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휴가 중입니다”

찌는 듯한 더위로 인해 짜증지수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더위를 피하기 위해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시원한 물에 풍덩 몸을 담그며 더위를 씻어 버리기 위해 바다 혹은 계곡을 찾아 멀리 떠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말을 몸소 실천하며 집 근처 만화방에서 유유자적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자신만의 방법으로 제대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분명 ‘휴가 때 뭐하지?’라는 생각만 하다 휴가가 다 지나가버리는 사람들도 있을 터, ‘휴가이기는 한데 멀리 가기에는 귀찮고 집에만 콕 박혀 있기에는 아쉽고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길 추천한다.

꼭 휴가 때가 아니어도 좋다. 어느 날 갑자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멀리 가기가 부담스러워 선뜻 나서기가 망설여진다면 기자가 알려주는 꿀팁에 주목해보길. 도심 속에서도 충분히 힐링할 수 있다.

<투데이신문>에서는 바쁜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이 쉬어갈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멀리 떠나지 않고도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즐길 거리가 가득한 복합 문화 공간들로 여행을 떠나보고자 한다.

도시로 떠나는 작은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가방의 역사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백스테이지(Bagstage)이다.

 가방의 고리 장식. 사진ⓒ투데이신문

가방의 역사가 담긴 ‘백스테이지’

마이클 코어스, DKNY, Coach, 마크 제이콥스, 폴로랄프로렌, DVF…. 가방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 유명한 핸드백을 생산하는 국내 주요업체가 있다. 바로 ㈜시몬느이다.

세계 고급 핸드백 시장에서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로서 인정받고 있는 시몬느는 창업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12년 가로수길에 핸드백을 주제로 한 건물 백스테이지를 세웠다.

패션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만큼 각양각색의 특징을 자랑하는 가로수길 건물들 사이에서도 백스테이지 건물 외관은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한 눈에 사로잡을 만큼 독특하다. 커다란 토트백(Tote bad) 형상을 하고 있는 이 건물은 단순히 외관만으로도 ‘과연 이 건물 안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백스테이지는 이름 그대로 25년 동안 시몬느가 걸어온 핸드백의 무대(BagStage)를 보여준다. 그 동안 유럽 및 미국의 명품 핸드백 브랜드들의 협업적인 동반자로서 시몬느가 걸어온 길이 오롯이 이 건물에 담겨있다.

지상 5층-지하 5층 규모로 지어진 백스테이지의 구성에 대해 얘기해보면 지상 5층에는 사무실, 지상 3-4층에는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 지상 1-2층에는 시몬느의 자체 브랜드인 0914(gonguilsa) 매장, 지하 1층에는 뮤지엄 숍 & 카페, 지하 2층에는 브랜드 칼 라거펠트 팝업스토어, 지하 3-4층에는 공방과 소재장(素材場)이 있다(단, 지상 5층 사무실과 지하 2층 칼 라거펠트 팝업스토어는 이번 관람에서 제외한다).

 핸드백 박물관 3층 내 전시돼있는 가방들. 사진ⓒ투데이신문

백스테이지 중심 ‘핸드백 박물관’

백스테이지 건물의 중심 공간은 지상 3층부터 4층까지 있는 시몬드 핸드백 박물관(Simone Handbag Museum)이다. 이곳은 최근 박물관학과 소장품에 대한 열정 그리고 마네킹의 혁신적인 디자인 연구가 반영된 총체다. 애초의 기획은 동서양 핸드백의 역사가 만나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었으나 동양 쪽은 아직 그 사료나 논문, 소장품 등이 부족한 실정이기에 박물관에는 서양의 역사를 먼저 담았다.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 프로젝트는 영국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수석 큐레이터를 역임했고 현재 LCF(London College of Fashion)의 교수인 주디스 클락(Judith Clark)이 17명의 팀을 구성해 2년 동안 준비해왔다.

  사진ⓒ투데이신문

프로젝트에서 소장품을 수집하고 전시관을 디자인하는 일은 맡은 주디스 클락은 국제를 무대로 활동하는 유물수집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핸드백을 신중하게 수집, 분류해 두 개의 층에 전시했다. 박물관에는 소더비즈(Sotheby’s)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식 경매부터 전 세계 컬렉터들을 통해 수집한 350여점에 이르는 16세기부터 21세기의 핸드백들이 전시돼있다.

3층에는 20세기에서 21세기까지 현대 핸드백의 역사를 보여주는 현대관(Contemporary Gallery)이, 4층에는 16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핸드백 유물들이 전시된 역사관(Historical Gallery)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투데이신문

한 마디로 두 층의 박물관에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핸드백이 전시돼 있다. 1920년대에 제작된 보석 장식의 카르티에 핸드백, 원저 공작부인의 이름이 새겨진 루이비통 화장품 케이스, 1968년도 파코라반의 체인 메일(Chain-mail) 핸드백, 부셰롱의 동전지갑, 1996년 루이비통 모노그램 백의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범백(Bumbag) 등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다양한 핸드백들이 가득하다. 평소 또래 여자들에 비해 핸드백에 관심이 많지 않은 편이던 기자에게도 수많은 핸드백이 펼쳐놓는 광경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가방과 함께 전시돼있는 마네킹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빈티지 실루엣으로 제작된 마네킹은 핸드백 관람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마네킹은 실제 사람이 핸드백을 들고 있는 듯한 사실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으며 이들은 당시 여성들의 신체와 핸드백과의 관계를 보여준다. 마네킹의 제스처는 여성들이 어떻게 핸드백을 들었는지 보여주고, 부분적으로 장식된 문양을 통해서 당시 유행하던 패션의 실루엣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사진ⓒ투데이신문

