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

【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고사성어 중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3번 이사했다는 뜻이다.

맹자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맹자와 그의 어머니는 처음엔 공동묘지 근처에 살았다. 공동묘지 옆에 살았기 때문일까. 맹자는 날마다 장례를 치르는 모습을 흉내 냈고 이에 맹자의 어머니는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이사를 한 곳은 시장 근처였는데 맹자는 날마다 장사꾼 흉내를 냈다. 결국 그의 어머니는 서당 옆으로 이사 했고 맹자는 날마다 공부했다. 이처럼 맹모삼천지교라는 고사성어를 통해 맹자의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전형적인 어머니상으로 수천 년 동안 숭배돼왔다.

여기서 한 가지 살펴볼 점은 주변의 분위기와 장소가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15년, 대한민국에 맹모삼천지교를 대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만약 맹자가 용산으로 이사를 왔다면 어땠을까.

용산에는 마사회가 지난 1월 개장한 화상경마장이 있다. 이곳은 5월 31일부터 발매를 개시했는데 인근 성심여중‧고로부터 직선 235m, 도보로 10분도 되지 않는 곳에 위치해있다.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마사회 간부들은 용산 화상경마장 반대현장에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성직자들에게 “화상경마 해봐라. 얼마나 재밌는지 아냐 ”며 큰소리를 치고 폭언을 했다.

또 마사회는 용산 화상경마장의 아르바이트생들을 양 열로 도열해 조직폭력배들이 인사하는 방식으로 이용객에게 인사를 강요하는 등 ‘슈퍼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용산에 맹자가 이사왔다는 가정을 해보자. 맹자는 무엇을 보고 배웠을까. 아마 마사회 간부들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했던 폭언처럼 어린 맹자는 화상경마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지나다니며 본 화상경마장을 통해 맹자는 화상경마에 대한 거부감 없는 성인이 될 수 있다. 경마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고 잘못된 길로 빠질 수도 있다는 걱정은 뒤로하고 말이다. 이러한 맹자의 모습을 상상해 본 어머니는 안 되겠다 싶어 이사를 결심하게 된다.

맹자의 어머니는 아토피‧천식 안심 학교가 있는 용인의 지곡동으로 이사를 했다. 지곡동 주변에는 화상경마장과 같은 유해시설도 없을뿐더러 지곡초등학교에서 30m 떨어진 부아산에는 100살에 가까운 신갈나무가 서식하고 20~30년생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이 부아산에 올라가 생태 체험을 하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부아산에는 ㈜실크로드시앤티의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가 건립될 예정이다. 콘크리트 혼화제에는 시클로헥산, 포름알데히르, 메틸알콜 등과 같은 암을 유발하는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된다.

그렇기에 해당 지역주민들과 지곡초 학부모들은 행여 아이들에게 악영향이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에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의 입구가 될 지점에 캠프를 차리고 회사와 7개월째 대치 중이다.

㈜실크로드시앤티 측은 “공장이 아닌 연구소가 지어지기에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되더라도 소량이며 연구 과정에 의해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돼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말 산업 육성과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경마장과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는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시설들이 꼭 학교 인근에 설립돼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지역주민과의 갈등, 법적 다툼을 통해 기업은 기업대로 지역주민은 주민대로 지쳐간다. 하지만 무엇보다이러한 다툼과 갈등에 진정으로 멍이 들고 있는 것은 인근 학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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