170도인 아스콘 생산 온도를 약 30도 낮춰 생산해 아스콘 1톤 생산 때마다 기존 대비 아산화탄소 약 1㎏을 감축할 수 있다. SK에너지는 중온 아스콘 거래업체를 늘려 탄소감축 효과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50년 이전까지 넷제로(Net-Zero, 온실가스 순배출량 ‘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탄소 배출량을 고려한 설비 가동 최적화와 저탄소 원료를 우선 도입하는 ‘그린 오퍼레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같은 에너지를 써도 얼마나 공정을 효율화하느냐가 중요하다”라며 “그러려면 설비보수도 지속적으로 해야 하기에 투자를 계속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력 사용시 비용이 들어도 LNG 활용을 늘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 구성원들이 지난해 7월 발간된 2022년 ESG 리포트를 살표보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구성원들이 지난해 7월 발간된 2022년 ESG 리포트를 살표보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HD현대오일뱅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684만1011tonCO2-eq에서 2021년 751만609tonCO2-eq로 올랐으나 2022년에는 다시 2020년 수준보다 낮은 배출량(645만3281tonCO2-eq)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발간한 2022년 ESG 통합보고서를 보면 환경투자비가 2021년 461억원에서 2022년 1166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국내 정유사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는 본궤도에 올랐다고 보기엔 섣부르다. GS칼텍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778만8771tonCO2-eq, 2021년 845만6147tonCO2-eq, 2022년 887만672tonCO2-eq로 오히려 오르는 모습이다.

에쓰오일은 2019년 960만3008tonCO2-eq, 2020년 957만9378tonCO2-eq, 2021년 1003만6497tonCO2-eq으로 2022년(938만6360tonCO2-eq) 다소 줄었으나 타 정유사와 비교해 많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샤힌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기에 온실가스 배출량에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지난해 7월 정유업종 기후행동지수를 평가하며 “정유사들이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투자에 나서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탄소감축을 위해 제시하는 방안들도 친환경 연료 전환, 탄소 포집 및 활용기술(CCU), 저탄소 원료 전환 등 단기간에 상용화되기 힘든 대책들이어서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짚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평가한 지표들을 보면 온실가스 정보의 공개에 해당하는 투명성(5점 척도)은 에쓰오일 5점, GS칼텍스 4점, HD현대오일뱅크 4점, SK에너지 3점으로 양호한 수치를 보였다. 반면, 기후행동의 적극성 평가에선 SK에너지가 2.5점, 에쓰오일 1점, GS칼텍스 0점, HD현대오일뱅크 0점으로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그 목표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는데 미흡하다는 진단이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김상협 민간위원장이 지난해 3월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김상협 민간위원장이 지난해 3월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부, 산업 부문 감축목표 완화…“근본적인 산업전환 준비해야”

한편,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3월 21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2050 탄소중립 달성과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청사진을 내놓았다. 여기엔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이행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총량은 2018년 대비 40% 감소로 유지했다. 하지만 산업 부문 감축목표는 기존 14.5% 감소에서 11.4% 목표로 완화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다음날인 3월 22일 성명을 통해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 산업부문에서 80% 정도의 감축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내용들이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근본적인 산업전환 없이 (목표 이행이)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진정 2050 탄소중립을 목표하고 있지만 이번에 발표한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부터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들에 대한 전환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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