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어기선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코너에 몰렸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과 과장의 경질과 승마협회 감사에 정윤회씨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유진룡 전 장관을 지난해 8월 불러서 문체부 국장과 과장을 직접 지목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이야기한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진룡 전 장관이 직접 4일 <조선일보>를 통해 박 대통령이 발언한 것이 맞다고 응수해줬다.

박 대통령이 유진룡 전 장관에게 사실상 국장과 과장을 경질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과 마찬가지이다.

유 전 장관은 “문체부 국·과장은 나쁜 사람이라는(한겨레신문 보도)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으나 대충 정확한 이야기다. 그래서 BH(청와대)에서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겠지. 청와대가 자신 있으면 허위 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할 텐데”라고 밝혔다.

이제 남은 것은 왜 박 대통령이 일개 부처의 국장과 과장이 나쁜 사람이라며 경질하라고 지시를 했느냐의 여부이다.

분명한 사실은 국장과 과장에 대한 평가를 누군가 들었기 때문에 유 전 장관에게 사실상 경질을 지시한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더욱이 문체부 체육국장과 과장은 지난해 5월 승마협회에 대한 가사를 담당한 관리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정윤회씨와 연결이 된다.

지난해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에서 정윤회씨 딸이 2위를 하고 경쟁자였던 김모 선수는 1위를 했다. 이후 승마협회가 상주경찰서의 수사를 받았고, 승마협회장이 물러났다.

그런데 당시 승마협회 주변에는 경찰 수사 배후에 정윤회·최순실 부부가 있다는 설이 파다했다. 이후 지난해 5월 청와대는 승마협회를 감사하라고 지시했고, 문제가 된 문체부 국장과 과장이 지난해 6월과 7월 감사를 벌여 청와대에 보고했다.

보고서 내용에는 정윤회씨나 반대쪽이나 모두 개혁과 정화의 대상이라는 것. 그 직후인 지난해 8월 유진룡 전 장관은 청와대에 불려가 박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이라면서 사실상 경질을 지시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런데 유진룡 전 장관이 고백을 하면서 사실임이 확인됐다.

이제 남은 것은 박 대통령이 문체부 국장과 과장을 지목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언급한 이유를 밝히는 것이다. 그 연결고리를 밝히게 되면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은 어느 정도 세상에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윤회씨가 직접 박 대통령에게 말했거나 문고리 3인방을 통해 문제제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지난 연말 한 신부님으로부터 최순실·정윤회 부부의 딸이 승마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니까 청와대가 경찰을 시켜 심판들을 수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부 조직의 일개 국장과 과장을 지칭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표현하면서까지 사실상 경질을 지시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실을 알려준 인물이 박 대통령과 상당한 친분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 인물이 누구인지 대충 짐작은 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연결고리를 연결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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