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가정의달 下 - 고부갈등 해소법

   
▲ 며느리 야단치는 시어머니. 연극 ‘그 집 여자’ 한 장면 ⓒ뉴시스

<투데이신문>은 5월 가정의 달을 시작으로 ▲부부갈등의 원인, 소통부재 해결법 ▲자녀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고부갈등, 어떻게 극복하나 이렇게 총 3편으로 연재를 기획했다. 이번 주제는 ‘고부갈등 해소법’이다. 행복하고 화목한 결혼생활의 밑거름인 원만한 고부관계. 그 거름을 잘 주고 싶은 여성들을 위해 준비했다.<편집자 주>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시어머니는 설탕으로 만들어도 쓰다”

시어머니가 얼마나 독하길래 달콤한 설탕으로 만들어도 쓰다고 표현했을까. 아무리 서양 속담이라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모든 여성은 사랑하는 남자와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꾼다. 하지만 쓰디쓴 시어머니를 만나면 결혼생활은 독한 술이 돼 버리고 만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편 가족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 더구나 여성들에게 시집살이, 일명 시월드는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으로 치부되는 현실이다. TV 주말 드라마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도 고부갈등이 아닌가. 이래서 ‘고부’를 가깝고도 먼 사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설이나 추석 직후 이혼하는 부부가 전 달보다 12%가까이 늘었다. 이혼 사유 중 하나는 고부갈등이다. 해피엔드 조숙현 이혼전문변호사는 “명절이 지나고 나면 이혼상담이 늘기는 한다. (고부간) 누적돼 왔던 갈등이 명절을 통해 표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직접적인 폭언이나 폭행을 하는 등 직계존속의 심히 부당한 대우에 해당할 때 이혼사유가 된다”고 전했다. 시어머니의 욕설이나 폭언이 지속적으로 빈번하게 이뤄지거나 남편이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을 때 등도 이혼사유에 해당한다. 이처럼 고부갈등이 부부사이를 나쁘게 하거나 이혼까지 부른다.

대표적인 고부갈등 원인… 시어머니의 지나친 간섭

대구에 사는 최모(24) 씨는 결혼 2년차 주부로 2살배기 딸이 있다. 아이에게 몸에 좋은 것만 먹이는 등 육아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옛날에는 이렇게 키웠다’며 사사건건 육아에 대해 간섭한다. 최 씨는 “아이와 가장 오래 붙어있기 때문에 아이를 잘 아는 것은 엄마라고 생각한다”며 “육아에 대해 조언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자꾸 옛날 육아교육을 고집하실 때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시어머니의 지나친 간섭과 잔소리는 고부갈등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성들이 호소하는 시어머니의 간섭을 몇 가지를 꼽아보면 ▲시어머니가 집안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한 후 시도때도 없이 드나드는 것 ▲냉장고를 뒤적이며 ‘반찬이 이게 뭐냐’고 잔소리하는 것 ▲아이 교육에 대해 ‘이렇게 키우면 안 된다’고 하며 지적하는 것 ▲집안을 둘러보며 ‘이건 얼마주고 샀냐’며 꼬치꼬치 캐묻는 것 ▲자신의 아들이 피곤해보이면 며느리에게 책임을 묻는 것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생각과느낌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우열 원장은 “시어머니는 아들도, 며느리도 남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즉 다른 일을 하거나 취미를 만드는 등 자식과의 관계로부터가 아닌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 발 물러서서 아들 부부의 가정을 바라보면, 잔소리를 적게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중년 이후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에게 집중하는 게 좋다고 정 원장은 조언했다.

