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프리미엄 전기차’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가 초저가 전기차를 바탕으로 전 세계 자동차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이들의 캐치프라이즈 ‘저렴한 프리미엄 전기차’처럼 비야디는 작년 상하이 모터쇼에서 공개한 소형 해치백 시걸의 가격으로 약 1290만원을 제시했다.

전기차의 가격이 기아의 대표적인 경차 모닝의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니. 어떻게 이게 실현 가능할까. 물론 중국의 싼 인건비 덕도 있겠지만, 비야디가 전기차에 들어가는 엔진을 직접 생산하며 생산 단가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기술력에 늘 ‘불신’과 ‘의문’만 남겼던 중국이, 믿기 힘들게도 기술의 집약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이나 파워’를 뽐내고 있다.

비야디는 스스로의 기술력과 공격적인 가격 할인 경쟁으로 지난해 4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했다. 당시 비야디는 48만4507대를 판매한 테슬라 보다 많은 52만6409대를 판매했다. 이런 와중에도 비야디는 꾸준히 전기차 인하해 시장 경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

물론 비야디가 단순히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장악했다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경쟁력은 바로 수직계열화다. 원자재, 배터리, 완성차까지 수직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의 수직 계열화를 토대로 비야디는 지금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엔비디아까지 중국 전기차 업체와 손잡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초조한 쪽은 후발 주자 중국이 아니라 선발주자들이다. 그동안 중국이라는 거대한 내수 시장에서 성장해 오던 비야디가 서서히 세계로 눈을 돌리니,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특히 비야디가 이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벌어질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파장은 상상조차 힘들다.

앞으로 비야디와 현대차그룹의 영역다툼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현대자동차 장재훈 사장은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EV 경쟁사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으로 원가 경쟁력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어려운 외부 환경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는 경영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비야디의 가격 경쟁 전략에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BYD는 지난 2022년부터 태국에 15만대 규모 전기차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간다. 또 인도네시아에 이와 유사한 규모의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도 알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헝가리와 브라질, 멕시코에 각각 신규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기반 다지기에 돌입한 것.

업계는 이런 비야디의 성장 전략의 유효성이 검증되는데 까지 약 2~3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판매량 측면에서는 수년 내에 메이저 완성차 그룹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하는 만큼 당장 현대차의 최대 경쟁자는 미국의 테슬라가 아닌 중국의 테슬라 ‘비야디’가 아닐까. 올해 봄 불어오는 중국의 바람이 너무나도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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