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플랫폼-엘>

루이 14세 기하학 담긴 마름모 형태의 외관
아트숍·카페·렉쳐룸…보고 맛보고 즐기고
중정·라이브홀·갤러리…다채로운 예술 선봬
“예술 생산자, 향유자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어느 덧 2016년도 저물어져 갑니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어찌 그리 잘 흘러가는지 벌써 한 해의 끝자락, 12월에 서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나이 한 살 더 먹게 되는 것도 서러운데 날씨는 또 얼마나 추운지요. 칼날같이 매서운 바람에 꽁꽁 싸매고 나가도 추위를 맞닥뜨리는 순간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생각이 머릿속 가득합니다. 이처럼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에 바깥 구경 한 번 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입니다.

물론 겨울에는 뜨듯한 전기장판 위에 앉아 귤을 까먹으며 뒹굴뒹굴하는 것도 좋지만 매일 이 짓만 반복하고 있자니 추위 때문에 집 안에만 콕 틀어박혀 있는 것이 버리는 시간 같이 느껴지곤 합니다. 또 매일 방 안에만 있자니 갑갑하고 따분하기도 하고요.

이럴 때 따뜻하고 아늑하면서도 볼거리 가득한 곳을 찾아가보는 건 어떠신지요. 오늘 소개해보려고 하는 도시로 떠나는 작은 여행의 세 번째 목적지인 ‘플랫폼-엘(PLATFORM-L)’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플랫폼-엘, 관객들에게 다양한 예술체험 제공

플랫폼-엘은 겨울 추위가 무색할 만큼 발 디딜 틈 없는 강남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한적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곳은 동시대 예술가들의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관객들에게 다양한 예술체험을 제공하고 상상과 영감이 있는 풍요로운 사회에 기여하고자 설립한 아트센터입니다. 올 봄에 완공된 플랫폼-엘의 건물은 갤러리와 라이브 홀, 중정의 열린 공간, 렉쳐룸 등의 다채로운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전시와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장르와 매체의 작업들을 담아낼 예정이라고 하네요.

플랫폼-엘은 요약해서 말하자면 예술을 만드는 사람과 향유하는 사람 모두를 위해 열려 있는 공간입니다. 학습과 탐구의 공간, 국내외 예술가 및 기관을 위한 교류와 협력의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플랫폼-엘은 지난 10여 년간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후원해 온 (주)태진 인터내셔날과 브랜드 루이까또즈가 설립한 태진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엘은 일반적인 전시기능에 복합문화기능인 학예연구실, 공연장·영화관, 서점, 아트숍, 중정과 편의기능인 카페를 더한 종합문화예술공간인데요. 각각의 개별 기능들을 상호 연계해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성격의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 <사진 제공=플랫폼-엘>

마름모 형태의 외관·탁 트인 중정

플랫폼-엘 건물은 상당히 특이한 모양의 외관을 자랑합니다. 마치 겹친 마름모 형태를 띄고 있는데 이는 루이 14세의 기하학에서 시작한 모양이라고 하네요.

루이 14세 집권 당시 베르사유 궁의 건축과 조경에 사용된 기하학에서 원, 사각형, 팔각형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각각 하늘, 땅, 왕의 권력을 상징합니다. 플랫폼-엘의 외피는 과거의 절대왕정을 상징했던 모티브를 건물의 삼면이 도로에 접한 지형적 조건에 맞춰 재해석됐으며, 무한한 확장을 의미하는 수평선을 강조하기 위해 팔각형을 길게 뻗은 마름모 형태로 변형해 적용된 패턴이라고 합니다.

외관을 보고 있자니 안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매우 궁금해지는데요. 플랫폼-엘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서양의 중정 또는 한국의 전통적인 마당과 닮아있는 링크야드(Rink yard)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플랫폼-엘에서는 ‘중정’이라고 부르는 탁 트인 이 공간은 용도에 따라 본관과 사무동, 둘로 나뉜 건물을 연계하는 중요한 지점이며 비워진 공간 그 자체로도 독립적으로 기능합니다.

중정은 전시장과 지하 플랫폼 라이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연계하고 1층의 아트숍 및 카페공간과 2·3층의 휴게공간까지 확장할 수 있습니다. 야외 오페라 하우스와도 같은 이 중정은 날씨가 좋은 계절에는 정면 250인치 스크린을 사용해 야외 스크리닝(screening) 및 재즈 페스티벌(Jazz Festival)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하네요.

