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스쿠니 신사에서 행진하는 일본 남성들 ⓒ뉴시스/AP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종전기념일인 15일,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보류했으나 대리인을 통해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하기우라 고이치(萩生田光一) 총리 특별보좌관을 자신의 대리인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보내 공물을 봉납했으며, 비용은 개인비용으로 처리했다.

하기우라 보좌관은 "아베 총리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령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으로 삼가 애도의 뜻을 바쳐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신토 요시타카(新藤義孝) 일본 총무상과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국가공안위원장은 이날 아침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후루야 국가공안위원장은 참배 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애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말하며 신사 참배는 개인 자격이 아닌 국무대신으로서 참배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신토 총무상은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고귀한 영령에 존숭의 뜻을 담아 참배했다"면서도 "신사 참배는 개인적인 것이며 국무대신 자격으로 참배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나다 도모미(稲田朋美) 행정개혁담당상도 이날 오후 자민당의 의원 모임인 '전통과 창조의 모임' 회장 자격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그밖에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조회장 등 '모두 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회장 오쓰지 히데히사·尾辻秀久 전 참의원 부의장) 소속 의원 80여명이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각료들과 의원들이 대거 참배해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오는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회의(APEC)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실현을 목표로 야스쿠니 참배를 보류했으나 각료들의 참배에 따른 중국의 반발로 정상회담이 실현될 수 있을 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하고 각료·의원들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 것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논평에서 "우리 정부는 금일 아베 총리가 일본의 식민침탈과 침략전쟁 미화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고 일부 현직 각료 및 국회의원들이 참배를 강행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 정치인들이 역사수정주의적 행태를 버리고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 양국 국민들이 바라고 있는 한일관계도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