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인터뷰②] 한국정보화진흥원 박정은 미래전략센터장·국제미래학회 빅데이터위원장

   
 

◎빅데이터로 새로운 통찰·객관적 예측 가능
◎미래 분석 결과, 저출산·고령화·일자리 중요 이슈

◎국내, 데이터 활용가치 저평가
◎기술적·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최근 신규 비즈니스 창출 방법을 모색하는 핵심 기술로 ‘빅데이터’가 떠오르고 있다. 이전의 단순 경험에 기반한 의사결정으로는 혁신적 기술발달로 빠르게 변하는 미래사회의 모습을 예측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부딪쳐봐야 안다’는 용기로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그에 따라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다. 즉 앞으로는 수많은 정보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정부, 학계 등이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빅데이터는 미래 예측을 위해 어떻게 활용되는 것일까. 또한 실제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미래 예측에 성공한 사례가 있는 것일까. 더 나아가 빅데이터를 통해 나타난 미래 이슈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투데이신문>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기술로 빅데이터를 꼽은 한국정보화진흥원 박정은 미래전략센터장 얘기를 들어봤다.

Q. 빅데이터란 무엇인가.

빅데이터의 정의는 일반적으로 양(Volume), 속도(Velocity), 다양성(Variety)의 3V 혹은 여기에 가치(Value)를 더한 4V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적 정의를 떠나 기존에 사용되지 않던 데이터가 가치있게 활용될 수 있다면 모두 빅데이터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Q. 어떻게 데이터에 기반한 미래예측이 가능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데이터 기반의 미래예측 전략이란 미래를 전망하는 활동에 빅데이터를 접목해 과학적으로 문제 해결의 대안과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즉 전문가 중심의 전통적인 미래 연구와 과학적 데이터 분석을 결합해 새로운 통찰과 객관적 예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다양한 이슈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과 변화 추세 확인이 쉬우며 미래사회의 단순한 전망에 그치지 않고 잠재적 위협요인이나 기회요인을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Q. 빅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능률성에서 실제 어느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인가.

빅데이터가 만능은 아니다. 모든 경우에 빅데이터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효율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는 기존의 방법론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존의 방법론으로 찾기 어려운 문제, 기존의 접근방식과는 다른 시각과 접근방법이 필요한 문제에는 빅데이터가 탁월한 해결방법인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데이터 기반 미래예측에서 많이 인용되는 ‘구글’의 독감 관련 검색어 통계치를 활용한 독감유행 사전예측은 기존 질병예측에 비해 정확하고 신속하게 독감의 전염을 예측하며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사전에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빅데이터의 능률성은 일괄적이지 않으며 언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Q. 데이터 기반 미래예측은 어떤 절차를 거쳐 도출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우선 데이터 기반 미래예측은 우리 주변의 다양한 시각과 현황을 포괄적으로 둘러보는 스캐닝 단계부터 시작한다. 즉 환경스캐닝을 통해 현재의 현안과 미래이슈를 찾아보고 우선순위를 도출하는 단계다. 다음으로는 도출한 이슈의 현상과 의미를 진단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관련 데이터를 중심으로 발생 패턴, 확률, 관계, 구조 등을 분석하고 이슈의 특성과 관계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단을 마치면 이슈의 특성과 관계성을 파악하는 예측의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유사한 환경이나 조건에서 예상치 못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예측하기 위해 예측 모델링(predictive modeling)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측 모델링의 수준 및 정교성은 예측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응 단계에서는 가상의 시뮬레이션, 시나리오 기법 등을 활용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예측하고 이에 따라 상황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절차 및 단계는 분야별, 특징별로 선택적 활용이 가능하며 지속적인 기술 및 역량의 강화로 모든 단계가 이루어질 때 진정한 의미의 데이터 기반 미래예측 전략이 수행될 수 있다.

   
 

Q. 그렇다면 빅데이터는 누가 활용하는가.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정확한 현황진단과 예측이 가능하므로 의사결정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소스가 된다. 빅데이터는 기업에서의 경영관리, 공공부문의 정책관리 등 광범위하게 활용가능하다. 빅데이터가 보조적 수단인 참고사항이 될 수도 있으며 중요한 인과관계를 찾아내는 핵심역할을 할 수도 있다.