이곳은 빛과 조명에 따라 팔색조 같이 다른 매력을 뽐낸다고 하니 밤에도 한 번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색 있는 상품 보는 재미 쏠쏠

이제 건물 안으로 들어 가볼까요? 먼저 본관 1층에 위치한 아트숍(Art Shop)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트숍에는 플랫폼-엘에서 개최되는 전시 관련 상품과 다양한 아트 컬래버레이션(Art collaboration) 상품 등이 준비돼 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소규모 셀렉티드 북숍(Selected Book Shop) 코너를 통해 국내·외 주요 미술전문서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쪽 구석에는 플랫폼-엘과 루이까또즈의 가죽 제품류도 만나볼 수 있는데요. 크고 작은 가방들이 예쁨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협업의 형태로 새로운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플랫폼-엘 아트숍에서는 언제나 새로운 아티스트, 디자이너 뿐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모든 이와의 협업의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이곳에 마련된 상품들은 플랫폼-엘의 이미지에 맞는 특색 있는 상품으로 앞으로도 계속 바뀌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트숍 내 한쪽 구석에는 플랫폼-엘의 전시, 영화 등을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을 끊는 티켓부스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아트숍의 물건들을 보는 재미가 아무리 쏠쏠하다고 해도 표를 끊는 걸 잊어버리는 일은 없으시길 바랍니다.

   
▲ 갤러리 3층에 전시된 작가 주황 ‘얼굴’의 연작.

세련된 인테리어 속 멋진 작품 가득

아트숍 구경을 마치고 한층 위로 올라가면 멋진 작품이 가득한 갤러리(Gallery)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건물 2층과 3층에 위치한 ‘갤러리 2, 3’은 주로 동시대 시각예술 작품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를 여는 곳입니다. 2층의 ‘갤러리 2’는 46평(151.78m²), 3층의 ‘갤러리 3’은 53평(177.62m²)으로 총 99평(329.4m²) 규모의 전시 공간입니다. 이 곳에서는 플랫폼-엘에서 기획하는 다양한 형태의 개인전 및 단체전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플랫폼-엘에서는 연간 4~5회에 걸쳐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하는데요. 예술적 언어가 뚜렷한 국내외 주요 작가들의 개인전과 더불어 동시대의 문화와 철학, 사회적 이슈를 수용하는 기획전을 소개합니다. 또한 디자인, 건축, 영화 등 타 장르 복합 예술과의 연계를 통해 시각 예술의 외연을 확장하고 현대예술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고자 합니다. 플랫폼-엘은 전시를 중심으로 국내외의 기획자, 유관기관과의 공동연구, 공동기획의 장을 마련하고 현장과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지속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플랫폼-엘의 갤러리에서는 지금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초상과 풍경을 오가며 독특한 페미니즘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작가 주황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주황은 이번 전시 ‘온전한 초상 Her Portrait’를 통해 오랫동안 여성 초상사진에 집중해온 것을 토대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 갤러리 2층에 전시된 작가 주황 ‘출발 Departure’의 연작.

전시장 2층에서는 작가가 공항의 풍경을 배경으로 여성의 초상을 재현한 ‘출발 Departure’의 연작이, 전시장 3층에서는 작가가 뉴욕에 거주하며 활동하던 시기에 발표한 초기 작업 ‘얼굴’의 연작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갤러리를 둘러보는 내내 깔끔하고 세련된 순백의 인테리어에 작품들이 큼지막하게 진열돼있어 오롯이 작품에만 눈길이 갈 수 있도록 신경 쓴 구조를 가진 전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편한 마음으로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아주 흥미로운 일 아닐까 싶네요.

   
 

예술 담론의 장에서 피어나는 이야기 꽃

한 층 더 올라가면 렉쳐룸(Lecture Room)이 존재합니다. 4층에 위치한 이곳은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관객에게 다가가는 문화, 예술 담론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예술 생산자와 향유자의 문화적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플랫폼-엘답게 렉쳐룸에서는 주로 플랫폼-엘의 전시, 퍼포먼스 등과 연계된 심화 교육 프로그램 및 문화예술과 관련된 학술 연구, 관객을 위한 퍼블릭(Public) 프로그램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46.4평(173.4m²)규모의 이 공간에서는 아티스트 토크, 세미나, 강연, 워크숍, 토론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하는데요. 렉쳐룸은 국내외의 동시대 미술현장에서 다뤄지는 쟁점을 중심으로 문화 생산자를 위한 심포지엄을 구성해 담론을 공유할 수 있는 장으로 기능하며 나아가 동시대 예술의 결과물에 대한 관객들의 주체적인 이해를 돕고자 마련된 공간이라고 하네요.

