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금속공업 소액주주연합이 사측에  요청한 2차 주주제안서(사진=태양금속공업 소액주주연합)

2대주주 노회현씨, 오는 11월 임시주총 개최 공시
사외이사 선임 목적 임시주총 허가 소송서 승소
소액주주모임, “대주주 전횡 막고 주주권익 보호”
사측 “무리한 주장” 반발, 임시주총까지 공방 예고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상장법인인 태양금속공업(이하 태양금속)에서 오는 11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연다는 내용의 공시가 올라왔다.

이는 일반적인 주총소집 공시와 큰 차이를 보인다. 주주총회 공시 주체가 회사 법인이 아닌 ‘노회현’이라는 개인 주주다. 그는 태양금속 일반 투자자이자 현재 부인 지분까지 포함해 8%를 보유한 2대주주다.

태양금속은 최대주주인 한우삼 태양금속 회장의 지분이 38.29%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더하면 43.34%다. 노 씨는 최대주주와 지분 비율 차이는 크지만 5% 이상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노 씨는 이번 공시와 관련해 “법원명령에도 사측이 대형 기업전문 로펌까지 앞세워 지속적인 방해공작을 펴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명부폐쇄부터 신문공고, 주주명부확정 및 통보, 주주총회 일자 및 장소선정·개최에 이르기까지 주주총회 개최의 모든과정을 주주가 직접 진행하는, 대한민국 상장법인 주주총회 역사상 아주 이례적인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주주제안서 발송한 최경학 태양금속 소액주주연합 대표(사진=태양금속공업 소액주주 연합)

“주주 권익, 직접 주총 열어 찾겠다”

노 씨의 말처럼 사측이 아닌 주주, 그것도 최대주주가 아닌 일반 투자자가 주도하는 주총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다.

이번 주총 개최건은 노 씨가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제기한 임시주총 신청 허가 소송에 대해 지난 7월 법원이 오는 10월 13일까지 임시주총을 소집할 것을 허가한데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 4월 사측이 주총개최 요구 등을 거부하자 노 씨는 태양금속 소액주주들과 함께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 선임의 건 ▲자산재평가 요청의 건 ▲주주권익보호 차원의 즉각적인 기업 IR 개최 등 안건의 임시주총을 열 수 있도록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노 씨는 “법원에서 명령한 주주총회 개최시한 10월 13일은 그동안 대한민국 임총소송 역사상 이례적으로 길게 준 3개월이라는 시간이다”며 “하지만 사측은 이를 악이용해 자산재평가를 고려해보겠다는 미끼를 던지고 5회에 걸친 임총개최요구 문건에 대한 아무런 대답도 없이 한 달이 넘는 기간동안 연락을 두절해버렸다”며 직접 주총을 추진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노 씨는 직접 한국예탁결제원에 임시주총 개최를 위한 주주명부폐쇄 작업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법원에서 명령한 임시주총의 기간을 넘겨 11월 17일에 열지만 주주자격으로 여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태양금속 소액주주모임 온라인 카페

소액주주운동과 경영권 분쟁

태양금속공업은 올해 4월 주총 소송을 기점으로 지분을 늘려온 노 씨와 최대주주인 오너일가와의 경영권 분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아 왔다. 동시에 이번 분쟁은 소액주주 운동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월16일 노 씨가 최초로 태양금속 주요 주주로 등장했을 당시 그의 지분은 5.46%였다. 하지만 그 뒤 노 씨는 회사의 자산재평가 등을 요구하며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현재 지분까지 끌어올렸다. 지분과 함께 주주 목소리도 키워온 셈이다.

노 씨는 올해 초부터 일반 투자자들과 태양금속 한우삼 회장 등 경영진에 맞서 소액주주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노씨가 만든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태양금속공업 소액주주모임(대표 최경학)이 결성됐으며, 현재 300여명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노 씨와 소액주주들은 이번 이례적인 주총 추진도 최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사측이 기업설명회(IR)나 자사주 매입, 자산재평가 실시 등 주주가지 제고를 위한 노력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아 주주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그 배경으로 오너일가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꼽았다. 회사가 한우삼 회장이 미국 국적의 아들인 한하워드성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누르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이런 이유로 회사의 주가 부양 의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태양금속은 몇 차례의 일시적 급등을 제외하고는 주가가 수년째 2000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이는 올해 상반기 기준 태양금속의 주당순자산가치(BPS)인 2696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태양금속 소액주주모임 한 관계자는 “회장이 아들에게 자산을 넘기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며 “그동안 부자간 증여를 위해 주가를 엄청 눌러놨다”고 주장했다.

노 씨 측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사전실적 보고사항(매출액 또는 손익구조가 30% 이상 변경 시) 공시자료에는 대규모 실적호전(당기순이익 143% 증가)의 핵심원인인 해외법인 실적 호전에 따른 내용은 누락된 채 단순히 법인세 감소에 따른 이익의 증가에 대해서만 기재돼 있다. 이를 두고 사측이 실적개선에 따른 주가상승의 여력을 봉쇄하려 한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매년 1분기 최대실적을 실현했던 것과 달리 올해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며 실적이 크게 악화됐는데 사측이 급여나 퇴직급여채무 등을 의도적으로 증가, 실적을 악화시켜 보고했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이에 노 씨와 소액주주들은 자산재평가와 회계장부 열람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이를 거부해 결국 직접 주총을 개최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왼쪽부터) 노회현 전소연 회장, 김민수 사외이사 후보,  최경학 소액주주 대표(태양금속공업 소액주주 연합)

경영진과 갈등, 소액주주 결집 관건

하지만 노 씨를 중심으로 한 소액주주들과 사측의 시각차는 여전히 커 분쟁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태양금속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승계 작업이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부양을 막고 있다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며 노 씨와 소액주주 측 주장을 반박했다.

자산재평가의 경우 제가치를 평가받기에 시기상으로 적절치 않고, 소액주주 추천의 사외이사 선임은 공정성 문제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 씨 등 소액주주 모임의 요구사항이 관철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현실적 난제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사측은 노 씨가 공시한 주총 개최 또한 위법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주총 관련한 법원의 결정은 회사가 아닌 노 씨에게 10월 13일까지 주총을 열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이라며 “하지만 노 씨는 법원의 허가한 시점을 넘어 주총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법원 판결에서 어긋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 씨는 “이번 주총은 한국예탁결제원에서도 주총 추진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추진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행법상 자격에 문제가 없는 만큼 시점에 관계없이 주총 개최를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임시주총 효력은 노 씨와 사측의 법정공방을 통해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총 참석율도 관건이다. 주총이 공식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주주 25%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대립하고 있는 사측이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수치를 확보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노 씨는 “지금까지 10~15% 정도의 소액주주 참여를 확보했다”며 “당초 11월 7일 진행하려던 임총 시점도 11월 17일로 재조정 했다. 그 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공론화 시켜 위임장을 보다 더 확보하는 등 주주 참석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반격이 과연 어디까지 통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소액주주을 비롯한 일반투자자가 제도적으로 경영권에 개입하기 위해 추진되는 이번 임총이 실제로 개최된다면 향후 국내 소액주주운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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