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탑골공원 전경 ⓒ투데이신문 김민수 기자

【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김민수 인턴기자】 정국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비리 의혹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촛불은 꺼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런 시국에서 100명의 시민, 100개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투데이신문>은 길거리로 나섰다. 대한민국의 여러 정권을 지켜봐 온 높은 연령층은 현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23일 홍대에 이어 25일에는 탑골공원으로 향했다.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선민(22)씨, 정병익(82)씨, 이전상(79·가명)씨, 김일범(74·가명)씨 ⓒ투데이신문 김민수 기자

11. 김선민(22)
“현 정권, 이전 정권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 완벽하게 마음에 든 정당도 이제까지 없었다. 그러나 현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단 다음 정권을 책임질 수 있는 마땅한 사람을 세워야지, 국민들도 너무 대책 없이 하야를 외치는 건 아닐까 한다. 수십 년간 쌓여온 부정부패가 지금 드러났고 이는 두 달이 넘도록 계속 나오고 있다. 다음 정권은 무엇보다 부정부패를 관용하지 않고 내부를 완전히 개혁해 깨끗한 모습으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12. 이창선(79·가명)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잘못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함께 정권에 있는 공직자들도 현 사건이 터지고 나서 모두들 은근슬쩍 빠져나가고, (박 대통령을) 옹호하지는 못할망정 탈당 요구를 하는 등 말이 되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촛불집회에도 많아봤자 25만명 정도의 시민이 모였을 것 같은데 100만명이 모였다며 숫자를 과장하고 불순분자들이 껴서 선동하는 모습을 보이니 안타깝다.”

13. 정성철(70·가명)
“정치나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심이 없긴 하지만, 특히 요즘엔 한 명이 잘못하면 모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니 혼란스럽다. 보고 있기도 힘들고 정권에 관심이 없다.”

14. 정병익(82)
“대통령이 직무를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시국이 이렇게 어지러우니 사람들이 영 마음을 놓지 못한다. 촛불집회에서도 사람들이 전국에서 적극적으로 반대를 외치고 있다. 시국이 조용해져야 시민들이 마음을 놓고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대통령이 하루빨리 하야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15. 문철수(71·가명)
“국가적으로 너무 부끄럽다. 국민 모두가 대표를 뽑았는데 그 대표가 자기 일을 성실히 하지 않아서 이런 일이 생겨버린 것 같다. 100만명이 모이든 단 한 명이 청와대에 가서 ‘하야하라’고 얘기하든,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렇지만 대안도 없이 촛불집회에서 매주 성토하는 것도 언제까지 지속될까 싶다. 나라가 어려울 때는 앞길을 생각하고 빨리 수습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이 탄핵하지 않는다면 임기가 남아있을 때까지 계속 촛불을 켤 것인가. 이제는 제발 그만하고 앞을 내다보고 살았으면 좋겠다.”

16. 김현수(70·가명)
“국민이 매주 광화문에 들고 일어나고 시끄러우니 (박 대통령이) 하야했으면 좋겠는데 괜히 고집만 부리는 듯하다. 시민들이 매일 박 대통령에 대해 좋지 않은 소리를 하면 본인도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

17. 김일범(74·가명)
“(박 대통령을) 지지한다. 나를 포함한 노인들의 99%는 시민들이 거리에 촛불을 들고 나오는 걸 잘못됐다고 본다. 세상을 오래 살았기 때문에 대통령을 몇 명이나 봐 왔다.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은 3조원을 빼돌렸는데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고, 특히 노 전 대통령은 탄핵 당해 6개월 쉬고 복직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고작 800억원을, 그것도 다른 사람과 함께 빼돌렸는데 이렇게 시끄럽다. 학생들, 엄마들이 다 길거리로 나와서 밤새 돌아다니는 건 심한 것 같다.”

18. 이전상(79·가명)
“박 대통령이 무조건 잘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게 못한 것도 아니다. 어느 대통령이든 응원하고 지지해야 한다. 뭔가 잘못을 했다면 대한민국엔 엄연한 헌법이 존재하니 헌법재판소에서 (박 대통령을) 조사하고 적당한 판결을 내리면 될 일이다. 그런데 촛불시위는 백번 잘못했다. 순수한 법에 입각해서 조용히 처리하면 되는데 괜히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지금처럼 매주 선동하고 데모할 거면 법 같은 건 애초에 필요 없을 것이다.”

19. 박성원(83·가명)
정권이 잘못했다. 온 국민이 (박 대통령이) 비리를 저지른 사실을 다 알고 있다. 하도 기가 막혀서 말로 표현을 못할 정도다. 기껏 국민들이 손으로 뽑은 한 나라의 대표인데, 매주 촛불집회까지 여는 지경까지 오니 외국에 한국을 알리기도 창피하다.”

탑골공원에서 인터뷰한 9명 중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은 3명,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5명, 관심이 없다고 답한 사람은 1명이다. 기성세대라 불리는 70~80대 연령층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그렇지만 9명 모두 광화문에서 매주 열리고 있는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며 집회가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고 있었다.

이런 민심을 읽은 것일까, 29일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열어 “임기 단축을 포함해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명쾌하게 ‘하야하겠다’가 아니기에 또 다시 국민의 비난을 살 여지를 남겼다. 총파업과 촛불집회는 이번 주에도 계속된다.

덧붙여, 개인적으로 탑골공원에서는 남성들밖에 만날 수 없어서 아쉬웠다. 이곳에서 인터뷰를 거절한 사람은 4명이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시민들은 모두 촛불이 지겹다고 말했다. 촛불 장수만 돈 번다고 욕했다. 각자의 생각은 다르지만 더 이상 촛불집회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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