이왕 오시는 거 시간을 잘 짜서 갤러리의 전시를 보고 이곳으로 올라와 아티스트 토크에 참여하며 작품을 보면서 궁금했던 점에 대해 작가와 얘기를 나눠보는 코스를 밟아보는 것도 좋을 듯 싶네요.

   
▲ <사진 제공=플랫폼-엘>

영화, 전시, 파티 모두 OK…다목적 공간

자, 이번엔 다양한 프로그램을 위한 다목적 플랫폼이 마련돼 있는 지하로 내려가 볼까요?

지하 2층에 위치한 ‘플랫폼 라이브(Platform live)’는 복합 매체와 장르를 지향하는 동시대 예술의 창작 플랫폼입니다.

먼저 이곳에서는 영화 상영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87.5평(288.68m²)의 규모로 최대 192석의 좌석을 수용할 수 있고, 무빙월(Moving wall)을 활용해 다양한 공간구성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관객들의 요구에 따라 때로는 의자를 갖다놔 자리를 마련하기도, 때로는 방석을 갖다놔 내 방에서 영화를 보는 듯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네요.

또한 플랫폼 라이브는 수준 높은 음향, 조명, 영사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는 퍼포먼스, 상영회, 전시, 파티, 심포지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열린다고 하는데요. 심지어 패션쇼도 열린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마치 트랜스포머처럼 용도에 따라 변신이 용이한 이 공간은 다채로운 모습으로 관객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유기농, 신선함, 건강함, 정성스러움

이제 반대편에 위치한 건물을 둘러볼 시간입니다. 1층과 2층을 제외하고 그 위 공간들은 사무실로 쓰인다고 하는데요. 중정을 지나 건물을 들어서니 가장 먼저 카페가 반갑게 맞아줍니다.

천연발효종과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해 매일아침 ‘건강한 빵’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이곳은 브레드앤서플라이(BreadandSupply)입니다.

브레드앤서플라이는 지난 2014년 3월, 작고 소박하지만 건강하고 감각적인 모습으로 지역주민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청담에서 출발해 유기농 밀가루 사용을 원칙으로 엄선된 신선한 재료로 홈메이드 스타일(Homemade Style)로 정성스럽게 빵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신선한 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 빵, 디저트류와 함께 셰프가 직접 만든 홈메이드 델리메뉴(Homemade Deli Menu)를 먹을 수 있으며 에스프레소 머신의 명품 벨 에포크(Belle Epoque)로 내린 최상의 에스프레소 커피를 맛볼 수 있습니다. 작고 아기자기하면서도 감각적인 인테리어는 마치 뉴욕의 한구석의 빵집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잠시 쉬어가는 쉼표, ‘갤러리 아넥스’

카페를 나와 한층 위로 올라가면 ‘갤러리 아넥스(Gallary Annex)’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엘 사무동 2층에 위치한 갤러리 아넥스는 플랫폼-엘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곳입니다. 총 30석 규모로 이뤄진 이 공간에는 국내 외 예술 자료가 준비돼 있는데요, 책장에는 다양한 책들이 빼곡히 차 있었습니다.

마치 카페 분위기를 풍기는 갤러리 아넥스는 전시를 보는 사람이나 영화 관람을 하러 온 사람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다 갈 수 있는 공간 같은 용도로 쓰인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 다양한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더군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곳

플랫폼-엘은 여섯 종류의 아이콘을 갖고 있습니다. 이 아이콘들은 플랫폼-엘의 여섯 가지 핵심인 실험(LAB), 디자인·생활(LIFE), 공연(LIVE), 외부협력(LINK), 관객 참여(LOVE), 패션·루이까또즈(LOUIS QUATORZE)를 상징하는 인덱스라고 하는데요.

이곳을 둘러보고 나니 전시, 퍼포먼스, 아티스트 토크, 영화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살아 숨 쉬는 플랫폼-엘의 생동감을 여섯 개의 아이콘이 개성 있게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플랫폼-엘은 자체적으로 ‘동시대 예술가들의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상상과 영감이 있는 풍요로운 사회에 기여하는 아트센터를 지향한다’고 말합니다. 이 말마따나 다양한 형식의 예술을 포괄하며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에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 방문하게 된다면 플랫폼-엘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한번 가볼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입니다. 그만 이불 밖으로 나와 플랫폼-엘을 찾아 떠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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