마마보이형 남편, 고부갈등의 지름길… 아내 심정 ‘공감’해줘야

엄마에게 의존하는 아들, 소위 말하는 마마보이형 남편이 고부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모와 자식은 개별적인 인격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부모는 자식과 하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애지중지 키운 자식인지라 결혼해서도 ‘내새끼~’ 하는 것이다. 그런 과도한 집착은 결국 며느리에게 전달돼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트라우마가족치료연구소 최광현 소장은 “부모와 분리되는 것에 대해 힘들어하는 남편이 있다. 하지만 결혼식과 동시에 충성을 갈아타야 한다. 그 충성의 주체는 ‘아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희생하거나 아버지가 없는 등 아픔을 갖고 있는 아들은 어머니를 극단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있다. 이에 최 소장은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아들은 ‘아들’이 아니라 ‘남편’이다. 어머니와 분리되기가 힘들고 늘 미안함과 왠지 모를 죄책감이 가슴 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남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묶인 관계이기 때문에 중간자인 남편의 역할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내도 사랑하지만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도 사랑하는 남편. 보통 남자들은 아내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섭섭한 말을 하면 욱하게 된다. 공감하고 들어주기 보다는 ‘우리 엄마를 왜 욕해?’라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그럴 때는 남편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같이 언쟁을 높여서는 안 되고 온화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 여자는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안을 얻기 때문이다. 물론 고부갈등의 골이 깊을 경우에는 남편이 중간에서 두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등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내 역시 남편을 어느 정도 이해하되 자신의 심정을 진심으로 얘기하며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 시어머니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례’ ⓒ뉴시스

고부관계에서 중요한 것… 거절 그리고 말조심

시어머니의 말에 거절하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일까. 답은 ‘아니오’다. 처음 결혼을 하면 잘하고 싶은 욕심에 시어머니 말이라면 토를 달지 않고 무조건 복종하는 경우가 있다. 모든 말에 ‘네’라고 하면 시어머니 또한 그것에 익숙해진다. 요청을 승낙할 때는 길게 보고, 깊이 생각한 후에 결정해야 한다.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틀어질까 두려워 섣불리 승낙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거절을 할 때에는 애매하게 둘러대면 오해가 커질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번 주말에는 회사에서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뵙기가 힘들 것 같아요. 하지만 다음에는 꼭 가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거절하는 게 나쁘다는 인식이 많이 있지만 오히려 거절하지 않아 부부갈등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문제다.

고부갈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말조심을 해야 한다. 부부사이에 다툼이 있거나 갈등이 생기면 남편과 아내는 각자 엄마에게 하소연을 하거나 상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시어머니는 아들의 말만 들었기 때문에 며느리를 오해하게 된다. 이왕이면 부부문제는 부부선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시어머니와 있으면 왠지 모르게 어색하고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여성들이 종종 있다. 자신이 애교가 없어서,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라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자신과 친정엄마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시어머니가 어렵고 불편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어머니와 원만한 관계를 맺는 것이 매우 힘들고 괴롭다면 본인이 엄마와 애증관계에 있거나 상처받은 경험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트라우마가족치료연구소 최광현 소장은 “엄마에 대한 불편함이 시어머니에게 옮겨지는 경우가 있다”며 “먼저 내가 친정엄마와 어떤 관계였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지 진단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어머니를 친정엄마라고 생각하며 감정이입을 해보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효부상 수상자 “시어머니와 잘 지내는 법? 바로 대화죠”

서울 성동구에 사는 오유근(63) 씨는 지난 19일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가 주관하는 제37회 효부상을 수상했다. 오 씨는 시어머니 유인상(92) 씨와 40년간 돈독한 고부관계를 자랑해왔다. 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그녀는 “내가 어머니한테 잘해서라기 보다 우리 어머니가 내게 잘해주셔서 받은 상인 것 같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오 씨의 친정어머니는 그녀가 19세 때 돌아가셨고 오 씨는 24세에 결혼했다. 당시 외동아들과 결혼했기에 시어머니도 며느리를 딸로, 며느리도 시어머니를 엄마로 생각하며 살았다. 슬플 때, 기쁠 때 항상 함께 했고 아플 때는 서로 부둥켜 안고 울기도 했다. 그렇게 40년 동안 희노애락을 함께 했다.

오랜 세월동안 좋은 고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오 씨는 “다른 고부처럼 다툴 때도 많았고 때론 내가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며 “하지만 불만을 마음 속에 담아두면 쌓이기 때문에 그때마다 풀려고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서로 앉아서 밤새 이야기하는 날도 많았다. 그렇게 마치 친구처럼 지내다 보니 현재 화목한 가정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고부갈등은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숙제다. 서로를 바꾸려고 하기 보다는 다른 점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건 어떨까. “누군가를 사랑하되,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거든 나의 사랑에 부족함이 없는가를 살펴보라”는 중국의 철학자 맹자의 말을 고부관계에 적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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