Q. 실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미래 예측에 성공한 국내외 기업 사례가 있다면.

전자기기 전문업체 ‘GE’는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항공엔진, 해양시설, 오일생산기기 등의 혁신을 이루면서 그 사업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미 레드오션이 된 가전시장을 넘어 글로벌한 블루오션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으며 이미 항공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GE는 2011년부터 알이탈리아 항공(the airline Alitalia)과 함께 항공기 센서 데이터를 이용해 엔진의 기능, 온도, 소비전력 등을 분석하고 항공기 연료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함으로써 항공기 엔진시장에 절대 우위를 점하게 됐다. 최근에는 해양의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관리해 해양시설물의 오류를 사전에 예측 및 점검하도록 하고 있으며 석유, 오일분야에서도 영국의 석유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륨(British Petroleum, BP)과 협업해 진동이나 온도, 압력 등 기기의 변수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기계가 최적의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지 판단하고 있다.

Q. 기업 뿐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있는가.

사실 기업에 비해 공공분야에서는 빅데이터를 조금 늦게 도입했다. 공공정책의 경우 대중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기업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의 양이 급증하고 관련 처리 기술과 방법론이 빠르게 개발되며 공공분야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현안해결과 미래 대응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프레드폴(Predictive Policing, PredPol)’은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범죄예측 프로그램으로 미국과 영국의 경찰이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프레드폴은 범죄 기록, 지리 정보 등과 범죄행동 인류학 자료가 결합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범죄가 일어날 장소와 범죄의 종류를 예측해 이를 지도에 표시해준다. 이처럼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 지정됨으로써 담당 경찰이 지역을 무작위로 순찰하는 기존 수사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며 실제 로스앤젤레스 다섯 개 구역과 산타크루스는 범죄율이 각각 13%, 30% 감소했다.

Q. 국내의 현 빅데이터 활용도는 어느 정도이며 빅데이터를 더욱 활성화시키려면 앞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궁금하다.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지표는 없다. 하지만 최근 정부와 기업이 데이터의 중요성에 주목하며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노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노력에 더해 빅데이터를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품질 좋은 데이터가 수집·보관·개방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데이터들이 아직도 그 활용가치에 대해 저평가되며 보관되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어디에 있는지 알려지지 않아 쓰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정확히 어떤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저장되고 활용가능한지에 대해 구체적인 관리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Q. 세월호, 메르스와 같은 재난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재난재해에 대한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적절하고 신속한 대책 수립이 가능한가.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국내에서 발병한 경우 감염국 방문 경로를 빅데이터로 추정해 급속한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 즉 사전에 완전한 전염을 차단하기는 어려울지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KT와 함께 지난 2014년 가축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구제역 확산 경로 예측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Q. 그렇다면 빅데이터를 통해 본 우리나라의 주요 미래 이슈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다양한 분야의 미래 이슈 중 사회 분야와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한 이슈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먼저 사회 분야와 관련해 저출산·고령화 등의 인구구조 문제가 미래 이슈로 드러난다. 또한 저출산과 관련해 ‘결혼’, ‘육아’, ‘복지’, ‘취업’, ‘고용’, ‘일자리’ 등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 분야의 미래 이슈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 현재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일자리’ 관련 문제, 지속적인 경제성장 둔화를 해결하기 위한 ‘미래성장동력’, 우리나라의 미래 세대를 짊어질 ‘미래인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신성장산업의 종류로는 ‘로봇’, ‘자동자’, ‘에너지’, ‘헬스케어’, ‘3D 프린터’, ‘바이오’ 등이 있다.

Q. 그렇다면 빅데이터로 미래 이슈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으로 나타나는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출산과 육아에 따르는 비용을 사회가 부담하는 방법을 강구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자녀 수에 따른 세제 혜택, 출산 장려금 지원, 양육 및 보육 지원 시설 확충, 유급 출산휴가 기간 연장, 양성 평등의 풍토조성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정년 후 소득은 감소하고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년 연장, 국민연금 등의 다양한 복지정책이 논의 중이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최저임금제’, ‘임금피크제’, ‘인력 양성’,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제시하는 해결방안이 비정규직 일자리를 양산한다는 문제 인식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대응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신성장 산업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과 융합된 형태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술수준과 국내외 시장 현황을 고려해 신성장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 기업, 학교에서 미래인재 육성의 필요성에 관심을 쏟고 있는데 기업에서 실제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민관학이 협동해 미래인재 양성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또한 학교는 기업에 필요한 현장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며 특성화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경력개발 프로그램도 실행해야 한다.

Q. 빅데이터를 원활하게 활용하기 위해 앞으로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우선 질 좋은, 체계적 관리가 이뤄진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정보 중 개인정보의 안전한 관리가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있어야한다. 그러나 현재 빅데이터 분야는 데이터를 추출하고 활용하며, 그 결과를 해석해 각 분야에 적용하는 데 필요한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국가차원의 인력양성이 시급하다. 그리고 데이터의 종류와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데이터 활용 기술에 대한 지속적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불확실한 미래를 꿰뚫을 수 있는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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