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N뉴스와 허위 인터뷰 한 홍모씨. MBN뉴스영상 캡쳐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세월호 참변’을 두고 모든 국민들이 슬퍼하며 침통한 가운데 그러지 못하고 ‘관심’을 얻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등 일반인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부터 허위 사실을 담은 문자 등이 기승을 부렸다. 주로 SNS와 카카오톡, 휴대폰 문자로 퍼진 이 허위 사실들은 실종자들이 배 안에 아직 살아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사고를 접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마음만큼 허위문자 등은 아주 빠르게 유포됐다. ‘나 아직 안 죽었다. 사람 있다고 말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는 당시 에어포켓 안에 아직 생존자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고 국민들에게 구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줬지만 조사 결과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쓴 것으로 밝혀졌다. 이뿐 아니라 SNS 등에 퍼진 구조 요청 문자는 전부 조작이나 사칭 등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

이런 허위 사실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국민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MBN에서 진행했던 홍모(27)씨의 인터뷰였다. 홍 씨는 MBN과 인터뷰를 하기 전인 지난 17일부터 줄곧 본인의 SNS에 ‘민간 잠수부 여러분들 진도로 빨리 와달라’, ‘잠수부 500명이 아니라 언론, 기자들이 500명이겠지’, ‘뭘 감추는 건지. 무조건 유가족 못 보게 말린다’, ‘지원? 나랑 장난하나?’ 등의 글을 쓰면서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공유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홍 씨는 18일 MBN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민간 잠수부들이 세월호 안의 생존자들과 대화를 했다”, “해경이 민간 잠수부의 구조를 막았다”,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고 말했다”는 등 해경과 정부 측에서 전혀 실종자들을 구할 의도가 없는 것처럼 표현했다. 인터뷰 영상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공유되며 더 이상의 생존자가 나오지 않는 것에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홍 씨는 민간 잠수부로 구조 현장에 들어간 적이 없으며 잠수부 자격증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나 허위 인터뷰를 진행한 MBN은 그날 오후 보도국장이 직접 방송에 나와 홍 씨와의 논란에 대해서 공식 사과했다.

또 한 프로야구선수의 애인행세와 거짓 임신 소동, 작사가로 행세하며 음반 사업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후 도주, 연예인 화영의 사촌 언니 행세 등 홍 씨의 과거 행적들이 속속 알려지면서 희대의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혔고 결국 해경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피해자들을 향한 일부 누리꾼들의 비하와 막말도 이어졌다. 인터넷방송을 진행하는 BJ A씨는 지난 17일 본인의 방송에서 세월호 사고를 언급하면서 막말을 쏟아냈다. A씨는 ‘학생들 죽은 게 나랑 뭔 상관이냐, 그 배에 탄 자기들 잘못이지’, ‘공부는 잘 하셨어요? 진도 잘 따라가야죠’, ‘오뎅탕’라며 막말했고 ‘교복이 젖었을 거 아냐?’라는 등 성적 비하도 서슴지 않았다. 현재 A씨는 체포영장이 발부돼 경찰 조사 중에 있다.

   
▲ 리본 모양을 교묘하게 'ㅇㅂ'로 바꾼 일베의 노란 리본(좌), 슬퍼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일베의 노란 리본(우). 인터넷 캡쳐

애국보수사이트라고 자칭하는 ‘일베’에서도 비하 발언이 나왔다. 하루아침에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을 ‘유족충’이라고 칭하며 ‘국기를 문란하게 한다’, ‘3일 동안 운 유족충 목청도 좋네’, ‘보험금이나 타갈 것이지’라고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말을 쏟아냈으며 사고 회사인 ‘청해진해운’이 전라도 회사라며 지역감정을 조장하기도 했다.

또 실종자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노란리본’ 캠페인의 리본 모양을 교묘하게 바꿔 기존 이미지를 훼손하고 사고 당시 배가 침몰하는 사진에 故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하며 고인을 비하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21일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자들에게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검거해 무관용 원칙에 입각, 엄중 사법처리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곳도 여럿 있었다.

세월호 참변이 일어난 지 2일이 지난 18일 코오롱스포츠는 세월호 사고를 위로하는 내용의 단체문자를 고객들에게 보냈다. 이 문자는 세월호의 피해자들을 안타까워하고 구조를 바라는 내용인 것 같았지만 실상은 코오롱스포츠 제품 구입을 독려하는 문자였다.

   
▲ 코오롱 문자 <사진출처=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코오롱스포츠의 한 지점은 <무사히 돌아오길.. 부디..>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문자를 보냈다. 이어진 내용은 ‘지금 애타게 구조소식을 기다리고 계실 가족분들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마는 함께 안타까워하고 가슴 아파하는 온 국민의 바람과 기도가 더해져 제발 무사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라면서도 ‘더 늦기 전에 지금 내 옆에 있는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어떨까요?’ 등 일정 금액을 구입하면 최대 10만원까지 할인해준다는 홍보성 내용이었다.

이에 코오롱스포츠는 공식 SNS 등에서 ‘코오롱스포츠의 지역 대리점에서 금일 발송된 문자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면서도 ‘이번 문자는 대리점 차원에서 단독으로 해당지역의 일부 고객들에게 발송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해당 대리점주에게는 엄중 경고 조치를 취했으며 향후 이런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라고 다시 한 번 입장을 표했다.

이런 코오롱스포츠의 사과문에도 누리꾼들은 지난 2월 발생했던 마우나리조트 참사를 거론하며 코오롱스포츠가 보낸 홍보문자의 내용과 태도가 옳지 않다며 분노하며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언론사를 사칭하며 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 현황을 동영상의 인터넷 주소인 것 마냥 문자를 보내는 스미싱(smishing) 문자도 발생했다. 이에 미래부에서는 이런 파렴치한 스미싱 문자에 속지 않기를 당부하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지만 국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악용해 ‘돈벌이’에만 집중하는 스미싱 문자는 이후에도 하루에 여러 건씩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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