가방에 대한 끊임없는 새로운 발견 ‘0914’

지상 1-2층에는 시몬느의 독창성 있는 자체 브랜드인 0914 매장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0914 매장에서는 약 120여가지의 가방이 판매되고 있으며 매 시즌 소량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0914 가방이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점은 좋은 소재의 합리적인 가격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이태리 천연 가죽 소재를 사용해 사용할수록 가죽 본연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사진ⓒ투데이신문

좋은 소재와 합리적 가격 외에 0914 가방만이 갖고 있는 특징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히 트렌드만을 맹목적으로 반영한 ‘잇 백(it bag)’을 내놓기 보단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시장을 내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10월 그랜드 론칭한 가방 브랜드 0914는 론칭 전 가방에 대한 고찰과 의미를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풀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방향을 적립해왔다.

여기서 더 나아가 0914는 가방을 하나의 매개체로 각기 다른 나만의 스토리를 담을 수 있는 가방을 선보이고 있다. 가방은 개인 내면의 일상, 시대상이나 유행 등 수많은 사연과 의미를 담는 문화적 오브제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가방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미적 주관을 발견하는 재미를 선사하고자 한다. 이에 0914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가방에 대한 끊임없는 새로운 발견’이라 할 수 있겠다.

 사진ⓒ투데이신문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뮤지엄 숍 & 카페

이쯤 되면 ‘백스테이지에는 핸드백이 전시된 것 밖에 볼 것이 없나’ 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섣부른 판단을 금물이다. 지하 1층에는 뮤지엄 숍 & 카페가, 지하 3층에는 소재장(素材場)이, 지하 4층에는 가죽 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먼저 뮤지엄 숍 & 카페는 뮤지엄이라는 공간에 어울리는 다양한 소품들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과 백스테이지를 구경하면서 살짝 지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쉬어갈 수 있도록 음료와 간단한 디저트를 파는 카페로 이뤄져있다.

 사진ⓒ투데이신문

일반 다른 숍 & 카페와 다른 이곳만의 특색을 꼽아보자면 핸드백 테마에 맞게 곳곳에서 핸드백이 녹아든 인테리어 혹은 물건들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카페 한쪽 벽면에는 돌을 깎아 만든 핸드백 모양의 소품이, 의자에는 핸드백 그림이 그려져 있다. 또한 뮤지엄 숍에도 핸드백 그림이 가득하다. 이곳에서는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 도록(국문, 영문), 각종 핸드백 관련 도서들, 빈티지 핸드백 일러스트 엽서 세트, 핸드백 그림이 들어간 마그넷·스티커·머그컵, 핸드백 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 이미지가 들어간 엽서 세트·마그넷·머그컵·문진(papaer weight) 등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투데이신문

가죽 냄새 가득한 공방 & 소재장(素材場)

이제는 지하로 내려가 볼 시간이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지하에 어떤 공간이 있는지 몰랐던 사람도 지하 공간의 용도를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진한 가죽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계단 끝까지 내려가면 지하 4층에 위치한 핸드백을 직접 제작해 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인 공방이 나온다.

공방답게 이곳에는 재봉틀, 로고를 새겨주는 붙박 기계, 가죽을 얇게 가공해주는 스카이빙 기계 등 핸드백 제작을 위한 기계들과 소도구들이 가득하다.

가죽 공방. 사진ⓒ투데이신문

핸드백 제작은 일반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여러 종류의 샘플 중 하나를 골라 핸드백 제작 장인의 지도 아래 핸드백을 만들 게 된다. 가방 제작은 가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한달 기준 총 4회 방문, 회당 3시간 정도를 소요하면 직접 제작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가방을 완성할 수 있다.

공방 안쪽에 있는 계단을 따라 한 층 올라가면 가죽 소재장(素材場)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의 가죽들은 핸드백 제조 회사인 시몬느에서 수많은 가방을 제작하며 모은 여러 가지 형태의 가죽들로 소비자들에게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사진ⓒ투데이신문
사진ⓒ투데이신문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터키, 인도, 브라질 등 500여개의 가죽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돼있으며, 종류는 소가죽, 양가죽 등 핸드백 소재로 만이 쓰이는 소재들을 포함해 악어가죽, 스웨이드, 페이턴트, 유니크한 패턴의 가죽들까지 최상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가죽 원단들이 모여있다.

이 때문에 백스테이지의 소재장은 핸드백 디자이너에게 뿐만 아니라 옷, 신발, 인테리어 디자이너 및 가방을 직접 만들고 싶어 하거나 간단한 인터리어 소품에 활용하고 싶어 하는 일반소비자에게도 새로운 가죽소재를 만나볼 수 있는 곳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투데이신문<br>
사진ⓒ투데이신문

 

핸드백의 과거, 현재, 미래 담겨 있어

시몬느는 자체적으로 이 건물 안에 핸드백의 과거, 현재, 미래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뮤지엄을 통해 기억할 핸드백의 어제, 핸드백 산업의 혁신과 새로운 트렌드를 담아내는 핸드백의 오늘, 그리고 신진 디자이너들이 그려가는 핸드백의 내일이 모두 들어있는 공간이 바로 백스테이지라는 것.

단순히 소지품을 담고 매일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볍고 편한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이들도 백스테이지를 방문해 핸드백의 역사를 직접 마주하게 된다면 그 생각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따분한 일상 속 반짝이는 새로움을 느끼고 싶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백스테이지로 떠나보자. 스토리가 담긴 가방들을 직접 눈으로 살펴보다보면 평소에 미처 몰랐던 자신의 가방 취향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