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을 훔치고 있는 실종자 가족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지난 16일, 노란 유채꽃이 만발하는 진도에 다시는 잊을 수 없는 상처가 새겨졌다. 500명 가까이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179명만이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구조자들도 병원에 입원해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지속적인 심리치료 등을 병행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세월호 참변’이 일어난 후 대한민국 국민들은 한 마음으로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또 아직 발견되지 못한 실종자들이 단 한 명이라도 무사히 돌아올 ‘기적’이 있기를 바라고 있다. ‘착한 사람만 하늘이 무심하게 데려갔다’고 슬퍼하던 또 다른 ‘착한’ 국민들은 수많은 희생자들의 사연에 애타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사고 현장으로 내려가 봉사를 자청한 사람들도 있으며 어떤 방법으로든 도움을 주고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모든 국민들이 노력하고 있다.

임시합동분향소인 안산올림픽기념관 체육관에는 조문을 시작한 23일 이후 사흘 만에 4만 명이 넘는 추모객들이 다녀갔다. 추모객들은 본인의 자식들이 아닌데도 내 자식들이 피해를 입은 것처럼 눈물 흘리며 그곳에서나마 편안하길 바라며 메시지를 남겼다. 아직까지도 조문을 하기 위한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아픔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정치나 재계 인사들은 일반 사람들과 사는 세계가 다르다며 흔히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표현된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 살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최대 주주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막내아들은 이번 세월호 참변과 관련해 적절하지 못한 입장의 글을 올려 파문이 일었다.

정군은 지난 18일 본인의 SNS에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돼서 국민의 모든 니즈를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게 말도 안 되는 거지’,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 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고 표현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정군의 ‘미개한 국민’ 발언에 SNS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도 미개해서 죽었다고 한 번 떠들어보시지’, ‘그럼 너희 아빠란 사람은 그런 미개한 국민이 미개한 국가 대통령 하겠다고 미개한 사람들한테 굽실거리니?’, ‘정몽준 의원, 인성교육 꼭 해달라’같은 다소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이런 국민들의 반응에 정 의원은 지난 21일 본인의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아버지로서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입니다”라고 사죄문을 올렸고 결국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군의 경솔한 발언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금 사죄의 뜻을 전달했다.

사실 제일 먼저 문제가 된 것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다. 지난 16일 서 장관이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라면을 먹는 모습이 공개됐고 이 모습은 실내체육관 바닥에 담요를 겨우 두른 채 누워있는 피해가족들의 모습과 비교돼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이런 국민들의 반응과는 다르게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라면서 서 장관을 두둔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 말은 ‘오프 더 레코드’ 요청이 됐으나 <오마이뉴스>가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일개 ‘평범한’ 국민들은 다시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서 장관이 라면을 먹었던 자리가 응급 진료가 되고 있던 테이블이라는 것이 알려졌고 서 장관의 권위적인 태도에 대해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개념 없는’ 행동은 끊이지 않았다. 안전행정부 송영철 국장은 지난 20일 진도 팽목항을 방문한 후 “기념사진을 찍자”면서 사망자 명단 앞에 섰다. 이 사실은 언론을 통해 보도돼 송 국장은 결국 해임됐다.

같은 날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본인의 SNS에 ‘드디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올렸다. 세월호 실종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찾으려고 노력하던 시기에 여당의원이 ‘색깔론’을 내민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과 비난이 잇따랐다.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같은 날 본인의 SNS에 올려 실제 유가족을 ‘유가족인 척 선동하는 여자’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권 의원이 올린 영상은 합성으로 드러나 권 의원도 정론관에서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를 입은 유가족들에게 사과를 전해야만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의원 예비후보였던 송정근 목사도 구설수에 올랐다. 송 목사는 세월호 사고가 터지자 진도로 내려가 임시학부모대책위 대표를 맡았지만 송 목사가 세월호 피해자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사실과 경기도의원 예비후보라는 점이 알려지자 비난이 쇄도했다. 송 목사 측은 지난 18일에 예비후보직을 사퇴해 정치적인 의도가 없었고 학부모라고 거짓말을 한 적도 없으며 학부모들의 의견이 모아져 대표로 선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 목사의 행동에 대해서는 누리꾼들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누리꾼들은 ‘예비 후보까지 사퇴하면서까지 실종자가족대표로 큰 목소리내면서 도와준 게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거나 ‘일단 실종자 가족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으면 저 사람은 잘못한 거다’라는 등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정치인들 뿐 아니라 흔히 보수 논객이라고 불리는 변희재, 지만원 등도 ‘막말 대열’에 들어섰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세월호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키는 글을 올렸던 정몽준 의원의 막내아들을 두둔하고 나섰다. 변 대표는 지난 21일 본인의 SNS에서 ‘학생 때는 이 주장 저 주장 다 하면서 성장하는 건데 정몽준씨 아들이란 이유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있다’, ‘나는 대학생 때부터 웹에 온갖 잡글을 쓰며 공개 검증받으며 성장했다. 그런데 정몽준씨 아들이란 이유로 자유로운 사고와 표현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건 비극이다. 물론 남들이 갖지 못한 걸 가질 수는 있어도 사고와 표현의 자유보다 더 중요할까’라며 ‘아직 대학도 안간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마음껏 실수할 권리가 학생의 특권이다’라고 정군의 글에 대해 옹호했다.

변 대표는 jtbc 손석희 앵커와 정관용 사회자에 대해서도 맹비난을 쏟아냈다. 변 대표는 이들을 ‘표절 석희’, ‘표절 관용’이라면서 이들이 방송에서 보인 눈물을 ‘방송에서 울고불고 하는 건 역겨운 작태’라고 지적했다.

또 25일에는 ‘구조요원 좀 다치면 어떠냐고 실종자 가족들 선동하고 있나보다’라며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만원은 22일 본인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안산과 서울을 연결하는 수도권 밴드에서 국가를 전복할 목적으로 획책할 제2의 5.18반란에 지금부터 빨리 손을 써야 하는 것’이라며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반란이라고 표현했고 이어 ‘시체장사에 한두 번 당해봤는가’라며 이번 세월호 참변을 두고 ‘시체 장사’라고 말해 국민들을 분개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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